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반복설을 주장했던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엄마가 딸에게 전해주는 수 많은 말들은 몇 세대가 지나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
또한 전도서 1장9절에, ‘행해진 것은 또 행해질 것이며,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문구도 역사가 되풀이 된다는 것을 웅변해 주는 대목이다.
1968년 김신조에 의한 청와대 습격사건 이후로 학교에는 교련이 생겼다. 이때부터 교련이 폐지 되었던 1988년까지 20년간은 군사 독재 시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알록달록한 교련복은 학생복이고, 작업복, 소풍복, 운동복 등 전국 방방곡곡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일상복이었다.
필자도 대학 2학년때 ‘정치사상사’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별 생각 없이 입고 지냈었다.
급우 3명이 교련복을 입고 강의실에 들어오니, ‘제군(諸君)들, 왜 그 옷을 입고 내 강의를 받으려 하는가,’ 멈칫하는 학생들을 자리에 앉힌 다음 노교수님은 필자가 40여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할 강의를 조근조근 그리고 아주 나즈막이 해주셨다.
‘형식(形式)이 내용(內容)을 규정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일상을 무심히 그냥 지나치지 말라고 하셨다. ‘정치학을 하는 제군들은 신문을 읽을 때 행간(行間)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강의를 마치셨다.
그때부터 필자는 사물에 대한 직관, 비판적 사고, 사실과 진실에 대한 각성, 즉 신문에 글씨 자체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읽어내는 걸 체화(體化)하기 시작하였다. 가짜보도가 지나친 요즈음에 그 강의는 그래서 나에게는 더욱 값지다.
13년전의 일들이 속속들이 세상에 밝혀지고 있다. 2007년 지지율 13%에 허덕이고 있던 노무현 정부 말기를 겨냥한 한나라당의 대권 경선은 한나라당 경선이 곧 본선이며 대통령이 눈앞에 아른 거리는 시기였으니 이명박, 박근혜 후보 양 진영은 서로에게 치열했다.
이명박 후보에게 던진 ‘도곡동 땅’은 누구의 땅입니까!’ 이는 나중에 BBK 설립자금으로 갔다가, 엊그제 대법원 판결로 이명박 전 대통령 것이라고 확정되었다. 사실이었다.
또한 이후보는 박근혜측에게 “최태민목사 가족에 의한 허수아비로 금생(今生)의 업보가 될 것이다”라고 몰아세웠다. 이 또한 사실이었다.
지난 10월 29일, 대법원은 ‘이명박씨가 DAS의 실소유주’라고 확정했다. 동업자 김경준이 주가조작해서 미국으로 가지고 간 140억원을 되돌려받기 위해 2007~2011년까지 미 현지 법원 소송비용 89억원을 삼성이 대납토록 한 것은 ‘뇌물죄’로 확정하였다.
이 소송비 대납건으로 이건희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인 2009년말에 단독 특별 사면을 받게 된다.
기소 내용중에는 이명박씨의 단면을 알 수 있는 기절초풍할 내용까지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집사였던 김백준에게 “삼성의 송금액 중에서 ‘비용으로 쓰고 남은 돈’까지 소송변호사에게서 찾아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집착이다. 2007년은 나라가 이걸로 내내 들썩거렸다. 수차례에 걸쳐 검찰 수사(김기동)와 특검(정호영)까지 했지만 모두 불기소로 덮어져 버렸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 법무부, 청와대, 외교부까지 총동원 해서 동업자 김경준의 입을 막아버렸다.
심지어 김경준의 변호사까지 그 일에 협조하게 만들었다.
언론은 입을 닫았고, 국민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아 버렸다. 역사에서 가정법은 부질 없다지만 교훈은 있다.
만약 국법기관인 검찰이 저 사건들을 제대로만 관리했더라면 10년의 잃어버린 시간과 천문학적인 국고 탕진은 막을 수도 있었다.
뉴스는 ‘좋고 싫고’의 범주가 아니다. 그 뉴스가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지는 못하더라도 ‘맞고 틀린’것은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뉴스의 진위(眞僞)나 시비(是非)의 문제는 어느 정도 단순하다. 하지만 그 전달 매체인 언론과 주제의 호불호(好不好)의 문제는 시공(時空)을 넘나들면서 각 개인 안에서도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이명박씨의 입장은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한다.
이걸 ‘정치보복’이라는 저변도 이해하려고 한다.
이 모든 걸 ‘정권이 안바뀌었다면…’ 정도로 생각하는 ‘국민들 수준’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것 이다.
<
강창구 /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