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휩쓸고 간 자리에 이상현상이 하나 나타났다. 인력난이다. “구인광고를 내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직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사업주들의 하소연은 한인타운에서도 얼마 전부터 들려왔다. 연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4월 통계에 따르면 4월 구인 건수는 930만 건, 이중 고용건수는 610만 건. 320만개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았으니 “구인난!” 아우성이 터질만하다.
엄혹했던 코비드-19 규제가 풀리고 경제 전면재개가 눈앞인데, 생각지도 못한 걸림돌이 나타난 것이다. 고용주들은 임금을 올리기도 하고 보너스를 제안하기도 하며 사람 구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팬데믹으로 경제가 얼어붙어 재정적 벼랑 끝을 경험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지금쯤이면 집안에 있는 것이 답답해서라도 일하러 나가고 싶을 텐데, 왜 선뜻 일터로 돌아가지 않는 걸까.
“너무 후한 실업수당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고용주들의 생각, 그리고 공화당의 주장이다. 주정부 수당에 더해 연방정부가 매주 300달러씩 추가로 얹어주니 누가 힘들게 일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폐단을 없애겠다며 알래스카, 아이오와, 미시시피 등 공화당이 주지사인 25개 주는 연방 실업수당 지원을 안 받겠다고 공표했다.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은 보다 복합적이다. 아직도 불안한 감염위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녀들을 돌봐야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나은 커리어를 준비하느라 취업을 미루는 케이스들이 많다는 것이다. 공돈 받는 맛에 일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상당수에 달할 것이다.
이래저래 사람 구하기 힘든 이때에 전혀 다른 주장이 있다. 온라인 크레딧카드 결제회사인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댄 프라이스 대표는 최근 “우리 회사는 일자리마다 300명씩 구직자가 몰린다”고 트윗을 했다.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최저생활도 안 되는 저임금 받고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2015년 직원 최저연봉을 7만 달러로 인상해 박수와 야유를 받았던 30대 기업인이다. 연봉인상 결정은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도덕적 책임이라는 그에 대해 극우진영은 ‘사회주의자’라며 조만간 필히 망할 것이라고 조롱했었다.
창업 후 처음에는 그 역시 경비절감에 집중하느라 직원들 봉급에 인색했다. 그의 생각이 바뀐 것은 친한 친구가 렌트비 200달러가 올랐다며 멘붕 상태가 되는 것을 보고 나서였다. 엄마로서 아들 키우며 살아가려면 연봉 7만 달러는 필요하다고 그 친구는 말했다. 그것이 바로 자기 직원들의 처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100만 달러이던 자신의 연봉을 90% 삭감하고, 130명 전 직원의 연봉을 최소 7만 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6년, 직원은 200명으로 늘고 회사 수익은 두 배로 뛰었다. 봉급이 배 이상 오른 하위직 직원들은 삶의 격이 달라졌다.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후한 실업수당 때문에 일을 안 한다는 것은 봉급이 그만 못하다는 말이 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평균 실업수당은 주당 300달러가 좀 못된다. 연방 지원 300달러를 합치면 600달러 정도. 시급 15달러로 주 40시간 일해서 버는 액수이다. 가주 최저임금이 14달러(직원 25명 이하 13달러)이니 실업수당 받는 게 사실이지 더 낫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종업원 최저임금 14~15달러는 허리가 휘는 부담이다. 그렇기는 해도 미국의 노동자 보수는 1970년대 이후 거의 오르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하면 남자 혼자 벌어도 부부가 아이들 키우며 편안하게 살던 것이 과거의 미국이었다. 노동자 형편이 지금처럼 팍팍해진 것은 성장의 과실이 한쪽으로만 분배되었기 때문이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돈이 가야 투자가 더 많이 이뤄지면서 경제가 더 많이 성장한다는 낙수이론의 결과이다.
8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대기업의 경영풍토가 바뀌었다. 낙수경제와 더불어 주주가치 극대화 원칙이 들어서면서 CEO는 임금삭감, 인원감축 등으로 무자비하게 비용을 깎아냈다. 이렇게 만든 수익으로 주주의 이익을 챙기자 CEO의 보수도 덩달아 올랐다. 1970년대 노동자 보수의 30~40배였던 CEO의 보수는 90년대 100배, 2000년대부터는 300~400배가 되었다.
한쪽에서는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갇혀 미래 없는 삶을 살고 반대쪽에서는 주주들과 CEO에게 돈더미가 안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정책연구소(IPS)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S&P 500 기업 중 상당수가 저임금 노동자들이 고전하는 동안 CEO에게는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1985년 이후 월스트릿의 보너스 인상률로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갔다면 오늘날 최저임금은 시간당 44달러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봉으로 9만 여 달러이다.
팬데믹이 휩쓸고 간 자리에 민낯을 드러낸 것은 너무 낮은 임금이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는 이 기회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수많은 가족들이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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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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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해답은 나와 있는 듯합니다. 근로수당을 주는 것입니다. 노동단가가 낮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국가가 근로수당으로 소득을 보충해 주는 것입니다. 아마도, 장기적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맞는말이다. 그러나 옛날사업을 하는 사람은 그걸 지급못해서 문을 닫고 현재에 맞는 사업체가 나와서 적절한 수익을 올려야 하고 옛날 노동자들은 신규 사업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소멸될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는것은 좋은 이야기지만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은 아예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다같이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