▶ 침수·석축 붕괴 등 피해 이어져, 산사태 경보 ‘경계’로 상향…지자체 비상근무
▶ 서울·경기·강원서 10명 사망·6명 실종…가축 2만여 마리 폐사
(대전=연합뉴스) 호우특보가 발효된 10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유성천이 집중호우로 인해 범람해 시민 보행로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기준)부터 중부지방에 폭우가 집중된 가운데 10일부터 최대 300㎜ 이상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충청권에서도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구름이 남하하면서 지난 8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오후 7시까지 충청권에 내린 비의 양은 충북 제천(백운) 219.5㎜, 충남 공주(정안) 174.0㎜, 단양(영춘) 173.0㎜, 대전(장동) 171.0㎜, 청주 143.7㎜ 등이다.
인명·재산 피해가 집중된 수도권과 강원도에도 지금까지 경기 양평(용문산) 533.5㎜를 비롯해 경기 광주 525.5㎜, 서울(기상청) 525.0㎜, 광명 456.0㎜, 강원 횡성(청일) 374.0㎜, 홍천(시동) 358.0㎜, 평창(면온) 286.5㎜의 비가 쏟아졌다.
현재 비구름대 이동속도가 느려 충청권과 경북 북부내륙, 전북을 중심으로 시간당 50∼8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에는 수도권에 다시 비가 오는 등 12일 오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전망이다.
◇ 충청권 집중호우로 잇단 피해…비상 근무 돌입
충청권에서는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택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대전에서는 오후 5시까지 일 강수량이 156.1㎜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보통 대전에는 8월 한 달 동안 300㎜ 정도 비가 오는데 그 절반에 해당하는 비가 17시간 정도만에 쏟아졌다.
대전에서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집중호우로 2명이 대피하고, 침수피해 11건이 발생했다.
대전시에서는 자연재난과와 관련 부서 직원 29명이 이날 오전 3시부터 비상 1단계 근무에 들어가 호우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 평균 79.6㎜의 강수량을 보인 가운데 곳곳에서 주택과 상가 부분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오전 8시께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의 도로 배수관이 막혀 긴급 조치가 이뤄졌고, 공주시 계룡면 하대리에서는 석축 일부가 무너져 안전조치가 실시됐다.
도는 4차례에 걸친 상황판단 회의를 통해 이날 오전 0시 30분을 기해 비상 2단계를 가동했으며 도와 시·군 등에서 모두 528명이 비상 근무 중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부터 사흘간 예정됐던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정상 출근해 집중호우 대비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시내를 관통하는 무심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이날 오전 3시 40분을 기해 하상도로 전 구간 차량 통행을 막았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오후 8시 20분을 기해 무심천 흥덕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충북소방본부에 11건, 시·군에 14건 등 2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나무 쓰러짐 23건, 배수불량 6건이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충청권 4개 지역에 대해 산사태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에도 '경계' 단계가 발령 중이며, 나머지 시도는 '관심' 단계다.
◇ 수도권 등 피해 '눈덩이'…16명 사망·실종, 건물 3천716동 침수
8일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호우로 서울·경기·강원에서 16명이 사망·실종되고 이재민 570세대 723명이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서울 6명·경기 3명·강원 1명), 실종 6명(서울 3명·경기 3명), 부상 19명(경기)으로 집계됐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8일 밤 서초구 서초동 맨홀에 빠져 실종됐던 40대 남성이 이날 오후 사고 발생 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1.5㎞ 거리에 있는 다른 맨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서초동 한 도로의 맨홀 안으로 50대 친누나와 함께 휩쓸려 들어갔다. 실종된 누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호우로 거주지가 파손되거나 침수된 이재민은 570세대 723명으로, 서울과 경기에 집중됐다.
공공시설 피해를 보면 선로 침수는 서울과 경기에서 17건 발생했다. 또 제방유실 8건, 사면유실 30건, 상하수도 시설 10건, 수리시설 14건의 피해가 있다. 종묘와 남한산성 등 문화재 피해도 34건에 달했다.
사유시설 가운데 주택·상가 침수는 3천716동으로, 서울이 대부분이다.
또 옹벽 붕괴와 토사유출은 각각 9건과 40건으로 늘었으며 농작물 침수 면적은 232ha다.
산사태는 27건 일어났고, 가축은 2만553마리가 폐사했다.
둔치주차장 27곳, 하천변 31곳, 세월교(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다리) 19곳 등도 통제됐다.
8개 국립공원의 157개 탐방로, 여객선 1개 항로(울릉도∼독도), 고속도로 1곳(용인서울선 서판교IC 인근) 등도 통제 중이다.
소방당국은 하천급류에서 152명을 구조했으며 783건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2천186곳의 배수를 지원했다.
이틀간 폭우에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대형 5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5천657대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로 인한 이들 5개 대형사의 손해액만 774억원으로 추정됐다.
◇ 교통 통제·정체로 출·퇴근길 시민 어려움…하상도로 폐쇄도
서울 도시고속도로 가운데 양방향 교통 통제가 이뤄지는 구간은 총 2곳으로 이날 오후 4시 20분 현재 ▲ 반포대로 잠수교 ▲ 올림픽대로 가양대교∼동작대교다.
서울 강변북로 마포대교∼동작대교 구간의 양방향 차량 통행은 이날 오후 3시 40분부터 재개됐다.
이 구간은 서울 및 한강 상류 지역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남에 따라 이날 오전 0시부터 양방향 통제 상태였다.
서울 지하철 전 구간은 정상 운행 중이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대전시는 대동천 하상 주차장과 반석천·유성천 아래차로(언더패스)를 통제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 7개 여객선 항로 중 4개가 통제 중이다.
◇ 소양강댐 내일 오후 3시 방류…한강 수계 홍수 예경보 해제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지사는 10일 오후 3시 수문을 열어 홍수조절용량 확보를 위한 방류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시작 시각을 11일 오후 3시로 미뤘다.
이에 따라 내일 오후 3시부터 19일 오후 4시까지 최대 초당 2천500t씩 방류할 예정이다.
방류 시 하류 하천 수위는 최대 1.6m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양강댐은 애초 지난 9일 정오께 수문 방류를 계획했으나 예상보다 강우량이 적어 방류계획을 한차례 변경한 데 이어 한강 유역에 추가 피해를 우려해 하루 더 늦추기로 했다.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해발 186.6m로 홍수기 제한 수위(190.3m)에 육박하고 있다.
소양강댐이 이번에 수문을 개방하면 2020년 8월 5일 이후 2년 만이며, 1973년 10월 완공 이후 17번째 방류다.
한강 수계 가운데 서울 대곡교에 내려졌던 홍수경보를 비롯해 오금교·중랑교·경기 평택 동연교·남양주시 진관교에 발표된 홍수 예경보는 이날 오전 7시 30분을 기해 모두 해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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