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쉽게 생각한 우크라 휴전 중재 ‘난항’…푸틴 압박·우크라 지원으로 전환
▶ 이란 직접 공습해 핵협상 재개 ‘강제’…가자지구 휴전은 두 달 만에 깨져
▶ 인도-파키스탄 휴전 등 성과 ‘과시’…중재 외교에도 ‘美우선주의’ 작용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6개월간 국제사회의 분쟁과 갈등을 당사자 간 지속적인 대화보다는 압박을 통해 단번에 해결하려는 경향을 드러냈다.
특히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그는 입장차가 워낙 커 대화 테이블에 함께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분쟁 당사자들을 미국의 군사·경제력으로 압박해 협상을 강요하는 '중재 외교'에 주력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제 분쟁에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등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되어서는 안 된다'던 평소의 고립주의 신조와 상반되는 정책을 펼쳤다.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 그의 접근은 오랜 기간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갈등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문제를 강제로 봉합하려고 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 아직도 끝내지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을 향해 커지는 불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우크라이나를 먼저 침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최근에야 깨닫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인 양보를 압박해 러시아와의 휴전을 성사하고자 했다.
자기보다 약한 상대를 힘으로 누르려는 이런 협상 방식은 지난 2월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휴전하려면 재차 침공을 막을 확실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카메라 앞에서 거칠게 비난했고, 회담을 일방적으로 끝내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실상 내쫓았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광물 협정'을 미국과 체결하는 등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인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도 압박해 전쟁 시작 3년 2개월 만에 양측을 협상장에 앉히는 데는 성공했으나 입장차가 워낙 큰 상황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휴전 중재 노력에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오히려 공세의 고삐를 더 당겼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원인이 푸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한 듯 러시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점차 키워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올해 6번째로 통화한 지난 3일 "매우 실망했다"고 했으며, 지난 8일 내각 회의에서는 "푸틴은 우리한테 엄청나게 거짓말(bullshit)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체계 등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비록 미국의 직접 지원이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동맹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이지만, 그간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며 러시아를 편들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큰 변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에는 러시아가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와 휴전을 합의하지 않으면 100% 관세를 러시아 및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부과하겠다고 시한을 통첩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압박이 자신과 같은 '스트롱맨'인 푸틴 대통령에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협박을 실제 이행할 의지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 강제로 협상장에 앉힌 이란…지속 가능한 휴전은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가자지구 휴전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이 지역은 평화와 안정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는 것을 묵인하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하면서 각종 제재로 이란을 옥죄는 '최대 압박' 전술을 구사했고, 그 결과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10년 만에 고위급 핵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속도에 불만이 쌓였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앙숙인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파괴하기 위해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협상 이틀 전인 6월 13일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면서 협상을 통한 비핵화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공습을 만류했으나 이번에는 역내 미군을 보호하고 이스라엘의 방어를 돕기 위해 군 자산을 사전에 배치하는 등 공습에 동조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미군을 직접 투입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자체 군사력만으로 지하 핵시설 파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습에 가담해 이란의 핵 능력에 큰 타격을 입히고자 한 결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행정부에서 이뤄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비난해왔기에 이란 공습은 고립주의 성향의 지지자들을 놀라게 했고 미국이 또다시 중동에서 전쟁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란 공습에는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 7대가 지하 핵시설에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을 처음으로 실전 사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3개 핵시설의 완전한 파괴를 선언했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란은 이틀 뒤인 6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카타르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휴전을 선언했으며, 미국과 핵 협상 재개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정한 휴전이라는 평가가 만만치 않으며, 미국의 폭격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에 큰 피해를 줬을지언정 완전한 파괴와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있다. 이같이 미국의 압박으로 강요된 휴전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가자지구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에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이스라엘에 파견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휴전을 압박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1월 19일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양측은 상대방의 합의 위반을 주장했고,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이스라엘은 휴전 두 달 만에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다.
최근 미국, 카타르, 이집트 3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휴전 협상이 재개됐지만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 트럼프 외교, 일부 국지분쟁서 성과…평화보다 미국의 잇속에 관심?
지난 6개월간 전세계 분쟁에 선택적으로 개입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가 몇몇 지역에선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오랜 숙적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 5월 카슈미르 지역 분쟁으로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다가 극적으로 휴전에 이르렀다.
핵을 가진 두 국가간 무력충돌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가 우려했던 당시 인도-파키스탄 사태가 해결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중재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과시했다.
지난 30년간 전쟁을 벌여온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르완다는 지난 6월28일 워싱턴DC에서 미국과의 카타르의 중재로 민주콩고 동부의 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또 30년 넘게 영토 분쟁을 벌였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3월 평화 협정 초안에 합의했지만, 아직 공식 서명은 않고 있는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8일 내각회의에서 두 나라에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을 기대한다"고 말해 미국이 중재 역할이 계속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중재외교에서도 주목할 점은 미국의 잇속을 챙기는 미국우선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에 관한 협정'(이른바 광물 협정)을 체결, 희토류가 풍부한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의 광물투자 우선권을 확보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가자전쟁의 휴전을 중재하면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50만명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이를 소유해 휴양지로 개발하는 구상을 제시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콩고-르완다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도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전쟁 중 하나에 대한 협상을 중재할 수 있었다"고 업적을 내세운 뒤 "미국은 민주콩고 광물권리 대부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콩고 동부에는 코발트와 구리, 콜탄 등 전략 광물이 풍부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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