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고 또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시매” (마가복음 6:41) - 신약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이다.
시작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였는데 결과는 5,000명이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어떤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해석은 분분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긍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다.
5,000은 그 시대 계산법으로 성인남성의 숫자. 여성들과 아이들을 합치면 1만은 족히 되었을 큰 무리가 모여 앉아있는데, 날은 어둑어둑 저물어가니 예수는 마음이 쓰이셨을 것이다. ‘저들이 배가 고프겠구나, 먹여야 겠구나’ 하는 자비, 사랑의 마음이다. 기적은 간절함, 간절히 아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비슷한 기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료비 한 푼 들이지 않고 5,000명을 먹인다면 그 또한 기적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런던의 환경단체 ‘피드백(Feedback)’이 벌이는 ‘5,000명 먹이기(Feeding the 5000)’ 캠페인이다. 버려지는 야채나 과일 등을 조리해 함께 먹는 행사이다. 우리가 이렇게 멀쩡한 음식을 이렇게 많이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함으로써 음식물 낭비를 막자는 운동이다.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서 버리는 것이 일이고, 다른 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배를 곯는 지구촌 최대의 모순이 마침내 글로벌 이슈로 부상했다. 식량낭비 문제에 유엔, 바티칸, 미국 등 선진국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동의 목표는 2030년까지 음식물 낭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1월 초 연방당국과 식품제조사, 식당협회 등의 협업을 위한 식량낭비감소연맹이 출범했고, 바티칸에서는 11월 중순 교황청 과학원이 식량낭비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그에 앞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세계 식량의 날’(10월16일)을 맞아 한달 동안 해시태그(#StopTheWaste) 캠페인을 펼쳤다. 인류 전체가 배불리 먹을 만큼 식량이 생산되는 이 시대에 9명 중 한명(총 8억2,100만명)은 매일 주린 배를 잡고 잠자리에 든다고 WFP는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연 40억 톤)의 1/3이 그냥 버려지기 때문이다. 식량을 상품으로 보는 소비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배경이다.
쌀 한톨, 감자 한알을 농부들의 땀의 결실이라며 귀하게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수퍼마켓에 산더미 같이 쌓인 상품 중의 하나 - 버려도 죄책감이 없다. 생산자들은 상품가치가 우선이다. 규격에 맞지 않거나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과일 야채를 인건비 들여 수확하고 유통비 들여 납품하지 않는다. 산지에서 그대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많게는 40%에 달한다.
유통과정에서 흠집난 청과물, 유통기한 다가오는 식품들은 수퍼마켓에서 대거 버려지고, 소비자의 집에 도착한 식품들은 냉장고에서 방치되다가 또 버려진다. 모두 합치면 연간 13억톤.
‘5,000명 ~’ 캠페인을 시작한 사람은 영국의 환경운동가 트리스트람 스튜어트(42)이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15살 때 용돈을 벌기 위해 돼지를 키웠다. 학교식당, 동네빵집, 수퍼마켓에서 버려지는 음식물들을 얻어다 먹이니 돼지들은 무럭무럭 자라 돈벌이가 쏠쏠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돼지먹이로 가져온 말린 토마토가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그날 아침 돼지들과 같이 아침을 먹으면서 소년은 좋은 음식들이 너무 많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대자본들이 세계 각지에 진출해 숲을 베고 농지를 만들고, 이미 말라가는 저수지 물을 뽑아 농업용수로 쓰고, 화석연료를 태워 탄소를 배출하면서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하고는 그 상당부분을 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기에는 지구가 생태적 한계에 이르렀다고 그는 지적한다.
과잉생산-낭비는 경제와 환경의 문제, 그리고 윤리의 문제이다. 특히 낭비가 심한 미국에서는 전체 음식물의 40%가 버려진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 2,180억 달러. 총 6,300만 톤으로 한데 모으면 캘리포니아의 3/4이 넘는 엄청난 규모이다. 아프리카에서 6,000만 어린이들이 기아상태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는 죄악이다.
낭비된 음식물 관련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로 치면 미국, 중국 다음으로 3위. 프란치스코 교황은 식량낭비가 기후변화와 기아를 악화시킨다고 개탄한다. ‘빈자의 아버지’인 그는 “음식을 버리는 건 가난한 자들의 것을 훔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연말은 ‘음식의 계절’, 많이 차리고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때이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을 돈으로 환산하면 4인가족 기준 연 평균 1,500달러. 그렇게 버린 걸 모은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음식물 낭비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수많은 ‘5,000명’들이 함께 먹는 기적이 가능할 것이다. ‘5,000명을 먹이는 기적’은 대단히 실현가능한 일일 수 있다.
junghkwon@koreatimes.com
<
권정희 주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지금 교황은 예수회 수장으로 마약거래와 세계의 전장은 모두 다 관계가 있는 살인마로 이자가 하는말은 다 거짓말이고 전쟁을 일으키려는 수작이다... 이넘은 처죽여야 살상을 막는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아울러 NON-GMO, ORGANIC 등 근거없이 식량증산의 발목을 잡는 행태도 없애야 할것입니다. 먹는것 가지고 지나치게 까다롭게 구는것이 제발등을 찍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말말말 입만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