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 착륙했던 지난 18일, 이를 축하라도 하듯 그날 밤 화성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 때마침 15년 주기로 찾아오는 대접근 현상으로 화성과 달이 가장 가깝게 정렬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도 맨눈으로 보였던 밝은 화성을 바라보면서 지금 거기 가있는 ‘퍼서비어런스’를 생각했다. 작년 7월 발사된 후 거의 7개월을 날아가 목표지점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 정확하게 안착한 똑똑하고 대견한 이동탐사로버 말이다.
화성은 지구인들에게 고대로부터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험의 대상이었다. 태양계의 8개 행성 중 지구와 가장 가깝고,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화성의 자전주기는 24시간37분으로 지구의 하루와 거의 비슷하다. 자전축이 약 25도 기울어진 것 또한 지구(23.5도)와 비슷해서 계절의 변화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1938년 오손 웰스가 제작한 라디오드라마 ‘우주전쟁’에서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뉴스를 듣고 수백만의 미국인들이 겁에 질려 거리로 뛰쳐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태양계가 형성되던 45억년 전에는 실제로 지구와 화성의 지각환경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학자들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퍼서비어런스’의 임무도 고대 호수였던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화성은 현실적으로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평균기온이 섭씨 영하 80도,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수준, 매우 옅은 대기층의 공기는 95%가 이산화탄소다. 액체상태의 물은 존재하지 않고, 무엇보다 지구처럼 자기장이 없기 때문에 우주에서 태양방사선이 그대로 쏟아져 생명체에게 극도로 해롭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초속 100마일의 엄청난 먼지폭풍이 화성 전역을 덮치곤 한다.
이 같은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화성탐사를 계속하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것이고, 둘째는 인류가 이주해 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서는 생명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 한 마리의 박테리아만 찾아도 그 자체로 최대의 과학적 업적이 된다.
아울러 만일 생명체가 없다면 우리가 가서 생명을 퍼뜨리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화성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는 머스크는 인류가 핵전쟁, 환경변화, 소행성 충돌로 지구에서 멸종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화성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계획은 현재 개발 중인 로켓과 우주선이 결합된 ‘스타쉽’을 10년 동안 매년 100대씩 제작해 1,000대의 선단을 구성하고, 2년에 한번 발사창(태양, 지구, 화성이 일직선이 되는 최단경로)이 열릴 때마다 한 대에 100명(또는 화물 150톤)을 운송해 2050년까지 100만 인구의 화성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난해 스타쉽 시제품을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고, 개발이 완료되면 2023년 달 우주 관광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게 과연 실현 가능한 꿈일까?
바로 며칠 전 우리는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의 대기권에 진입하고, 하강하고, 착륙하는 ‘공포의 7분’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그리고 이 정도까지 기술력이 향상된 것도 엄청난 과학의 진보다. 인류 화성탐사 역사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던 지난한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1960년 소련의 ‘마스닉’ 1호 이후 인류는 총 54회에 걸쳐 화성 우주선을 발사했으나 성공한 것은 20여회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미국과 소련만이 화성탐사에 나섰고, 2000년대 이후 영국, 중국, 러시아, 인도, 유럽우주국(ESA),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참여했는데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소련(러시아)은 화성탐사를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18회의 발사가 거의 모두 실패로 끝나는 굴욕을 겪었다.
화성탐사에서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주자다. 1965년 ‘매리너’ 4호가 최초로 화성 ‘접근’에 성공한 이후 23회 탐사선을 보냈고 6회의 실패 외에는 모두 임무를 완수했다. 화성 ‘착륙’에 성공한 것은 1976년 ‘바이킹’ 1호와 2호를 시작으로 9회나 되고, 탐사로버들을 보낸 것도 미국이 유일하다. 1996년 첫 로버 ‘소저너’에 이어 2003년 쌍둥이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2012년 ‘큐리오시티’, 2018년 ‘인사이트’, 그리고 2021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해 현재 3대가 임무 수행 중이다.
과연 ‘푸른 별’ 지구의 인류는 ‘붉은 별’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역사는 언제나 돈키호테 같은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전진해왔다. 80여년전 화성인의 지구 침공을 걱정했던 지구인들이 이제 화성 침공을 꿈꾸는 대장정의 모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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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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