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위기의 총합’이라는 시사만평이 눈길을 끌었다. 현재의 미국 상황은 1860년대 남북전쟁, 1918년 스페인독감 대유행, 1930년대 대공황과 파시즘 준동, 1968년 폭동이 모두 한꺼번에 일어난 것과 같다는 풍자만화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노예해방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남북전쟁은 현재 극렬하게 양분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보아도 좋겠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기’가 그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남용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볼 때마다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 이래도 되는 걸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밖에 나갈 때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손에는 일회용 장갑을 낀다. 마켓에서도, 약국에서도 플라스틱 장갑을 나눠주고, 물건은 플라스틱 백에 담아준다. 미국마켓에서는 종이봉투와 플라스틱 백을 선택할 수 있지만 한인 마켓들은 유독 두꺼운 플라스틱 백만을 사용하니 집에 쌓여가는 비닐 백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백은 매년 1,000억개, 리사이클 비율은 10%도 안 된다.
식당에서 음식을 투고해 먹을 때면 또 한숨이 나온다. 밥, 국, 김치, 각종 반찬들은 물론 파, 소금, 다대기, 식초, 겨자까지 모두 일인분씩 낱개 포장돼있다. 두세 사람이 먹으려고 풀어놓으면 식탁이 수십개의 일회용 용기들로 가득 차버린다. 이제 문을 연 푸드 코트에서도 그릇이 아니라 일회용 용기에 서브한다니 참 큰일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버려진 마스크와 고무장갑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중국의 한 경제개발구에서는 버려진 마스크가 매일 200~300kg 씩 수거된다고 한다. 홍콩의 해변에는 하루 70개가 넘는 마스크가 밀려온다는 뉴스도 나왔다.
이런 일상의 현장과는 비교도 안 되게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많이 쓰는 곳은 병원이다. 팬데믹 이전에도 의료 도구와 소모품은 모두 일회용을 쓰고 있지만 코비드-19 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 보호복과 장비가 더해져 장갑과 마스크, 모자와 가운, 바이저(얼굴가리개), 심지어 시신가방까지 매일 전세계에서 어마어마한 양이 소비되고 버려진다.
자연 분해되지 않는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갈 것인가. 대부분 바다와 자연환경으로 배출돼 먹이사슬에 흘러들어간다. 고래와 거북이 등 바다생물의 몸에서 나온 수십개의 플라스틱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북태평양 한가운데 떠다니는 ‘거대 쓰레기섬’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환류를 타고 쓰레기가 한곳으로 모이는 쓰레기섬은 한두개가 아니며 큰 것은 아프리카 대륙만하다고 한다.
쓰레기들은 파도와 조수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고 나중에는 가루처럼 작은 입자,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플랑크톤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을 해양동물들이 먹고, 그 물고기를 잡아서 결국 우리 식탁으로 돌아온다.
지난 주 발표된 연구결과는 미세플라스틱이 하늘에서도 쏟아져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타 주립대학 연구팀이 조슈아 트리와 그랜드캐년 등 미국 서부지역 11개 국립공원 및 야생보호지역에서 339개의 퇴적샘플을 조사한 결과 9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이것은 매년 1,000톤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비와 눈에 섞여 내린다는 것, 플라스틱 물병 3억개 분량이 쌓이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 말은 곧 우리가 지금 미세플라스틱을 호흡하고 있고, 지구상 어디에도 미세플라스틱을 피할 곳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핑계로 당연한 듯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보건당국은 감염차단을 이유로 이를 장려하고 있다. 환경보호운동가들이 오랜 세월 투쟁해 어렵게 얻어낸 플라스틱 사용규제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리고 있다.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안전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릇과 쇼핑백은 충분히 세척하고 잘 말려서 쓰면 일회용품보다 안전하다고 의료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식당에서의 감염 위험도 그릇보다는 손잡이, 테이블, 의자 등이 더 크다.
일회용품을 남용하는 이유는 한번 쓰고 버리면 그만인 당장의 편리함 때문이다. 이제 조금 억지로 불편하면 좋겠다. 마켓에서는 종이백을 요구하거나 샤핑카트에 담아서 바로 차로 옮기면 된다. 집콕 생활로 늘어났던 온라인쇼핑도 줄여야겠다. 과포장된 택배 쓰레기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셧다운이 풀렸으니 상점에 가서 샤핑하고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생활로 돌아가야겠다. 힘겹게 재기하는 상권의 부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다. 대중적으로 사용된 지 반세기만에 플라스틱 없는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졌다. 우리는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다같이 노력하여 환경파괴에 의한 지구재앙을 늦추거나 막기 위해 힘을 합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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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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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네요. 이제 억지로라도 조금 불편을 감수하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습니다. 평소 알고 있었지만 “나 하나쯤 이야”하면서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저부터 먼저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아마존 오더도 줄이고 커피도 일회용 컵에 마시지 않고 마켓에서 주는 플라스틱 봉지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우리 뿐 아니라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생태계 환경 보호에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히 필요한 때 입니다.
정숙희씨, 절실히 필요하고 모든 사람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좋은 토픽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쓰레기 많이 나오는 집치고 계속 잘사는 가정이 없더라는게 제 나름 관찰입니다. 페이퍼타올도 빨아서 쓰시는 분, 플라스틱 포크도 씻어서 쓰시는 갑부가 학생때 장학금을 주신 분이라 저도 그렇게 살아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개인의 작은 환경 보호운동이 절실히 요구되는군요. 저는 투고된 일회용 플라스틱 이나 스티로폼용기를 주방세제로 두번 깨끗이 씻어 재활용캔에 버립니다. 버려진 물은 재활용 가능하지만, 화학 일회용제품은 그렇지않죠.
우리는 한달에 한번 쓰레기를 버리는데 이웃 다른집을 보면 매주 한번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데 이또한 우리집 한달에한번내다 버리는것과 같은 양이다, 이뜻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줄일려 노력한다면 충분히 할수있단 말이 되는데 이 미쿡이라는 나라느 어찌된 일인지 국민 의식이 말이 아닌것을 너무나 많은 곳에서 보니 참 아타까울 때가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