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평생 고향과 함께 한 임마누엘 칸트는 규칙적인 생활로 유명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회색의 연미복을 걸치고 등나무 지팡이를 짚은 채 산책을 즐겼다. 그는 산책을 통해 사색하며 인식론의 철학을 다져 나갔다. “내 마음을 늘 새롭게 더 한층 감탄과 경외심으로 채우는 두가지가 있다. 그것은 내 위에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속에 있는 도덕 법칙이 그것이다”라고 ‘실천이성비판’에 서술하고 있다. 그의 미학적 인식은 도덕적 각성과 동일한 과정이었다.
1년이 넘는 끔찍한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다른 삶을 살도록 하고 있다. 단지 현관 밖으로 나가 자연을 느끼고 인식하는 산책을 즐겨 본다. 가장 칙칙하고 지루하며 단조로운 걷기를 역설적으로 칸트는 자유라고 말하고 있다. 18세기 칸트를 시작으로 워드워스·콜리지, 19세기 소로·휘트먼·랭보, 20세기 제임스·니체·울프 등 역사의 위대한 철학자·문호들은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가 자연의 풍경과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영감을 얻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 놓고 삶의 더 좋은 것들을 즐기도록 나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나의 산책길에는 앞선 이들과 다른 동행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스티브 잡스와 동 시대를 산 덕분이다. 음악은 정신을 자유롭게 만들고 생각에 날개를 달아 준다. 상상력과 감정을 증폭시키기위해 음악을 찾았고 그럴 때 마다 항상 내 곁에 존재해 왔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음악은 가랑비처럼 오늘도 이렇게 잔잔히 삶을 적시고 있다. 자연에는 풀·낙엽·새·바람·파도소리가 있다. 이러한 소리들은 공기 밀도가 시간과 공간에서 진동하며 퍼져 나간다. 뮤지션들은 자연의 파동 소리를 가져와서 음악을 만들었다. 그래서 영감을 주는 것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고립된 코로나 시기에 유튜브의 비디오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연주를 하고 있고, 인스타그램 라이브에는 선택할 수 있는 비디오가 끝없이 제공되고 있다. MedVid 프로덕션 모바일 팀이 드론을 띄워 촬영한 크로아티아 첼리스트 스테판 하우저(Stjepan Hauser)의 청중 없는 라이브 공연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4월 27일 크로아티아 고대 야외 원형극장 Arena Pula에서 펼쳐지는 'Alone, Together' 첫번째 공연에서 그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 세계의 공중보건에 헌신적 희생을 보여준 노동자들에게 이 연주를 바치고 인류의 선한 모든 것에 경의를 표 하고 싶다”며 비장하고도 장엄한 영혼의 다섯 곡을 26분 04초 연주했다.
두번째 공연은 크로아티아의 Krka Waterfalls국립 공원에서 2020년 6월 15일 주변의 나무와 새들 뿐만 아니 라 코로나 바이러스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아름다움을 주는 천상의 여섯 곡이 22분 20초 연주되었는데, 한국계 영국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Yiruma(한국명 이루마)가 작곡한 피아노곡 ‘River Flows in You’가 다섯 번째 트랙에서 첼로로 연주되기도 했다. 슬픔의 시기에 영혼의 첼로 소리가 폭포수를 따라 바다로 흐르며 온 세상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사운드와 비주얼의 연출인가. 음악과 자연의 조화를 멋지게 표현해 내는 퍼포먼스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백신을 선물하며 세상을 구하고 있다.
마지막 세번째 공연은 크로아티아 Dubrovnik 도시에서 2020년 7월 30일 영화 사운드 트랙의 여섯 곡이 26 분 25초 연주가 되었다. 아드리아해 푸른 바다를 끼고 오렌지색 지붕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고색창연한 해안 도시 두브로브니크의 바다는 옛적 어린 시절 서해안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서 파도와 놀며 동심을 키웠던 너무도 아름다운 해변이다. 이 공연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활의 소리는 심장을 꿰 뚫고 격렬하게 두근두근하게 만들며, 파도처럼 웅장하고 장엄하게 때론 매혹적인 감성적 향기를 뿜어내며 몸이 아닌 영혼을 춤추게 만든다. 첼로는 가장 거친 소리를 낼 수 있는 동시에 가장 부드러운 소리를 낼 수 있는 현악기이다. 가슴에 있는 깊고 본능적인 욕구를 잘 표현한다. 첼로의 음향은 저 음역에서 부드러운 숭고미를, 고 음역에서 광폭한 비장미를 뿜어낸다. 나는 평생 이렇게 첼로가 연주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우저는 다른 첼리스트에 비해 피치카토(pizzicato)와 아르코(arco)를 연주하는 데 탁월함이 엿보인다. 또한 매우 아름다운 음색, 정열적이며 적당한 비브라토(vibrato), 매우 뚜렷한 균형과 침착함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 슬프고도 부드러운 그의 연주는 마법적이고 몽환적이다. 그 어떤 연주자에게서 이렇게 많은 감성을 본 적 이 있었던가. 음악은 감정의 표현이다. 펜더믹 공포 속에 세상과 공유하며, 휴식과 열정을 가지고, 때론 부드럽 고 아름다운 연주에 심취해 노는 오늘의 삶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위대한 연주가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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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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