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근거 없는 소문…코로나19와 달라”
실험실 [로이터=사진제공]
세계 각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괴담' 수준의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소문은 대부분 근거 없는 것이라며 코로나19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영국 BBC 방송은 유럽에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나온 이야기를 재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음모론이 SNS에 나돈다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온라인에 가장 널리 퍼진 소문은 코로나19 확산 당시처럼 시민의 이동 제한이 계획되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선 "'원숭이두창 봉쇄'와 '원숭이두창 독재'에 대비하라'"고 선동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봉쇄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아니며, 확산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보다 전염이 훨씬 어렵고 이미 백신과 치료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전염성을 가지는 특성이 있어 확진자 발견과 격리도 용이하다.
피터 호비 옥스퍼드대 감염병과학센터장은 "봉쇄나 대규모 백신 의무 접종 등의 규제는 원숭이두창 대응에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격리나 백신 접종은 확진자와 밀접접촉 대상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의 로자먼드 루이스 천연두 사무국장도 "대규모 백신 접종은 필요치 않다"고 확인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을 이유로 어떤 종류의 여행 제한도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이 미국 등지로 넓게 확산한 이후 의료진이나 실험실 연구자 등 바이러스와 접촉할 수 있는 사람만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원숭이두창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음모론 역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최근 원숭이두창 발병이 지난 2년간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사람들을 오도한 음모론을 그대로 옮겨 되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 미국 등지의 일부 SNS 계정과 언론 매체들은 이번 발병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이거나 생물학적 무기로 원숭이두창을 사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유전학자들은 지금까지 추적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은 서아프리카에서 흔히 보이는 원숭이두창 종류이며, 이는 실험실에서 제조된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피터 호비 센터장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인공 제조설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매체와 중국 SNS를 중심으로 원숭이두창을 미국 등이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이들은 미국 싱크탱크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이 지난해 3월 개최한 워크숍을 근거로 제시한다.
세계 지도자들이 미래의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도록 권장하는 취지로 마련된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무기로 악용돼 전 세계에 확산하는 가상 상황을 제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워크숍에서 나온 시나리오상 원숭이두창이 발생하는 시점이 올해 5월 15일로 현 상황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시나리오에선 18개월 간 이 바이러스가 전세계 30억명을 감염시켜 2억7천만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상황이 제시돼 음모론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워크숍 역시 미국이 원숭이두창 확산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감염병 발생은 일상적인 일이며, 감염병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의심을 받을 사안은 아니라고 BBC는 전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음모론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침팬지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를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해 백신과 원숭이두창의 연관성을 의심하거나, 코로나19 백신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 다른 감염병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의혹 모두 전혀 근거가 없다고 BBC는 설명했다.
1970년 민주콩고에서 처음 발견된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지만 이달 7일 영국에서 감염 사례가 나온 이후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20개국 이상에서 200건 이상의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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