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였고 문명이 발생하였다. 현대에 들어서도 물의 중요성은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모여 살면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하수도 처리가 더 중요하다.
역사상 처음으로 하수도가 나타나는 것은 메소포타미아 시대로, 도시 유적에서, 궁전으로부터 폐수를 하수도를 통해 버리는 시스템이 발굴되었다. 인더스 문명의 대표적인 도시(현재는 파키스탄에 위치해 있는) 모헨조다로에, 기원전 2600년경 계획에 따라 정확히 배치된 집과 도로가 있고, 도로 옆을 따라 벽돌로 만들어진 하수구가 있으며 각 가정으로부터 벽돌이나 사기로 만들어진 관이 접속되어 넓은 거리의 하수구로 흐르도록 되어있다.
로마인들은 도시를 건설할 때 물의 확보를 중요시했고 상수도로 사용된 물의 처리를 위해 필연적으로 하수도 시설을 갖추었다. 그러나 로마의 몰락과 함께 유럽에서는 상하수도 시설이 퇴보되었다. 중세 유럽에는 하수도 시설이 따로 없어 집밖에 사람들의 배설물이 가득하였다고 한다.
중세에는 교역이 활발하게 되어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집중 되면서 위생환경이 악화되었다. 유럽 중세시대에는 오염된 수질과 환경으로 콜레라 등 전염병이 창궐하였고, 1350년경 유럽에 페스트가 유행하면서 당시 유럽 인구의 30%에 달하는 2천만 명이 페스트로 사망하였다. 근대적 하수도는 산업혁명 후 도시화의 진전과 산업의 발달에 따라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수세식 화장실도 영국에서 1820년경부터 보급되었으나, 런던에서는 수세식 화장실이 급증하면서 테임즈 강이 심하게 오염되고 말았다. 여러 차례 콜레라가 발생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으며 1858년은 ‘위대한 악취의 해’로 명명되었다. 1914년 직접 강으로 내보내던 하수도를 정화시켜 내보내는 하수 처리장이 설치되었는데 이로써 근대 하수도가 시작된 셈이다.
현대에는 하수도가 종래의 단순히 버리는 기능에서 수자원의 재생과 활용의 과정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도시화에 의해 빗물의 이용과 상수원이 부족해진 상황이니 물 순환의 회복이 절실하게 되었고 빗물 재이용과 하수 처리수의 재이용 기술은 주목받고 있다.
상하수도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이지만 인체에 있는 하수도 처리능력에 비하면 아주 원시적인 수준이다. 우리가 음식과 물을 섭취하면 일단 몸에 필요한 필수 요소는 장에서 흡수되고 찌꺼기는 대변으로 나간다. 장에서 흡수된 필수 요소들이 몸속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 후 남게 된 노폐물들은 혈액 안으로 모이게 된다.
혈액에 모인 노폐물들은 혈액이 콩팥의 아주 작고 얇은 모세혈관을 통과할 때 보우만 주머니로 빠져나와 작은 요관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노폐물이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몸집이 큰 백혈구, 적혈구와 단백질은 절대로 빠져나오지 않고 몸에 필수적이지만 크기가 작은 혈당, 아미노 산, 각종 전해물질들은 빠져 나온다.
그러나 가늘고 구불구불 하게 생긴 요관을 지나면서 몸에 필요한 혈당, 아미노산, 필요 전해물질은 거의 다 흡수되고 몸에 필요 없는 암모늄, 불필요한 대사물질 등은 오줌이 되어 배설된다. 우리 몸의 평범한 상태에서 혈액은 1분당 약 100ml (하루로 환산하면 150 리터)가 모세혈관에서 보우만 주머니로 여과가 되는데 긴 요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99%가 흡수되고 하루에 1.5리터 정도의 농축된 소변만 몸 밖으로 나간다. 몸의 수분상태에 따라 콩팥은 하루에 소변을 0.5리터까지 줄이기도 하고, 또 12리터까지 늘리기도 하여 물의 흡수량을 조절한다.
이 조절은 우리 몸의 ADH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데 체내에 물이 부족하면 농축된 혈액이 신호를 보내 ADH 호르몬이 많이 나오게 되고 이 호르몬은 요관에 물을 흡수할 수 있는 통로가 많이 생겨나게 하여 물 흡수를 촉진시킨다. 이 특수한 몸의 수분 재활용 시스템은 매우 빠르게 작동되며 필요한 만큼만 물이 흡수되도록 자동조절 된다.
그런데 자동 재활용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몸에 필요하지도 않은데 ADH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어 물을 지나치게 많이 흡수하는 경우이다. 폐 염증 혹은 암, 머리를 다친 경우, 또 몇몇 약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증상은 정도에 따라 울렁거림, 구토, 두통, 정신혼미, 근육 약해짐, 피곤증이 올수 있다. 물이 몸 안에서 부족해서는 안 되지만 아무리 중요해도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병이 된다.
물의 재활용을 보면서 우리 몸은 무엇이든지 필요한 만큼만 간직하게끔 설계되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꼭 필요한 만큼만 간직하고 살라”고 우리에게 들려주는 창조주의 메시지이다. 그 사실을 잊고 많이 가지려고 할 때 우리는 고통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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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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