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팡가’의 남녀 주연배우 잉기 프라픈 힐마손과 안드레아 스내달
아이슬랜드 영화 ‘팡가’(Fanga)의 남녀 주연배우 잉기 프라픈 힐마손과 안드레아 스내달을 공동으로 영상 인터뷰했다. 아이슬랜드 어로 붙잡힌 자 또는 사로잡힌 자를 뜻하는‘팡가’는 장 콕토의 흑백명작과 디즈니의 만화영화 등 과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지고 무대극으로도 공연된 ‘미녀와 야수’의 이야기를 공포영화 분위기를 띤 어두운 드라마로 서술한 것이다. 두 배우의 연기가 좋고 특히 아이슬랜드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듯이 차가운 자연미를 담은 촬영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아이슬랜드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힐마손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했는데 말 수가 무척 적었다. 소녀 모습의 스내달은 큰 미소를 지으며 밝고 맑은 표정으로 질문에 활기차게 대답했다. 가수이자 모델이기도 한 스내달은 휴가차 들른 덴마크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영화‘팡가’의 한장면.
-각자가 역을 맡으면서 과거의 작품들에 비해 미녀와 야수를 보다 인간적으로 묘사하고 또 인간성을 부여하려고 했는가.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도 바로 그 것이었다. 나는 미녀를 과거작품들의 미녀와 달리 해석해보려고 시도했다. 이 영화의 각본에서 묘사된 미녀는 매우 희한한 여자로 대단히 실험정신이 강한 사람이다. 모든 일과 사물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는 여자로 이로 인해 삶의 고통도 많이 겪는다. 나는 미녀를 매사에 대해 호기심과 의문을 품는 일종의 과학자로 묘사하려고 시도했다. 따라서 미녀는 분명히 고통에 시달리는 신비한 야수에게 일종의 매력을 느끼고 또 연계성도 지니게 된다고 생각한다.”(안드레아)
“내게 있어 야수는 고독한 남자일 뿐이다. 그는 동굴 속에서 혼자 살면서 (인육을 먹기 위해서만) 사람들과의 만남을 결정한다. 그런데 그러기에 큰 장애가 되는 것이 미녀다.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을 잡아먹기를 즐겨 하지만 그가 야수적 본능을 지니지 않을 때면 아주 정상적이요 좋은 사람이기까지 하다고 본다.”(잉기)
-아이슬랜드의 거칠도록 황량한 자연미가 극치를 이루고 있는데 그 것이 영화의 서술 방식과 당신들의 연기에 어떤 영향이라도 미쳤는지.
“잉기와 나는 그런 자연 환경에 익숙해 마치 제 집처럼 느껴졌는데 분명한 것은 이 자연 환경이 우리 이야기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집처럼 여겨지는 자연 환경 안으로 깊이 들어갈 수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자연 환경이야 말로 영화 제작의 가치를 상승시켜 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미녀와 야수는 모두 이 자연의 한 부분이다. 야수는 동굴 속에 살면서 주위 환경에 동화 되었고 동굴 입구에 핀 한 송이의 붉은 꽃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미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자연은 이야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안드레아)
“영화에서의 자연 경치야 말로 웅대하고도 거대한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자연미는 영화의 이야기를 더욱 고독한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에 따라서 미녀가 야수를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매우 고독한 것이라고 보겠다. 게다가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많지가 않아 고독한 분위기를 한층 더 북돋아주고 있다. 이 자연 경치야말로 이야기의 고독감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잉기)
-영화에서 보여준 아이슬랜드의 장려한 자연미를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 하겠는지.
“아이슬랜드는 마법적인 곳이어서 환상영화를 찍기에 완벽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땅에서 솟아나고 바위틈과 땅 속에서 사는 요정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비롯한 민속 얘기가 많은 나라다. 나라와 땅에 관계된 모든 것이 창작성을 잉태하고 있다. 인구 중 4분의 1이 예술가이거나 그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안드레아)
“우리나라의 자연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방대하다. 그 것은 자기가 둘러싼 모든 것을 치고 들어가듯이 공격한다. 영화에 나온 배우들이나 제작진은 그 안에서 작아지게 마련이다.”(잉기)
-장려하기도 하지만 때론 거칠고 혹독하기도 한 아이슬랜드의 자연 속에서 촬영하면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음 무엇인가.
“그런 환경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무리 없이 진행되었지만 동굴 앞의 해변에서의 장면을 찍을 때는 날씨가 혹독하도록 추워 엷은 옷을 입은 나와 안드레아는 모두 추위에 벌벌 떨었다. 그러나 그 날의 일과를 제대로 마치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 했다. 그래도 촬영기간의 날씨는 다른 해에 비해 온화한 편이었다. ”(잉기)
“나도 잉기가 말한 그 날이 언뜻 떠오른다. 그 날은 매우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었는데 그 바람이 종잇장처럼 엷은 옷을 뚫고 들어와 살을 에어내는 듯 했다. 촬영을 하면서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온천 장면으로 난 무려 5시간을 따스한 온천 물 속에서 보내야 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아치는 바람에 추워서 벌벌 떠는데 혼자 따스한 온천욕을 즐겨 그들에게 미안했다.”(잉기)
-미녀는 영화에서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라는 말을 몇 차례 하는데 두 사람의 삶의 계획은 무엇인지.
“난 세상의 물결이 흐르는 대로 따라 사는 사람이다. 난 어떤 기회가 오면 그 것을 잡는데 익숙하다. 물론 기회를 찾으러 나서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어떤 기회가 내게 찾아오는지를 주시하는 사람이다. 그 기회가 연기이든지 노래 앨범이든지 또는 모델 일이든지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내게 찾아오는가를 지켜보며 산다. 나는 무언가를 알고 챙기기보다 약간 신비하게 살고 싶다. 난 그냥 세상 물결 따라 사는 사람이지 계획자는 아니다.”(안드레아)
“난 가족 위주의 사람이다. 난 여섯 살과 세 살 난 두 아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세상 최고의 아버지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연기로 말하자면 지난 2년간은 코비드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됐다. 따라서 내 삶도 변화했다. 아동극에 나오면서 연기 생활을 했는데 난 감독이 되고 싶다. 실제로 아이슬랜드에서 여러 편의 연극을 감독했다. 이 영화가 연기자들인 우리가 무언가 그 어떤 작품에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안드레아처럼 기회가 오면 그 것을 붙잡으려고 하는 사람인 것 같다.그런데 난 오늘 진짜로 생선장사를 했다.”(잉기)
-자연 경치와 세금 혜택 등으로 인해 외국영화인들이 아이슬랜드에서 영화를 많이 찍고 있으며 현재 새 스튜디오도 짓고 있는데 이런 일이 당신들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되는가.
“확실히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규모와 제작비가 큰 영화에 역을 맡은 친구들이 여럿 있다. 이로 인해 아이슬랜드에서 보다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는 아주 멋지고 흥분되는 일이다. 마치 세계가 바로 문 밖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보다 많은 기회가 우리들에게 가까이 다가와 신난다. 물론 밖으로 나가 기회를 탐색하는 일도 즐겁지만 기회가 찾아와 주는 것 또한 좋은 일이다.”(안드레아)
“아이슬랜드는 인구가 35만 명밖에 안 돼 코비드 사태가 시작되면서 해외 영화사들이 여럿 우리나라에 와서 촬영을 했다. 그래서 아이슬랜드의 배우들은 다른 나라의 배우들보다 다소 기회가 더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슬랜드에는 훌륭한 예술가들과 배우들이 많아 그들과 경쟁해 대규모 영화의 역을 얻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잉기)
-아이슬랜드에 예술가가 많은 이유는 환경 때문인가 또는 교육 때문인가.
“둘 다이다. 교육은 전통적인 학교 교육만이 아니다. 우리국민들은 대부분 자라면서 악기 하나쯤은 연주하는 것을 배운다. 아니면 춤이나 노래를 배운다. 아이슬랜드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부르는데 그들은 살면서 한번쯤은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른 경험이 있다. 가수들도 많고 작곡가들도 많다. 이런 것은 학교 교육보다 자연 환경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도 악기 연주와 성악과 무용과 같은 예술교육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작가들도 많다. 밖으로 나가 어딘가 지어놓은 오두막에 들어가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기란 쉬운 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안드레아)
“내 두 아들은 연극에 심취해 늘 거실에서 자기들이 만든 쇼를 보여준다. 그들이 언젠가 연극의 길로 나아갈지도 모르는 일이다.”(잉기)
-잉기 당신의 부인은 어떤 사람이며 안드레아의 파트너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아내와 17년째 살고 있는데 결혼은 2년 전에 했다. 아내와의 관계는 아주 좋다. 우리는 안락한 곳에서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아내는 언제나 내 말을 존중한다.”(잉기)
“내 파트너는 작가로 최근에 도자기에 심취하고 있다. 재능이 많은 사람으로 그림도 그리고 시도 많이 쓴다. 또 각본도 쓰고 있다. 우린 서로 아이디어와 꿈을 주고받으며 산다.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이다.”(안드레아)
-처음으로 당신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동화는 무엇인지.
“동화는 아니지만 1968년에 나온 뮤지컬 ‘올리버 트위스트’다. 그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잉기)
“나는 어렸을 때 그림형제의 동화를 많이 읽었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환상과 마법과 동화에 큰 매력을 느꼈었다. 물론 ‘포카혼타스’와 ‘뮬란’과 ‘미녀와 야수’같은 디즈니의 만화영화도 즐겨 보았다.”(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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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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