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선생님 한 분이 들려 주셨는데 아직도 잊지 못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말이 하나 있다. "호랑이를 그리다가 망치면 고양이라도 되지만 처음부터 고양이를 그리다가 망치면 쥐새끼도 안된다." 어린 시절 나의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이 말을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의 제자들에게 해 주곤 한다. ”꿈을 크게 가지거라! 처음부터 고양이 대신 호랑이를 그리거라!”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이 컸던 모양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그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마다 콩나물 교실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한 학급에 있었는데 그때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이들 한명 한명을 다 일으켜 세우시고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말해보라고 하셨다. 내 차례가 돼서 나는 담대히 일어나 ‘영부인’이 되고 싶다는 남몰래 간직했던 소중한 나의 꿈을 솔직하게 나눴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들이 나를 비웃기도 했었다. 그때 나는 좀 창피하기도 했었지만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할 정도로 아주 컸던 나의 꿈을 주저하지 않고 당당히 발표했던 게 자랑스럽기까지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감히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때라 대통령 부인은 우리나라 여성 중에 가장 큰 선망의 대상 이었고 그 당시 영부인은 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었기에 아마 어린 여자 아이 눈에도 그런 대통령 부인이 좋아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나름 그렇게 큰 영향력을 갖추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듯 싶다.
중년을 접어든 지금의 나는 물론 대통령 부인도 아니고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만 학창 시절 부터 큰 그림을 그린 덕분인지 내가 가진 재능을 태평양 건너 두고 온 나의 조국과 지금 살고 있는 지역 사회를 위해 열심히 나누며 만족해 살고 있다. 처음에 착한 호랑이를 그린 덕에 이제는 행복한 고양이 정도는 그리게 된 기분이다.
서른 살이 훌쩍 넘어 어른이 된 어느날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도 잊지 않고 평생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 제자들에게 또 가끔은 꿈을 잃고 헤메고 있는 내 자신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 주곤 한다. 이야기는 한 남자가 낚시를 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남자는 쉴틈없이 물고기를 연신 잡아 올리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팔과 물고기를 견주어 자신의 팔꿈치 이상의 큰 물고기를 잡으면 다시 바다에 내던지는 게 아닌가? 그 행동을 지켜본 구경꾼이 왜 큰 물고기는 버리고 작은 물고기만 담고 있는지 의아해 물어봤다. 그런데 그 남자의 대답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일 큰 후라이팬 사이즈가 자신의 팔쭉 사이즈 밖에 안돼서 더 큰 물고기는 집에 가지고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의미 심장한 인생의 교훈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내면 세계의 후라이팬 사이즈가 작은 탓에 큰 일을 꿈꿔 보지도 못하고 현실에 안주해 버리는 게 사실 허다하다.
내가 상상하는 것이 너무 크고 내가 바라는 꿈이 너무 커서 포기하고 싶을 때 작은 것을 먼저 시작해 보는 지혜를 발휘해 보면 어떨까?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과 배려를 주저하지 않고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겨 보면 어떨까? 우리들의 커다란 꿈은 결코 하루 아침에 당장 이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것 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해 내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하루 하루 실천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이뤄질 것이라는 그런 믿음, 어른이 되면서 잃어 가고 있던 그런 신념을 다시 가져 보면 좋겠다.
신이 하루와 하루 사이에 밤이라는 어두움의 커튼을 내려 주신 것은 '하루'가 사람들이 해와 달을 보며 만들어 낸 '한달'이나 '일년'보다 더욱 더 소중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해를 보내는 12월 끝자락에서 허무감이나 공허감 대신 하루 경영을 잘 하다보면 내가 이루고자 하는 큰 꿈도 어느새 내 곁으로 성큼 다가오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또 다시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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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송/ 코네티컷토요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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