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 촉구해온 美 “현재 백신지원 계획없지만 인도적 지원 노력”
▶ 北 미사일도발·핵실험 우려 속 美, 北 행보 따라 대응 나설 듯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얼어붙은 북미 관계가 해빙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미간 대화의 물꼬를 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나 군사 분야가 아닌, 전세계적 전염병이라는 보건 이슈는 양측이 별다른 장애없이 대화의 공간으로 삼을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한국시간 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 이를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으로 규정하고 최대비상 방역체계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북한은 그간 단 한 건의 코로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청정 국가'임을 자임했다.
이에 대한 신빙성 여부를 떠나 북한이 현시점에 감염 사실을 대외 공개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우선 북한이 먼저 확진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내적으로 방역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대외적으로도 공표해 그 속에 담긴 함의를 국제사회가 읽어주길 바라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즉 비록 국제사회에 직접적인 지원요청은 없었지만, 백신 지원 등에 대한 도움을 바라는 대미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16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여왔고, 조만간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슬그머니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접고 코로나 백신을 비롯해 방역 지원을 요청하며 대화의 문을 노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 이벤트' 다음엔 좀 더 유리한 입지에서 미국과 대화에 나서 왔던 전력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면서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며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북한에 촉구해왔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고리로 삼아 대화를 타진할 경우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계기로 북한과의 외교 접점 찾기에 나설 공산이 충분하다.
물론 비핵화 문제는 보건과는 또 다른 별개의 사안이긴 하지만 이를 계기로 북미가 마주 앉아 대화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당시 한미는 북한이 대화의 손짓에 꿈쩍하지 않자 방역, 식수, 위생 등 인도주의적 분야를 고리로 대화의 문을 여는 접근법을 모색했었다.
북한이 미국산 코로나19 백신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북한은 앞서 국제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배정한 297만 회분의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거부했고, 아스트라제네카 외의 백신 제공 가능성을 타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신뢰도가 높은 미국산을 원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미국도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백신 지원 의향 여부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코백스의 백신 기부를 반복해서 거부했다"며 "미국은 현재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키 대변인은 "우린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은 미국 백신을 제공할 계획이 없지만, 북한의 요청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인도적 지원'을 강조한 점을 보면 북한의 명시적인 지원 요청이 없더라도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에 백신을 지원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코로나 감염 사실을 공개한 직후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는 측면에서 북한의 의도를 더 분석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설령 북한이 직접적이고, 더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ICBM 발사나 추가 핵실험과 같은 도발 행위를 지속할 경우 대북 코로나 방역 지원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결국 북한이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코로나 감염이란 비상사태를 명분 삼아 미국에 손을 내밀 것인지 여부가 북미 간 대화의 돌파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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