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의 94세 노인은 왕복 660마일을 오가며 조기 투표를 마쳤다. 지난해 일리노이 주의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긴 그는 부재자 투표용지를 받지 못하자 이같은 투표 장정에 올랐다. 디트로이트까지 가서 한 표를 행사하고 온 그녀는 “지난 72년간 투표해 왔다. 그러나 이번이 가장 중요한 투표”라고 말했다.
대장암 말기로 거동이 어려운 70대 후반 노인도 시청 투표소를 직접 찾아가 조기 투표를 했다. 투표 8일 후 임종한 그의 표는 ‘선거일 전에 사망한 사람의 사전투표는 무효’라는 미시간 주법에 따라 무효처리 됐다. 하지만 “나라의 건강이야말로 모두가 우려해야 할 일”이란 그의 말은 선거철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경합주인 미시간에서 전해진 두 일화는 미국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선거에서 지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트럼프는 패배 후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막 뒤에서 선거 불복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 선거가 치열하지 않을까만, 이런 선거는 처음 본다는 미국 유권자가 많다. 상대에 대한 불신과 증오, 양극화의 갈등이 위험수위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멀쩡한 사람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반 트럼프 쪽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반사인 거짓말에다, 일반 공직자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성, 엄중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 분별력도 의심되는 이런 지도자에게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경영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그 반대쪽, 트럼프 지지는 굳건하다.
트럼프 지지층이 저학력, 저소득 백인이란 말은 사실과 다르다. 그렇지 않은 지지자가 훨씬 많다. 한국 언론을 통해 트럼프를 접하면 ‘한국적 선입견’에서 벗어나 미국 선거를 보기 힘들다. 서울의 한국 언론은 또 하나의 외국인 한국의 입장일 뿐, 미주 한인들의 현장 경험과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
한 보수 싱크탱크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트럼프는 흠결이 너무 많다. 대부분의 경우 좋은 대통령 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트럼프가 아니면 안된다”. 무슨 말인가.
이들은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미국의 정신이 지금 부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청교도 정신이 기반인 미국의 전통 가치가 부정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태까지의 미국은 틀렸다는 대척점에 급진적인 다문화주의가 있다고 본다. 그 반대는 발전과 진보가 아니라, 변질과 파괴라고 본다. 양측에서 보는 이번 선거는 공존이 어려운 이념과 체제간의 충돌 양상을 띠고 있다.
여론조사 판세는 민주당이 상당한 격차로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와는 반대였던 4년 전의 예가 있어 불안하긴 하지만 바이든 측은 “이번에는-“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트럼프 측은 “이번에도-“ 여론조사를 뒤집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 저인망식 현장 유세로 격전지를 누비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전국 여론조사 결과는 허수에 불과하다. ‘재미로 보는 인기투표’ 이상의 의미가 없다. 대선의 향방은 전국이 아니라, 101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컨신,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 캐롤라이나 등 6개 경합주에서 갈린다. 여기에 78명의 선거인단이 포진한 텍사스, 조지아, 아이오아, 오하이오 등 4대 격전지의 결과를 지켜보면 된다.
이번 선거의 대통령 출마자는 트럼프, 바이든 두 후보만이 아니다.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에 등록된 대통령 후보는 1,224명(지난 26일 현재)에 이른다. 역사상 무소속 당선자는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뿐이었으나 제3당과 무소속 후보가 이렇게 많다. 왜 굳이 트럼프나, 바이든이어야 하는가. 1,224가지의 정치적 견해들이 유권자의 판단을 받겠다고 나서고 있다.
35세 이상 미국 출생자로, 14년간 미국에 거주했다는 요건만 갖췄다면 미국 대통령은 LA 한인회장에 출마하는 것 보다 쉽다. 출마 때 5만달러, 경선일 경우 10만달러를 더 내야 한다는 거액의 공탁금 제도가 없다.
FEC 폼2, 후보 등록서류에는 서명에다 이름, 주소 등 기본 정보만 기재하면 된다. 5,000달러이상 모금하거나 지출할 경우 캠페인 위원회를 등록해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연방 상하원이나 대통령이 같다. 이번 캘리포니아의 투표용지에는 대통령 후보 6명의 이름이 올라 있지만, 주마다 다르다. 후보 이름이 인쇄되어 있지 않으면 후보 이름을 적고 한 표를 찍는 기명(write-in) 투표를 하면 되는 주가 많다.
엄밀하게 말하면 11월3일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을 뽑을 사람을 뽑는 날이다.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택하게 된다.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당락이 결정된다. 11월3일, 투표는 끝나지만 선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선거는 그 때부터 시작일 수가 있다. 그날 이후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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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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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거인단이 그들 마음이 그들 정신이 영혼이 혼탁되 지아니하고 종교에 정당에 어느것에도 쏠리지아니하며 그들이 선택할 자를 맘대로 선택할수있다면 더없이 좋지만 이긴당의 허수아비 노릇만 한다면 별반 다를바 없는 현제도 .난 없애버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공화당에선 길길이 날뛰겠지만 이기고 지는 선거가 어찌 누가 이해를 할수 있다는 아주 구시대적 고리타분한제도를 고집하는지를 묻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