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이란 숫자에 매료되었던 올해는 희망찬 봄의 꿈을 안고 시작했는데 막 돋아난 여린 싹이 눈을 비비기도 전에 갑자기 날이온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꿈은 깨어지고 안개만 자욱한 해였다. 요즘은 자주 걷는다. 집콕생활 10개월에 생긴 잡다한 삶의 생각들을 내려놓고 덤덤하지만 경건하게 주신 하루 분량만큼의 걸음걸이로 걷는다.
찬란했던 옷을 다 벗어버리고 나목으로 서있는 겨울 풍경에 동화되어 걷다보면 번잡한 영혼의 찌꺼기가 걸러지고 자연의 모습이 스며들어 마음이 청명해지고 무상의 경지에 빠지기도 한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평온함이 느껴진다. 스토아학파인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Epictetus) 의 “행복으로 가는 길은 단 하나.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고민하지 않는 일 “이 명언임을 입증하고 있다.
거리를 방황하던 수많은 단풍들도 매서운 겨울바람에 다 사라졌는데 티끌보다 작은 바이러스는 날아가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평준화 되었고 서로가 불신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경제적 압박과 정신적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건강저널에서 ‘열 가지 장수하는 삶의 방법’ 이란 기사를 읽었다. 장수의 두 가지 요인은 유전적인 것이고 여덟 가지는 생활패턴인데 그 중에서 친밀한 관계, 사회적 융합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브리검 영(Bringham Young) 대학의 심리학교수인 줄리앤 홀트-룬스타드 (julianne Halt-Lunstad) 가 실험을 통해 논문으로 발표한 것인데 외롭고 사회적으로 격리된 삶은 수명을 단축한다고 한다.
서로 눈을 마주보고 연락함으로 생기는 신경전달물질과 행복과 쾌락의 호르몬인 도파민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외로움, 불안감, 초조함, 우울증이 완화되고 사랑호르몬인 옥시토신을 통해서 서로의 유대감과 공감능력이 생긴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다. 우리의 삶에서 감정적, 신체적 접촉은 스트레스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부정적 생각을 완화 시키며, 사회적인 인간관계는 인지적, 감정적인 요인이되어 직접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얼마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생명을 구하는 포옹(The Rescuing Hug) ” 이란 사진이 눈에 선하다. 하나의 인큐베이터 안에서 한 아기가 다른 아기의 팔을 감싸안고 있는 신생아 모습의 사진… 매사추세츠병원에서 예정일보다 12주일 일찍 태어나 1kg 도 안되는 조산아 쌍둥이를 각각 다른 인큐베이터에 넣었었는데 심장에 이상을 안고 태어난 동생 브리엘은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언니 카이리는 잘 자랐지만 브리엘의 상태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호흡과 맥박이 나빠져 있기 때문이다.
생후 일 개월정도 되던 때였다. 이때 19년 경력의 간호사 게일은 유럽에서 써오던 미숙아 치료법을 기억가고 브리엘을 카이리의 인큐베이터에 같이 넣을 것을 제안했다. 카이리와 브리엘은 생명을 갖게 된 후 엄마 뱃속에서 늘 붙어 있었음으로 같이 있는게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의사는 두 아이를 한 인큐베이터에 두는 게 병원 방침에 어긋나서 망설였지만 곧 엄마의 동의를 얻어 브리엘을 카이리의 인큐베이터로 옮겼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카이리가 손을 뻗어 브리엘의 어깨를 포옹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브리엘의 심장과 혈압, 체온 모든게 정상적으로 된 것이다. 카이리는 생명이 꺼져가는 동생 브리엘의 아픔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동생이 오자마자 그 어린 팔로 감싼 것이다.
사랑의 포옹이 동생을 살렸다. 백 마디의 위로보다 터치의 힘이 탁월함을 증명해 주는 친밀한 사랑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갓난 아기였지만, 본능적으로 가장 좋은 것을 동생에게 준 것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는 의료계통 종사자들이 백신주사를 맞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사람들에게 백신이 보급되고 치료제도 개발되어 우리 사회에 햇빛이 비추고 안개가 걷혀서 건강한 사회가 돌아오길 고대하고 있다. 새해에는 얼굴 마주보고 커피마시고 이야기하며 떠들고 웃고 격려하며 악수하고 포옹하던 사랑의 터치가 당연한 일상의 따스한 해가 되길 원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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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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