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버지니아 어느 시니어교육센터에서 매주 뷰티 아트테라피 수업을 했었다. 매번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시는 어르신들의 자세에 가르치는 이로서 그 시간이 오히려 나에게 기쁨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항상 흥미로운 시간들로 즐거웠는데 마지막 즈음의 수업시간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참여하는 이들이 자신의 패션생활 속에 담겨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만나는 시간이 매우 특별했기 때문이다.
이 날은 과거 자신의 기억을 담고 있는 버리지 못하는 내 물건들을 가져와 나누고 자신을 이해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그동안 버리지도 주지도 못했던 과거의 물건들을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 이면의 또다른 나를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과거에 집착하는 나
옷장 앞에서 종일 무엇을 가져와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못 가져왔음을 나눴다. 그리고 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버리거나 남을 줘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마음은 내놓고 싶은데 막상 정리하고 버리거나 주려고 하면 용기가 나지 않아 다시 집어넣는 게 일쑤였다고 한다. 언젠가 입을 거야,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그 물건들은 시간이 오래 지나 낡고 유행이 너무 오래되어 구식이 되 버려 사용할 수도 없는 상태임을 알아차렸다. 그 분은 과거의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는 과거에 집착을 지니고 있음을 대화하다가 알게 되었다.
-미래지향적인 나
똑같은 옷을 두벌 가져와서 자신은 쇼핑을 할 때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전에는 7벌도 샀었고 요즘은 줄여서 두세 벌 여분으로 사놓는다고 나눴다. 다른 분들이 다른 색도 있을텐데 굳이 같은 색상의 같은 옷을 여러 벌 살 필요가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 분명해서 다른 색상은 불필요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주변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는 같은 옷을 자주 입고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7벌 이상 산 옷을 본인은 매일 갈아입고 다녀도 주변사람들은 “저 사람은 옷이 저 옷밖에 없나봐. 매번 저것만 입어.”라고 옷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던 후로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대화를 하고 나서 그 분은 자신이 미래 지향적인 성향이 강한 생활패턴이 있음을 알아차렸고 자신이 삶을 자신의 계획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완벽주의와 강박성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던 부분을 타인으로부터 조언이나 충고를 들을 때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임도 인정하였다.
-현실주의인 나
평범한 물건들을 가져와 보이지만 하나하나 설명하다가 그 물건들에게 일률적인 공통점이 드러난 이야기가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된 자신의 체형과 환경 그리고 상황에 맞춰 쇼핑을 하고 착용을 했기 때문에 과거 패션들은 현재 변화된 자신에게 불필요하여 거의 다 주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버렸다고 설명해주었다. 자신은 지나간 인생의 과거에 대해 떠올리거나 거기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아깝다고 말했다. 젊을 때는 젊은 그 시절이고 나이 들어 노인이 되는 이 시기는 현재 자신이니 젊었던 지난 과거는 그저 추억에 불과하지 지금이 아님을 인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지낸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물건들을 통해 자신은 현재를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현재에 맞춰 살아가는 현실주의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겁고 어두운 과거를 내려놓는 셀프 테라피-
몇 가지 소장한 액세서리를 가져온 분은 젊었던 과거에는 액세서리와 보석들을 꽤 좋아해서 많이 사고 착용하고 다녔지만 나이가 지긋이 든 이제는 불필요함을 느낀다고 소개해주었다. 가져온 몇 가지 중 금색 팔찌를 소개할 때는 다른 물건과는 좀 다른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 팔찌는 과거에 무척 아꼈던 물건이지만 오래 전에 착용하고 워싱턴에서 소매치기를 당할 뻔해서 당시 두렵고도 무서운 찝찝한 기억이 담겨 목걸이였던 것을 팔찌로 디자인을 바꿨지만 그 후로 한 번도 착용해보지 못한 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과거를 얽매지 말고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분이 가져온 몇 가지 액세서리를 보고서 너무 예쁘다고 만지고 착용해보기도 했다. 다른 분들이 그분이 가져온 액세서리들을 보며 좋아하니까 그분은 선뜻, “맘에 들면 가지셔요. 난 이제 필요 없답니다.”라고 하며 선물을 주셨다. 그분에게는 어두운 과거를 내려놓는 용기의 순간이 다른 이들에게는 뜻밖의 선물로 기쁨이 되어 버림과 얻음이 서로 공존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분이 공유한 액세서리들은 나중에 알고 보니 값비싼 세상의 보석들이었다. 이 시간은 과거 삶이 담긴 세상의 흔적을 버림으로 자유함을 얻는 무엇보다도 값진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소장한 여러 물건들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 누군가에게 필요할 수 있는 버림과 얻음의 공존으로 서로 사랑을 나누어 따뜻한 기운을 얻으면 좋겠다.
문의 yun84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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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전문가 /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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