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한 갑이 조금 부족할 정도로 피웠다. 그래서 그때에는 어디서 담배를 싸게 파는지가 무척 중요한 관심사였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끼리는 담배를 싸게 파는 가게에 관한 정보교환도 하고는 했었다. 미국에서는 가게마다 담뱃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주유소나 편의점인 세븐 일레븐에서 담배를 사는데, 가게마다 값이 달라서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그 가게의 담뱃값을 눈여겨보게 된다. 출퇴근 때 지나는 길의 그 많은 담배 가격표를 눈여겨보다 보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가게 몇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거기에 주로 가게 된다.
좀 오래된 옛날 얘기지만 고국에서는 ‘양담배’라는 표현이 있었다. 서양 담배를 줄인 말인데 국내산 담배가 아닌 담배를 말한다. 외국 담배가 정식 수입되지 않던 시절에 사용되었다.
결국 ‘양담배’는 불법으로 유통되던 서양 담배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를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그들은 담배 연기 냄새만으로도 양담배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했다. 담배 연기의 색깔만으로도 양담배를 가려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고국도 지금은 담배를 공급하는 회사가 여럿이지만, 예전에는 담배를 국가가 관리했다. 국가기관이 담배 경작 농가로부터 담뱃잎을 전량 매입해서 담배를 만들어 그 담배를 전국에 판매했다.
담배 경작 농가는 국가 이외에 담뱃잎을 팔 수 있는 경로가 없고, 국가 이외에는 담배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업자가 없었다. 이름 그대로 국가만이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전매(專賣) 사업이었던 것이다. 전매사업을 하던 그 국가기관의 이름이 전매청(專賣廳)이었다.
담배는 국가가 독점해서 판매하는 상품이므로 전국 단일 가격이다. 즉 전국 어디에서나 가격이 같다.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한 종류 담배의 가격은 한 가지였다.
전매청은 한국 담배 인삼공사로 변신한 후 지금은 주식회사 케이티앤지(KT&G)가 되었다. 지금은 담배를 취급하는 회사가 여럿 있고, 담배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담뱃값도 다양하다. 그렇다고 해도 한 종류의 담배 가격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한 종류의 담뱃값은 전국 어디서나 같다.
그런데 미국은 같은 종류의 담배인데도 가게마다 담뱃값이 다르다. 왜 그런 것일까? 자유시장 경제라서 그런 것 같다. 담배는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담배회사가 담뱃잎을 구매한 후 이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상품인 것이다. 이런 상품을 모든 가게가 같은 값으로 팔면 그게 ‘담합’이다. 담합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담배를 생산하는 회사가 담배의 소비자 판매가를 지정해서는 안된다. 가게마다 각자가 스스로 담뱃값을 정하고 경쟁하는 것이기에 가게마다 담뱃값이 다른 것이다. 그게 자유시장 경제이니까.
한 동네에서도 가게마다 담뱃값이 다르지만 주마다도 큰 차이를 보인다. 담배에 적용되는 세금이 고율인 뉴욕주의 담뱃값은 무척 비싸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다란 담배회사가 있는 버지니아주는 담배경작자가 많기에 세금이 높지 않아서 담뱃값이 싼 편이다.
그렇다면 버지니아주에서 담배를 사서 뉴욕주에 가서 판매하면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 뉴욕주 사람이 자신이 피울 목적으로 버지니아주에서 담배를 사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 누구든지 담뱃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지니아주에서 담배를 사서 담뱃값이 비싼 뉴욕주에 가서 판매하면 탈세가 되는 것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담배에 특별한 표시를 해두었기 때문에 주 경계를 넘어온 담배라는 것을 손쉽게 알 수 있다.
그 유명한 알 카포네가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그가 사람을 죽이거나 죽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탈세를 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정서에 탈세는 매우 큰 범죄이다.
담배도 다른 상품처럼 판촉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한 갑에 5달러 70센트라면 두 갑에 11달러 40센트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10달러 50센트에 판매한다든지, 세 갑을 사면 17달러 10센트가 아니라 14달러 50센트에 판매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늘 그렇게 파는 것은 아니고 일정 기간 동안에만 그렇게 판매한다.
더 많이 사면 더 많이 싸게 주는 것은 담배에도 적용된다. 담배 한 갑에 5달러 70센트 한다고 할 때 10갑 들이 한 보루는 57달러가 아니라 51달러에 파는 식이다. 대부분 가게가 각각의 갑 단위가 아니라 10갑들이 보루 단위로 사면 싸게 해 주는데 아주 가끔은 그렇지 않은 가게도 있다. 그런 가게는 한 갑만 사고 만다.
미국의 할인판매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있다. BOGO라는 표현이다. ‘하나 사면 하나 공짜’라는 Buy One Get One Free라는 말의 두 문자만 모은 것이 BOGO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원 플러스 원(1 + 1)이라고 말한다.
담배는 할인판매를 하더라도 BOGO 수준으로 파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담배를 끊기 전 시절에, 만약 BOGO로 살 수 있었고 수량 제한이 없었다면 아마도 1년 치 피울 담배를 샀을지도 모르겠다.
김성식은
지난 2020년 한국일보 문예공모전 수필부문 가작에 입상한 수필가로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에 거주 중이다. 서울 출신으로 중앙대학 법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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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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