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last name)과 이름(first name)
성(姓)과 이름(名) 즉 성명(姓名)을 적는 방법에서도 우리와 미국은 다르다. 우리는 성을 먼저 적은 후에 이름을 나중에 적는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던 그 사람, 홍길동. 앞에 적은 ‘홍’이 성이고, 뒤에 적은 ‘길동’이 이름이다.
그런데 미국은 우리와 반대로 이름을 먼저 적고 성은 나중에 적는다. 이름은 먼저(first) 적으니까 이름을 first name이라고 하고, 성은 나중(last)에 적으니까 성을 last name이라고 하는 것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경우 앞에 적은 조지가 이름이고, 뒤에 있는 워싱턴이 성이다.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시어도어 루스벨트 (Theodore Roosevelt),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모두 앞에 있는 Thomas, Theodore, Abraham이 이름이고 뒤에 있는 Jefferson, Roosevelt, Lincoln이 성이다.
우리는 집안이나 가문을 중시하기에 성을 먼저 적고, 미국은 개개인 하나 하나를 중시하기에 이름을 먼저 적는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집안 또는 가문이라는 단체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우리와 오롯이 자기 자신만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미국의 문화 차이가 아닐까 싶다.
미국 이름에는 이름과 성 사이(middle)에 적어 넣는 중간이름(middle name)이라는 게 있는데 보통 약자(initial)로 적어 넣는다. 케네디 가문의 대통령 John F. Kennedy에서 볼 수 있는 중간이름 F는 Fitzgerald를 줄인 것이다. 원래 그의 이름은 John Fitzgerald Kennedy다.
그런데 우리 한인도 시민권 취득 등의 사유로 이름을 바꿀 수 있는 경우에 중간이름을 활용할 수 있다.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꾸면서 우리식 이름을 남기고 싶을 때 중간이름을 이용하는 것이다. 홍길동이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마이클(Michael)이라는 영어식 이름을 쓰기로 하는 경우에 종전 이름인 길동을 중간이름으로 하여 ‘마이클 길동 홍’으로 이름을 바꾸면 종전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이름인 마이클을 중간이름으로 하여 ‘길동 마이클 홍’이라고 이름을 바꾸면서 사람들에게 중간이름인 ‘마이클’로 불러줄 것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에서 성명을 표기할 때 이름을 먼저 적고 성을 나중에 적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공문서 작성 등 경우에 따라 성(last name)을 먼저(first) 적고 이름(first name)을 나중(last)에 적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표기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때와 반대로 성을 먼저 적고 이름을 나중에 적는 경우에는 성 다음에 쉼표(,)를 찍는다. 보통은 George Washington이라고 적지만 성을 먼저 적는 경우에는 성 다음에 쉼표를 찍어 Washington, George라고 적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을 먼저 적으면서 쉼표를 찍는 방법은 명함에 성명을 영문으로 적을 때에 참고가 된다. 홍길동을 적을 때에 보통은 성을 나중에 두어 Gil Dong Hong이라고 적지만 명함에서 성을 먼저 적을 때에는 성 다음에 쉼표를 찍어서 Hong, Gil Dong이라고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쉼표를 찍지 않고 Hong Gil Dong이라고 적으면, 성이 ‘동’(Dong)씨이고 이름이 ‘홍길’(Hong Gil)인 ‘동홍길’로 오해될 수 있다.
조금 특이한 경우 하나 짚고 간다. 미국 언론에서 한반도의 유명인들을 말할 때에는 ‘길동홍’이라 하지 않고 ‘홍길동’이라고 한다. 언론에서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도 그 유명인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에는 ‘홍길동’이다. 그러나 그런 유명인사가 아닌 일반인 홍길동은 실생활에서 ‘길동홍’이다.
우리는 새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지을 때 집안 어른의 이름자를 넣지 않는다. 그런 것을 기휘(忌諱) 또는 피휘(避諱)라고 한다. 그 어른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그 이름을 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권에서는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때 아들 이름에는 주니어(Junior)라는 단어를 덧붙인다. 표기할 때에는 약자(Jr.)로 적는데,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로 유명한 인권운동가 Martin Luther King, Jr.가 그런 경우이다. 이 경우 ‘주니어’를 ‘2세’라고 번역한다. 마틴 루터 킹 2세. 아들이 주니어가 되면서 아버지는 시니어(Senior, 적을 때에는 Sr.)가 된다.
주니어 이후로도 같은 이름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에는 이름 뒤에 III, VI, V, VI 같이 로마 숫자로 표기한다. 우리는 3세, 4세 등으로 번역한다. 1970년대 젊은 세대를 강타한 소설 ‘러브스토리’(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의 남자 주인공이 올리버 배럿 4세였다. Oliver Barrett IV.
그리고 미국에서는 엄마 이름을 딸이 받기도 하고, 이모나 삼촌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름을 조카나 손주가 받기도 한다. 기휘나 피휘 같은 것이 없으니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