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푸틴의 플레이북’의 저자 레베카 코플러
‘푸틴의 플레이북’의 저자 레베카 코플러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부(CIA) 소속 기관에서 러시아 관련 정보 분석 요원으로 일했던 레베카 코플러(56)를 영상 인터뷰했다. 구소련 태생의 코플러는 푸틴의 미국을 약화시키려는 장기 전략을 분석한‘푸틴의 플레이북:러시아의 미국을 패망시키려는 비밀 계획’(Putin’s Playbook:Russia’s Secret Plan to Defeat America)의 저자다. 러시아 지도층의 의도와 정보 및 그들의 체계적 작전 분석 전문가인 코플러는 책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과거 제정러시아의 황제 블라드미르가 되려는 야심에 찬 사람으로 러시아의 적인 미국을 약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믿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개인 회사를 위해 정보 분석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코플러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논리적이요 분석적으로 질문에 대답했는데 매우 총명해 보였다.
-당신은 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어떻게 예언했는가.
“나는 책에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불안정한 지역을 분석하면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예언했다. 현 사태는 마치 내 책을 눈앞에서 펼쳐들고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푸틴의 궁극적 목표는 러시아를 과거 소련이 지배했던 나라들을 다시 자신의 통제 하에 두는 초국가적 강대국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러시아는 오래 전 부터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완충지대로 여겨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원하고 또 러시아가 NATO로부터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내지 못하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되었더라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고 보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지만 전쟁의 규모를 약화시켰거나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연시켰을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가 푸틴에 대해 부정적 말을 한 적은 없는 것은 사실이나 흔히들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공모자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 러시아의 우주방위군에 대비해 뒤 늦게 우주방위군을 창설하는 등 대 러시아 정책을 강화한 사람이다.”
-푸틴을 스탈린이나 히틀러에 비유할 수 있는가.
“푸틴은 ‘공포 대제’이반과 스탈린을 배출한 문화에서 생산된 사람이다. 이반은 자기 아들을 죽였고 스탈린은 수백만 명의 러시아 국민들을 죽인 사람이다. 푸틴은 이들과 같은 러시아의 전형적인 독재자다. 게다가 푸틴은 냉혈한 KGB(소련 정보부) 요원 출신으로 여러 차례 언론인들과 알렉세이 나발리와 같은 정적들과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같은 이중첩자에 대한 독살과 암살 지령을 내린 사람이다. 그는 전형적인 러시아의 지도층이라고 하겠다. 그런데도 러시아 국민들을 그를 네 차례나 대통령으로 뽑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네 차례 모두 푸틴 다음으로 많은 득표를 한 사람들이 전부 공산주의자들로 푸틴보다 더 나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두려워하는 미국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가.
“트럼프처럼 말과 행동이 각기 다른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 그 중의 하나다. 그리고 강한 힘으로 미국과 자본주의 우선을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이스라엘 수상 베넷이 푸틴을 만났는데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푸틴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푸틴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푸틴은 상트 페테르스부르그에서 매우 가난하게 자랐다. 다 세대가 함께 입주한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푸틴은 아파트의 공동 입주자들 중 한 노부부의 돌봄을 받으며 자랐다. 푸틴의 아버지는 늘 일을 해야 했고 어머니는 푸틴을 낳기 전 어린 두 아들을 잃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유대인 부부가 푸틴을 먹이고 키우다시피 했다. 그래서 푸틴은 이때부터 유대인들과 특별한 관계를 지켜오고 있다. 푸틴은 특히 벤자민 네타냐후와 친했다 둘 다 정보요원 출신이어서 서로를 잘 이해했다. 푸틴이 지금 바라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 양측과 모두 대화를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것이 아니라 두 초강대국 간의 대리전이다. 러시아 국민들은 미국 국민들처럼 자신을 예외적인 국민들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 막강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데 러시아의 이런 핵무기에 대항할 나라는 미국뿐이다. 푸틴은 이 둘 사이에 이스라엘이 중재자로 나서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에 좋은 진전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왜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의 결점을 알면서도 그를 지도자로 뽑았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유혈과 만행 없이도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강한 통치자이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이나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찾아온 후유증은 대혼란뿐이었다. 미국은 아랍의 봄을 타고 중동에 민주주의를 심어보려고 개입했지만 제대로 되질 않았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이어 체첸분쟁이 발생했는데 러시아 국민들은 이런 혼란에 뚜껑을 덮어줄 사람으로 비록 독재자일지라도 막강한 힘을 행사 할 수 있는 사람을 바라고 있다. 불행하게도 온건한 독재자라는 것은 없다. 러시아 문화는 힘을 값진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은 인권을 희생하고라도 힘을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안전을 위해 매번 많은 것을 희생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좋고 친절한 것을 약한 것으로 간주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혼란으로 여기면서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잠깐 민주주의가 기지개를 켰던 90년대를 ‘빌어먹을 90년대’라고 일컫는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외에도 전 소련치하에 있었던 헝가리와 폴란드 및 체코공화국 등까지도 침공할 것으로 보는지.
“푸틴이 두려워하는 것은 NATO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인 NATO국가들과 전쟁이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한 그는 NATO국가들인 헝가리와 폴란드 등을 침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푸틴의 현재 목적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그리고 조지아와 벨라루스 등을 러시아 지배하에 두려는 것이다. 벨라루스는 이미 러시아의 속국이 되다시피 했다. 유럽 국가들은 푸틴의 재원이 되는 러시아의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다”
-푸틴의 가족 사정이 복잡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 그는 지난 2014년 30년간을 함께 살아온 전직 여객기 안내원 출신의 아내와 이혼했다. 왜냐하면 푸틴이 올림픽 체조선수인 여자와 혼외정사를 했기 때문이다. 푸틴은 이 여자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 어쩌면 더 많은 아이를 두고 있다. 푸틴은 이밖에도 46세난 여자와 혼외정사를 가져 아이를 두고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푸틴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두 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 미국이 발동한 제반 제재의 대상인물들이다.”
-책의 일부 내용이 검열을 당해 검은 칠을 당했는데 본인이 스스로 검열을 했는가 아니면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은 검열인가.
“내가 한 것은 아니다. 구 소련정권 하에서 산 나는 검열을 경멸한다. 민주주의에서는 검열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자신을 스스로 검열하는 행위는 가장 나쁜 검열이라고 본다. 그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책이 검열을 당한 것은 내가 국방부 소속 국방정보원(DIA) 요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책을 출판하기 전 원고를 당국에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열 요원들이 비공개 정보라면서 내용의 일부를 검열해 먹칠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것들은 결코 비공개 정보가 아니다. 다만 내가 러시아어를 말하고 읽고 또 러시아 사람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정보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분석해 적었을 뿐이다. 나의 이런 분석은 일급비밀 정보와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 또 하나 검열 당한 이유는 내가 미국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조치가 미비하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나는 DIA의 고위 정보 분석 요원으로 있었을 때 백악관에서 국가안보위 요원들에게 내가 분석한 정보를 브리핑했고 그 밖에도 국방부와 의회의원들과 NATO 국가에게도 브리핑을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별 대처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검열을 한 사람들은 내가 사람들에게 미국의 취약점을 알려주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일치된 힘을 보여준 유럽공동체의 단결을 오판했다고 보는가.
“그렇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여러 부문에서 계산을 잘못했는데 이는 전 정보부 요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NATO를 비롯한 서방세계의 단결을 오판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정신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도 오판했다. 그리고 각종 사업체들과 보통 사람들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의도도 오판했다. 매스터카드와 비자와 스타벅스 등이 수익이 줄어들 것을 알면서도 러시아에서 철수한 것이 그 한 예다. 그러나 이것은 이번 전쟁에 반대하고 또 그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다. 특히 푸틴은 배우 출신의 젤렌스키가 자신의 연기력을 동원해 서방세계 사람들의 감정을 크게 움직이리라고는 전연 예측도 하지 못했다. 이 것이 푸틴이 저지른 오판 중에 가장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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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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