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케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가 연방대법관으로 공식 취임했다. 232년 미국대법원 역사상 116번째 대법관, 여성으론 6번째, 흑인으론 세 번째, 흑인여성으론 최초의 대법관이다.
취임 선서식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케탄지 잭슨은 가족과 동료 대법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권의 성경 위에 손을 얹고 두 차례 선서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헌법에 대한 선서(Constitutional oath)를, 이날 퇴임하며 그녀에게 자리를 물려준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에게 법원에 대한 선서(Judicial oath)를 마쳤다.
그녀가 손을 얹은 성경책 한권은 가족의 패밀리 바이블이고, 다른 한권은 대법원이 소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권의 성경을 받쳐 들고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한 사람은 그녀의 남편 패트릭 그레이브스 잭슨이었다. 시선을 아내의 얼굴에 고정시키고 그녀의 선서 한마디 한마디를 홀린 듯이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사랑과 존경과 감격, 그 자체였다.
키 크고 잘생긴 백인 남편 패트릭 잭슨은 지난 3월의 상원 인준청문회 때부터 눈에 띄는 존재였다. 피 말리는 4일간의 청문회 내내 아내 케탄지의 바로 뒤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뒤엔 내가 있다”는 전폭적인 사랑과 지지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청문회 첫날 화제가 되었던 사진이 두 장 있다. 하나는 막내딸 레일라(17)가 너무나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엄마를 바라보는 사진이다. 이 딸은 열한 살 때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타계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공석이 된 자리에는 자기 엄마가 가장 완벽한 후보라며 대법관 지명을 촉구했던 당찬 소녀였다.
다른 사진 하나는 남편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다. 아내가 상원법사위 위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을 때였다. “지난 25년 동안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준 남편, 닥터 패트릭 잭슨을 소개합니다. 이 대단한 여정의 맨 처음 시작부터 그가 내 곁에 없었더라면 이 모든 일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30여년 전 우리가 대학에서 만난 이후, 그는 최고의 남편이며 아버지이고 친구였습니다.”
두 사람은 하버드 대학에서 만나 6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케탄지 브라운은 로스쿨에 진학했고, 패트릭은 콜럼비아 의과대학으로 갔지만 변치 않는 사랑을 이어갔고 마침내 1996년 결혼했다. 이후 케탄지는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 경력을 차근차근 쌓으면서 2009년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됐고, 패트릭은 메드스타 조지타운 대학병원에서 외과수술의로 일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잭슨 부부에 대해 케탄지의 멘토였던 패티 사리스 연방판사는 이렇게 회상한다.
“법원 서기였던 아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패트릭은 외과레지던트의 24시간 밤샘근무를 마치고 법정으로 달려오곤 했다. 때론 노숙자로 오인됐을 정도로 초췌한 몰골이었지만 그는 아내가 하는 일에 너무 매혹된 듯했다.”
6대째 하버드를 졸업한 보스턴의 백인 상류가정 출신인 패트릭 잭슨과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노예의 후손이 분명한 케탄지 브라운은 분명 평범하지 않은 커플이다. 흑인과 백인이라는 차이도 그렇지만, 아내의 커리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역할을 조정하는 남편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는 아내의 근무지를 따라 병원을 옮겼고, 아내가 바쁠 때는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도맡으며 두 딸을 양육하고 아내를 돕는 남편 역할을 해왔다.
이 커플은 역시 최초의 흑인여성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와 그의 남편 더그 엠호프를 생각나게 한다. ‘세컨드 젠틀맨’ 엠호프는 아내가 부통령이 되자 캘리포니아에서 30년 가까이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일했던 커리어를 접고 워싱턴의 조지타운 로스쿨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백악관 웹사이트의 세컨드 젠틀맨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세컨드 젠틀맨 역할을 맡은 최초의 남성이지만 단언컨대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여성을 돕는 남성 배우자의 역할에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성이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돈을 더 많이 벌 때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학졸업자의 절반이 여성인 이 시대에 누가 누구를 돕고 보조하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의미가 없다. 아예 내조니 외조니 하는 단어 자체가 없어져야할 것이다.
한편 케탄지와 패트릭 잭슨 부부는 백인여성을 아내로 둔 흑인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 부부와 완전한 대조를 보인다. 흑인이면서도 대법관들 중 가장 보수 이념을 가진 그는 트럼프의 열렬한 추종자로, 아내 지니 토머스가 1.6 의회폭동 세력과 주도적으로 연관돼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입지가 흔들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번 ‘로 대 웨이드’ 판례의 폐기에 앞장 선 것은 물론 피임, 동성애,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판례도 재고돼야한다고 밝힌 극우대법관이다.
케탄지 잭슨의 취임에도 대법원의 이념성향 분포는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동일하다. 연방대법원은 7월부터 휴회하기 때문에 그녀는 다음 회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 활동하게 된다.
케탄지(Ketanji)라는 특이한 이름은 ‘사랑스러운 아이’란 뜻의 아프리카 식 이름으로 그녀의 부모가 과거의 유산과 미래의 희망을 담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 4월 인준청문회를 통과했을 때 마야 안젤루의 유명한 시 ‘나는 일어선다’의 마지막 구절로 그 소감을 전했다.
“나는 일어선다/ 내 선조들이 주신 선물들을 가지고서/ 나는 노예 세대의 꿈이자 희망이다./ 나는 일어선다/ 나는 일어선다/ 나는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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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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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가 뽑은 세명의 대법관들은 낙태법을 함부로 건들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한 후로 지금 번복한 넘들은 거짓말을 한 정치적이 강한 가식적 인물과 뭐가 그리 다른가?
보수와 진보의 균형은 유지해야겠지만, 여성에 대해 정의 해보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자신은 생물학자가 아니라면서 대답을 회피한 것은 너무 무책임하고, 진실을 외면한채 정치적 성향만 강한, 가식적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음.
난 대법관으로 존경하는것보다 인간으로서 도덕이든 양심으로 인간다운 모습을보일때 직위가 높든 낮든을떠나 여지든 남자를떠나 존경하고 하늘에선 큰 상금을 내릴걸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