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검은 고양이 슈리가 현관문에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현관문이 불투명한 유리에 가로로 나무 살이 들어간 현대식 패널 디자인인데 그중 제법 높은 패널에 매달려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우스꽝스러워 깔깔거리고 웃었더니, 슈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돌아보느라 바닥에 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쿵 소리가 났다. 이번엔 사진을 찍으려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내가 곁에 가니 슈리는 발톱을 세워 문에 달려 있다가 다시 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져서도 고개를 치켜들고 현관문 위를 바라보았다.
슈리의 눈동자를 따라가 보니 현관문 바깥쪽에 달려있는 화환 위에 멈추었다. 양쪽 현관문 위에 인조로 만들어진 노란 튤립과 초록 잎이 엮어진 화환이 달려있는데, 불투명한 유리 사이로 자세히 보니 작은 새가 화환 위에 둥지를 만드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어머! 새가 현관문에 달린 화환 위에 새집을 짓고 있어요!” 내가 놀라서 소리치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집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달려왔다. 그가 슈리를 보듬어 안아 올려 새가 비치는 위치에 바라보게 섰다. 슈리가 유리를 발로 툭툭 치니 새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우리는 그렇게 새가 겁을 먹고 집 짓는 것을 포기하고 갔으리라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그 새가 화환 위에 둥지를 틀고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현관문을 여니 작은 새는 재빨리 날아가고 화환 위를 보니 둥지 안에 손가락 마디만 한 새알이 다섯 개가 있었다. 밤새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모양이다.
“어떻게해요?! 새가 화환 위에 둥지를 틀고 새알을 낳았어요!” 일을 하러 오피스룸으로 들어가려던 남편이 다시 나왔다. “멍청하기도 하지. 현관 문 위에 알을 낳으면 어떡해?! 그것도 옆에 고정된 문 화환 위에라도 지었으면 나을 걸, 이 여닫는 문 위에 집을 짓고 알을 낳다니!”
“옆문에 달린 화환이랑 위치를 바꿔놓으면 어떨까? 그러면 현관문을 여닫아도 고정된 문 위에 있으니 새알이 떨어질 염려는 없잖아요?” 남편과 나는 두 화환을 위치를 바꾸어 달아놓고 들어와 현관문을 닫고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작은 새는 위치가 바뀐 상황을 이해를 못 하는 듯 여닫는 문 앞에서 날개를 퍼덕이다 날아갔다. 이러다 이 멍청한 새의 새끼들이 죽게 되면 어쩌나 싶어 우리는 다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 화환의 위치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날부터 우리는 아이들에게도 현관문 금지령을 내렸다. “새는 지렁이 같은 벌레를 먹는데 벌레를 잡아다 주어야하나?” 항상 먹는 것에 가장 관심이 많은 남편은 새 먹거리부터 걱정했다. “그냥 새 모이를 사서 집 앞 나무에 새집을 달아 놓아주면 되지.”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는 온라인으로 새 모이를 주문하려 인터넷을 열었다. 그런데 모이는 새 종류에 따라 너무나 많은 종류가 있는데 나는 어미 새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무슨 새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차고 문을 열고 나가보려 해도 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 어미 새는 벌써 저만치 날아가 집 앞 백일홍 나무 위에 숨어버렸다.
요즘 우리 가족은 날마다 새에 대해 공부를 한다. “새가 알에서 나오는데 4주 걸린대요.”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말했다. “아니야, 저렇게 조그만 새 종류는 2주면 나온대.” 남편이 반론을 제기했다. “먹이도 새끼 새는 새 모이나 벌레를 먹이면 안 되고 개나 고양이 먹이를 물에 불려 먹이면 된대. 그리고 새끼 새가 행여라도 둥지에서 떨어지면 야생동물보호센터에 전화해서 도움을 구해야지 우리가 함부로 도와주려 하면 안 된대. 알았지?” 남편은 상세한 정보를 찾아본 후 우리에게 일렀다.
새끼 새가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화환 밑에 그물망이라도 달아주어야 하나? 매해 봄이면 달려있던 화환인데 어째서 올해는 조그만 새 한 마리가 저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을까?
사람 사는 세상은 바이러스로 온통 어수선해도 새로운 생명은 잉태되고 정원엔 붉은 장미꽃이 탐스럽게 피기 시작했다. 매해 5월이면 피는 장미꽃이 올해는 더 눈부시고 향기롭다. 5월은 가정의 달, 아이들의 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어 감사의 달이다. 모든 우주의 섭리가 더욱더 놀랍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올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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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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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우리집 상황을 보는것같군요, 위치야 다르지만 환기통옆에 몇년전부터 파랑새가 집을짖고 새끼를 키우고 올해도 지금 둥지를 틀고 매일 살펴보는데도 고개를 내밀고 오고가는 우리를처다보며 미동도 하지않고 앉아있는걸볼수있군요, 몇일만더있으면 날씨가 뜨거워 환기통을통해 뜨거운 열기를 팬이돌아가 나올걸우려해 판자를대어 바람을 막아주었지요, 올해도 짹짹짹얼마있으면 새끼를까 날아가겠지요, 사람의욕심이 자연에있든 코로나가 사람에게로 옮겨져 지구촌이날리인데 인간들은 그걸 남탓으로 돌리는 헤괴한 이론을 제기하며 참을튀기는걸보면서 씁씁함을 느끼는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