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마스크를 썼다. 코로나 팬데믹 근 5개월 동안 한사코 ‘노 마스크’를 고집하던 그가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아니면 전략의 변화인지 마스크도 쓰고, 공화당 전당대회도 취소하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던 개학문제도 주정부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한술 더 떠 마스크 착용이 ‘애국’이라고까지 하니, 너무 갑작스런 변화에 어리둥절하다.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지자 경로를 급선회한 모양인데, 그런다고 이제와 만회가 될까.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는 동안 마스크만큼 논란이 심하고 정치화된 이슈가 없었다. 마스크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몽둥이질도 하고 총을 겨누고 사람이 죽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다른 편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분노한다. 마스크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도구일 뿐인데 이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에서 유독 마스크 갈등이 심하고 착용률도 낮은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마스크 정치화가 원인이라고 국내외 언론들은 지적한다. 퓨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민주당 지지자는 마스크 착용을 지지하고, 대부분의 공화당 지지자는 그렇지 않다. 주로 공화당이 강세인 남부지역에서 지금 코로나19가 맹렬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100년 전에도 미국에서 지금과 판박이인 마스크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1918~19년 스페인독감 팬데믹, 당시의 기록을 보면 대처상황이 놀랍도록 지금과 유사하다. 그때도 정부는 식당, 극장, 업소들을 폐쇄하고 학교 문을 닫았으며 교회 등 공공집회를 금지했다. 그리고 미 적십자사는 “마스크는 인플루엔자 감염을 99% 막아준다”며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벌였다. 1차 세계대전 중이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애국’이라고 홍보했다.
1918년 10월24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마스크 착용의무령을 통과시켰다. 적십자사와 리바이스 청바지회사는 마스크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었고, 신문들은 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게재하며 시민들에게 넉넉히 만들어 군에도 기증해달라고 부탁했다. 여성들이 다양한 천으로 만든 마스크들은 ‘새로운 패션’으로 지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준수했으나 일부에서는 마스크가 불편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며 시민자유를 제한한다며 착용을 거부했다. 마스크 착용 거부자와 이를 단속하던 보건당국자 사이에 벌어진 총격전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지에 대서특필됐을 정도다.
경찰은 마스크 미착용자들을 강력 단속했으며 이들에 대한 징계는 벌금, 구류, 신문에 이름공지 등이었다. 실제로 한 주에 110~175명씩 체포됐고, 이들은 30일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10달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마스크 미착용으로 50달러의 벌금을 냈던 사람 중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장, 수퍼바이저, 하원의원, 판사, 해군제독, 보건관계자도 있었다.
이런 엄격한 조치 덕분에 사망률이 억제됐고, 마스크 착용령은 1차 대전이 끝난 11월21일 종료됐다. 시 당국은 이날 정오 해금령을 내리고 종전 축하와 함께 마스크 벗어던지기 행사를 진행했다. 공공집회가 다시 허용됐고 사람들은 극장과 영화관, 스포츠 경기에 모여들었다.
그러나 12월초 독감의 2차 확산이 시작됐다. 1월초에 하루 600여건씩 독감이 보고되자 시는 두번째 마스크 의무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발이 더 심했다. 일부 정치인과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마스크 반대연맹’에 수천명이 모였다. 그러나 확산이 더 심해지자 마스크 착용이 강제됐고, 이후 환자와 사망자가 차츰 줄어들면서 2월초에 다시 해제됐다.
서둘러 마스크를 벗고 경제를 재개하여 2차 확산이 찾아온 것이나, 두 번째 의무령을 내리자 사람들이 더 반발했던 일들이 지금과 똑같다.
당시 마스크 착용이 감염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 주보건국 자료에 의하면 샌프란시스코 제너럴하스피탈의 간호사들은 열심히 마스크를 썼지만 78%가 플루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마스크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허접해서 수술용 마스크조차 거즈 몇겹을 대서 만든 것이었으니 바이러스 침투를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통계상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런 마스크라도 착용을 의무화한 지역은 그렇지 않았던 지역보다 방역상태가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2007년 전국과학아카데미는 스페인독감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마스크 강제령으로 사망률이 최소 25% 감소했다고 결론지었다.
성능이 훨씬 좋은 마스크를 쓰는 지금은 그 효과가 더 확실하다. 이번 팬데믹에 마스크 착용을 일찍 시작했거나 강력한 의무수칙을 오래 지속한 커뮤니티는 확산과 사망률에서 낮은 곡선을 보이고 있다.
100년전 마스크를 두고 싸웠던 사람들은 다 죽었고, 현재의 미국인들은 그랬던 사실조차 잊은 채 또 다른 팬데믹을 맞아 똑같은 갈등을 빚고 있다. 인간은 변하지 않고, 역사는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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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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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년전 스페인 독감때도 마스크 논쟁을 벌이고 마스크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으로 나뉘었다니.. 참으로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가 봅니다.. 마스크 쓰는 일이 그리 어렵지도 않는데, 왜 안 쓰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간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마스크 안 쓰다 죽으면 묘비에나 마스크를 걸어둘 것인가.. 쯧쯧
허접한 제 생각을 피력해 보자면요.. 마스크를 쓰고 안 쓰고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만약에 내가 무 증상 감염자이라면, 내 가족과 친구, 이웃들에게 바이러스를 조용히 전염 시킬 수 있다면, 그냥 내가 마스크를 쓰는 것이 훨씬 쉽고 또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 사람은 내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지만 외국 사람은 자기가 아프지 않으면 쓰지 않으려는 기본적인 성향이 있다.
내가처음 미국에 왔을때 무식한 미국인을 대하면서 아하 내가왜 여기왔지 하고 놀랫으나 학교에 가고 배우면서 미국의 또 다른면을 볼수 있었지만 아직도 개인의 자유라는 어거지 주장이 미국을 민주주위를 망치게 만드는구나 하고 엣날에 생각했든 그 생각이 지금도 아직도 머리에서 맴돌게 하는군요, 역시 사람은 죽을때까지 철이들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것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