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상징은 그 나라의 국기다. 우리나라의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나라의 상징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기 이외에도 그 나라를 상징하는 것들이 있다. 미국의 경우 The Great Seal of the United States(국장 國章 또는 대문장 大紋章)가 그렇다.
미국 국장이 뭐지 하고 힘들여 찾을 필요 없다. 1달러 지폐의 뒷면에 국장의 앞면과 뒷면 둘 다 그려져 있다. 그중에서 오른쪽에 있는 국장의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가 미국의 나라새(국조 國鳥)다. 1782년 세계 최초로 미국 의회에서 나라새를 정했다고 한다. 이제 독수리가 들어있는 이 미국 국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독수리 가슴에 있는 방패의 상단에 파란 직사각형이 있고 그 밑에 13개의 줄이 세로로 놓여있다.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성조기에서는 파란 사각형에 하얀 별이 들어있는데 국장에서는 파란 사각형에 별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리고 하단의 흰색과 붉은색 띠의 배열이 조금 다르다. 성조기에서는 맨 바깥쪽이 붉은색인데 국장에서는 흰색이 맨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성조기에서는 붉은 띠와 하얀 띠의 비율이 7:6인데 국장에서는 6:7로 역전되어 있다.
국장에 있는 이 독수리는 한편에 올리브나무 가지를 다른 한편에 화살을 움켜쥐고 있다. 올리브나무 가지는 미국이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화살을 쥐고 있는 것은, 평화를 추구하기는 하지만, 필요하다면 싸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올리브나무 잎과 열매 그리고 화살이 몇 개인지는 일부러 세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상징물에 나타나는 숫자는 대개 13 아니면 50이기 때문이다. 13은 미국 건국에 참여한 13개 주를 상징하고 50은 미국의 현재 50개 주를 상징한다. 그래서 미국을 상징하는 대부분의 디자인에는 13과 50이 들어간다. 올리브나무 잎과 열매 그리고 화살의 개수는, 일단 척 보면 알겠지만, 50개까지 갈 것 같지는 않으므로 세어보지 않고도 13개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독수리가 물고 있는 리본에는 라틴어로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는 ‘다수로부터 하나(One out of many)’ 또는 ‘다수의 각각에서 뭉쳐진 하나가 되자!’라는 의미이다. 독립 당시 각각으로 존재했던 13개 주로부터(E PLURIBUS, 다수로부터) 새로운 1개의 국가(UNUM, 하나)인 미국이 되었음을 뜻한다. 심지어 미국 독립 당시의 13개 주를 나타내기 위해 글자 수도 일부러 13개가 되도록 맞춘 것이라고 한다.
독수리 머리 위에 둥근 모습의 구름이 있고 그 구름을 뚫고 황금색 빛이 퍼져 나오고 있는데 그 안쪽에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별이 그려져 있다. 이 별들도 일부러 세어보지 않아도 13개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상징물에 사용되는 숫자는 13과 50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은 독수리가 들어있는 이 국장을 기본으로 해서 그와 비슷한 모양의 대통령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대통령문장에서도 숫자 13과 관련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데 국장과 달리 독수리 주위에 별 50개를 배치했다. 미국이 현재 50개 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우리도 ‘나라문장’이라는 이름의 국장이 있다. 가운데에 태극이 있고 나라꽃인 무궁화 꽃잎 다섯 개가 태극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 리본이 이 태극과 무궁화 꽃잎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데 리본의 아래쪽에는 파란 바탕에 ‘대한민국’이라는 국명이 한글로 적혀 있다. 이 나라문장을 찾아보기 위해 멀리 갈 필요 없다. 우리나라 여권 표지에 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미국 여권 표지에 미국 국장이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표장(대통령기와 대통령 휘장)은 가운데에 나라꽃인 무궁화를 두고 한 쌍의 봉황이 서로 마주 보면서 그 무궁화를 보위하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모양은 상장이나 표창장에서도 볼 수 있다. 좌우측 상단 귀퉁이를 기다란 꼬리의 봉황 두 마리로 장식하기 때문이다.
봉황은, 하늘을 나는 용이 그렇듯이, 상상 속의 동물이고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봉황은 봉과 황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어로서 ‘봉(鳳)’은 수컷을 말하고, ‘황(凰)’은 암컷을 말한다. 봉황은 훌륭한 군주가 출현하거나 세상이 태평성대일 때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표장에 봉황이 들어있다고 해서 봉황이 나라새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나라새는 까치이다. 까치가 나라새가 된 것은 1960년대의 UN 산하 어떤 회의에서 나라새를 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당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 까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황은 대통령표장에 관한 대통령공고라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까치는 나라새라는 것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상징으로 국새라는 것이 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도장인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서에 날인한다. 미국은 맨 처음에 언급한 국장이 이 기능을 한다. 미국은, 동양과 달리 인주를 사용하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국장을 금속물에 새긴 철인 위에 종이를 얹은 후 누르는 방법으로 압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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