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섹시 범죄 스릴러 ‘원초적 본능’의 각본 쓴 조 에스터하스
섹시 범죄 스릴러 ‘원초적 본능’의 각본 쓴 조 에스터하스
자기를 심문하는 형사들 앞에서 노팬티 차림의 샤론 스톤이 양다리를 번갈아가며 꼬아대 큰 화제가 됐던 섹시 범죄 스릴러‘원초적 본능’의 각본을 쓴 헝가리 태생의 조 에스터하스(77)를 영상 인터뷰 했다. 올 해는 이 영화의 개봉 30주년의 해. 에스터하스가 각본을 쓴 또 다른 영화들로는 라스 베가스의 쇼걸의 삶을 다룬‘쇼걸스’와 역시 샤론 스톤이 나온 에로틱 스릴러‘슬리버’와‘플래시댄스’ ‘재기드 에지’ 및 ‘뮤직 박스’ 등이 있다. 그는 각본가가 되기 전에 기자로 일했다. 숱이 많은 백발에 덥수룩한 하얀 수염을 한 에스터하스는 클리블랜드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했는데 굵은 음성으로 진중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샤론 스톤의 ‘원초적 본능’의 한 장면.
-‘원초적 본능’과 ‘쇼걸스’는 여성 비하 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성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표현한 여성 해방의 영화라는 양반된 반응을 받았는데 당신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보는가 또는 보수적이요 전통적인 사람이라고 보는가.
“난 늘 강한 여자를 좋아했다. 내가 결혼한 두 여자도 강한 여자들이다. 내가 관계했던 여자들은 다 정열적이요 꾸밈이 없으며 뜨거운 사람들이었다. 나는 나와 다른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것이 내겐 도움이 되었다. 나는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여배우들인 샤론 스톤과 제시카 랭과 글렌 클로스 및 데브라 윙거가 내 영화에 나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스톤은 ‘원초적 본능’에서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원초적 본능’과 ‘쇼걸스’가 큰 논란거리가 되었을 때 저명한 여성학자요 사회학자인 카밀 팔리아가 두 여자 주인공을 ‘페미니스트 이후의 여자’로 그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가 큰 논란을 야기 시켰었다. 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첫 부인과는 24년을 함께 살았고 현재의 아내인 네이오미와는 지금까지 27년을 함께 살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성인군자였다는 얘기는 아니다. 난 예나 지금이나 전투적이며 늘 헝가리에서 온 난민이자 또 같은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불변이 내겐 가장 큰 교훈이다.”
-샤론 스톤의 노팬티 차림의 장면은 요즘 영화들이 보여주는 것에 비교하면 그렇게 야단스런 것도 아니다. 이 시점에서 무엇이 섹시하며 아직도 노골적으로 노출해 표현할 것이 남아 있다고 보는가.
“그런 것이 남아 있다면 내가 보고 싶다. 요즘에 온라인 동영상으로 방영되는 영화나 시리즈를 보면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혀를 찰 때가있다. 내가 ‘원초적 본능’의 각본을 쓰고 폴 베어호벤이 감독으로 결정되자 폴은 노팬티 차림에 대해 별 것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조국인 네덜랜드에서 만든 영화들을 보면 노팬티 차림은 그렇게 야한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선동가요 엄청난 상상력의 소유자로 난 그에 비하면 보수적이다. 아직도 우리가 보지 못한 노골적으로 야한 것이 있다면 앞으로 폴이 보여줄 것이다.”
-샤론 스톤이 아니었어도 그 영화가 빅 히트를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스톤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스톤은 순진한 소녀 같은 성질 속에 어두운 그림자 같은 내면을 지녔다. 그는 뛰어난 연기를 했는데도 성적으로 너무나 과감해 비평가들로부터 제대로 평가 받질 못했다. 그러나 그 같은 성적대담성 탓에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서 큰 성공을 했다. 폴이 스톤으로부터 훌륭한 연기와 성적 매력을 이끌어내 잘 조화시킨 탓이다. 그러나 스톤은 이 영화로 인해 심한 비난을 받았다고 자기가 쓴 책에서 고백했다. 심지어 골든 글로브 수상 후보자로 발표되었을 때도 사람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는 글을 보고 동정의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지금까지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는 이 영화가 결코 외설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실이다.”
-왜 할리우드는 아름다운 여자가 자기 소신을 표현하면 이를 경계시하고 헐 뜯는다고 생각하는가.
“아직도 우리는 자기 할 말을 하는 줏대가 강한 여자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미 투’운동을 매우 훌륭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 운동은 우리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하튼 단순히 말해 아름다운 여자들이 보다 큰 표적이 되는 이유는 우리가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샤론 스톤과 여전히 가까운 사이인가.
“우린 친구다. 스톤은 내가 자기를 창조했다고 말하는데 난 그렇게 역동적이요 독특한 인간을 창조할 능력이 전연 없다. 단지 그를 위한 좋은 역은 썼다고 본다. 그리고 스톤은 지능지수가 굉장히 높아 난 그 것의 제물이 되었었다.”
-당신은 독선적이요 권위주의적인 할리우드에 대항한 사람으로 알려졌는데 그런 기질이 어디서 왔는지.
“난 클리블랜드의 헝가리 난민들이 사는 험악한 동네에서 자랐다(6세 때 가족과 함께 헝가리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우리 가족도 난민 가족이었다. 그 때 학교에 가려고 버스정거장까지 걸어가려면 온갖 불량배들이 진을 치고 있는 한 식당 앞을 지나야 했는데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불량배들이 싸움을 걸어와 얻어터질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타협과 투쟁을 터득하게 됐다. 그래서 난민인 난 언제나 약자 편으로 흑인과 유대인과 동성애자들에게 애정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할리우드에 각본가로 진출했을 때만해도 각본가는 할리우드의 맨 바닥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도 계속해 풋 나기라고 푸대접을 받았다. 나의 난민이자 약자인 과거의 삶에서 배운 투쟁과 저항정신이 할리우드의 이런 풍토에 대항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안다. 할리우드에서도 얻어터지기만 한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로 과거를 가름해 과거 역사를 취소하려드는 요즘 세상의 문화적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현상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마치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도 같은 것이다. 내 가슴과 내 예술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열려져 있다. 난 민권운동에 참여해 옥살이를 했고 반전운동에도 참여했다. 늘 약자를 좋아했다. 그러나 현재의 자로 과거를 재 과거역사를 말소하려고 하는 것은 과거 공산권 국가에서나 있던 일이다. 우리가 지금 그런 문화적 검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겁이 난다. 내가 ‘원초적 본능’의 각본에 형사가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을 써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것은 아주 사실적인 일인데도 마지막에 각본에서 삭제했다. 그 문제를 놓고 동성애자들을 만나 얘기할 때 그들의 눈에서 고통의 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을 빼도 인물 묘사엔 별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같았으면 그 인물을 완전히 새로 바꾸었어야 했을 것이다.”
-각본을 영화사의 주문을 받고서야 쓰는가.
“아니다. 영화사의 주문과 상관없이 미리 쓴다. 영화사의 주문대로 쓰려면 내 의도와는 전연 다른 글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원초적 본능’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는지.
“나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전에 몇 년간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의 경찰 출입 기자였다. 그 때 한 경찰과 친해졌는데 이 친구는 카리스마가 있고 매우 총명했지만 총 쏘는 것을 아주 즐겨 세 건의 총격사건에 연루돼 그 중 두 명이 죽었다. 이로 인해 재판을 받았지만 모두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함께 나는 18세 때쯤 나보다 10세 연상인 여자와 관계를 맺었었다. 이 여자는 아름답고 총명했지만 지적이자 성적으로 사람을 농락하고 심리를 조작하는 것을 즐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의 이미지가 서로 섞여들면서 ‘원초적 본능’의 각본의 토대가 된 것이다. 각본을 쓰는데 13일 밖에 안 걸렸다. 처음 제목은 ‘러브 허츠’(Love Hurts)였으나 어느 날 문득 ‘베이식 인스팅트’(Basic Instinct)가 머리에 떠올라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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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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