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말라(Kamala)는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이란 뜻이다. 이 예쁜 이름을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진영은 일부러 엉뚱하게 발음하며 조롱거리로 만들려고 애썼다. 카미라, 카밀라, 캐멀라, 커말라, 카멜라 등등…. 물론 해리스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귀여운 아이들의 동영상을 공개하는 여유를 보였다.
카말라는 그녀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남인도 타밀족 출신인 어머니 샤말라 고팔란(2009년 작고)은 카스트의 최상위계급인 브라만 출신으로, 19세 때 미국으로 유학 와 유방암 연구의학자가 되었다.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 역시 자메이카에서 온 유학생으로, 두 사람은 UC버클리 대학원 시절에 만나 결혼했고, 카말라가 7세 때 이혼했다. 이후 어머니가 두 딸을 키웠기 때문에 카말라와 동생 마야는 자연스럽게 힌두교식 교육과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지금 카말라 해리스(56)는 미국 내 인도 커뮤니티의 엄청난 자랑거리다. 생각해보라. 유학생부부의 딸, 이민 2세가 미국의 부통령이 된 것이다. 여성으로서, 유색인종으로서, 최초로 ‘대통령 승계서열 1위’라는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선 것이다.
예컨대 1960년대 유학 온 한인 이민가정의 2세가, 그것도 딸이 부통령이 된 경우를 상상해본다면 그들의 기쁨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인도 커뮤니티는 본격적인 이민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짧으니 완전 축제 분위기임은 당연한 일이다.
카말라는 미국 언론에서 드물게 성이 아닌 퍼스트네임으로 불리는 정치인이다. 그만큼 친밀감과 호감도가 높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겠다. 힐러리도 성 대신 이름으로 불렸지만 이 경우는 남편 빌 클린턴과의 구분을 위해서였다.
카말라의 또 다른 이름은 ‘컨버스 퀸’이다. 어딜 가나 컨버스(Converse) 운동화를 신고 다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대선 캠페인 동안 그녀가 보여준 다양한 스타일의 스키니 진과 컨버스 스니커는 매번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되었고, 젊고 활기찬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검은 가죽 한 켤레, 흰색 한 켤레, 끈 없는 것과 있는 것, 더운 날씨 용, 추운 날씨 용, 그리고 바지정장에 신는 플랫폼 등 컨버스의 ‘척 타일러’ 시리즈 전체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말라는 또 ‘춤추는 부통령’이다. 유세장에서 흥겹게 춤추는 영상이 여러 번 나온 바 있는데 특히 지난 10월19일 플로리다 주에서 쏟아지는 빗속에 우산을 쓰고 연설하면서 춤추는 사진과 영상은 곧바로 뉴스와 온라인상에서 난리가 났다.
그녀의 웃음도 화제다. 카말라는 언제나 얼굴 가득히 활짝 미소를 짓고, 즐거울 때는 온몸으로 시원하게 웃어 제킨다. 그 밝은 에너지가 팬데믹으로 경직된 유세장에서 특별한 빛과 열기를 창출해내곤 했다고 주변에서는 전한다.
터프하고 똑똑하지만, 위협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녀가 브랫 캐버노 대법관 인준청문회에서, 뮬러 특검보고서에 관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심지어 대선후보 토론에서 조 바이든을 몰아세울 때의 모습(모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은 송곳처럼 날카롭고 공격적이며 치명적이다. 그런 저돌성을 보여주며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것이 대선후보로 나서고 결국 러닝메이트에 지명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어디서나 흥에 겨우면 춤을 추고, 즐거우면 박장대소하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모습들이 그녀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주었다. 그녀가 부통령 후보로 선택됐을 때 미국인 54%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심지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4명 중 1명은 카말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지명에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유색인종이지만 우아하고 지적이며 아름다운 얼굴도 호감도를 높이는 데 한몫 했을 것이다. 그녀는 ‘여자 오바마’라고도 불리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이민 2세대이자 법조인 출신이며 중도파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는 젊은 정치인이란 점도 그렇고, 준수한 외모와 억양 없는 말투 때문에 “흑인 같지 않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카말라는 역대 어느 부통령보다 이례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든의 나이가 내년이면 78세, 유사시에 직무 수행이 어려워지면 그녀가 대통령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무사히 임기를 마친다 해도 재선 출마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 차기 대선에 그녀가 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조용하고 신비한 연꽃이 아니라 만개한 장미꽃처럼 화려한 카말라 해리스. 권위적인 백인남성들의 세계인 미국 행정부에서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자못 기대가 크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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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고 남자고 하얏고 노랏고 검은게 나라를위하고 모두가 잘살 이땅 살림을 잘꾸려갈 사람이면 되는데 왜들 다르게 이상하게 차별을 하며 보는지....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