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 참석했다. 주제는 ‘남편과 아내가 대화를 잘 하는 법’, 강사는 ABC 상담대화교육원의 여명미 대표였다. 가정의학과 의사였던 그는 50대이던 20년 전 의사를 그만두고 ‘대화 잘 하는 법’ 가르치기에 전념하고 있다.
대화란 마주한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것. 그 간단한 일이 잘 안돼서 인간사 많은 문제들이 생겨난다. 특히 부부 간 대화에 문제가 있으면 그로 인한 아픔이 자녀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미국에서 정신건강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부부간 문제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통계를 보면 이들 응답자의 65%는 이혼에 이르는 가장 보편적 요인으로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꼽았다. 외도나 가정폭력 등 부부 중 한사람의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 아니다.
아시아에서 이혼율 1위인 한국에서도 이혼 사유 1위는 ‘성격차이’이다. 딱히 이유를 짚어낼 수는 없지만 부부가 도무지 맞지를 않아서 같이 못 살겠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도 다르지 않다. 각 지역 가정상담소가 발표하는 상담사례 분석을 보면 가정불화의 형태는 여럿이지만 근본은 하나, 불통이다. 한 지붕 아래서 한솥밥 먹으면서 같은 한국말 쓰는데도 의사소통이 안 된다. 통하지 않으면 아픈 법, 불통즉통(不通則痛)이다.
남편과 말이 안 통해 속이 터지는 중년의 주부들을 상상하며 강연장에 갔다. 그런데 토요일 오전 10시, 그곳에서 마주한 광경은 뜻밖이었다. 50~60명 참석자 대부분은 노년층, 그중 거의 절반은 남성이었다. 부부동반도 아니고, 혼자서 강연을 들으러 온 60?70대 늙수그레한 남성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어떤 절박함이 이 할아버지들을 대화공부에 나서게 했을까 …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그들을 등 떠민 것은 필시 쓸쓸함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노년이 되면 남성들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모든 관계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열매를 얻는 법. 평생 사회활동을 중시하며 바깥으로 돌던 남성들이 은퇴하고 나면 식구들은 낯설다. 아버지와 시간 보낸 기억이 별로 없는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 자기 삶으로 바쁘고, 갑자기 남편과 하루 24시간 마주하게 된 아내는 숨이 막힌다. “하루 세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나이든 아내들은 말한다.
직장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남성들의 대인관계는 은퇴와 동시에 끊어지고 뒤늦게 아내와 자녀들과 친해보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성인자녀들은 어려서부터 하던 대로 매사를 엄마와 의논하고, 아버지와의 대화는 형식적이고 뜨악하기 일쑤. 노년에 집안에서 외톨이인 남성들이 많다. 그런 쓸쓸함이 70대 남성들을 대화법 강연장으로 나오게 했을 것이었다.
“2~3년 전부터 남성들이 늘고 있어요. 전에는 참석자의 90% 이상이 여성이었는데, 지금은 어디를 가나 10명 중 서너 명은 남성입니다.”
여명미 대표는 남성들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번 강의에서는 70대 즈음 남성 4명이 강의실 맨 앞줄에 앉아서 “얼마나 열심히 듣는지 (내가) 감격을 했다”고 전한다.
수십년 함께 산 부부가 말이 안 통하는 이유는 말이 ‘단어’가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지난 세월 쌓인 감정이 담겨있다. 해결되지 못하고 꾹꾹 눌러놓은 분노, 서운함 같은 감정들이 어떤 말이나 목소리의 톤, 혹은 어투로 되살아나면 대화는 말의 주고받음이 아니라 해묵은 상처 헤집기가 된다. 아프니 소리 지르고, 소리 지르니 싸움이 된다. “그 나이에도 싸울 일이 있나?” - 젊은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노부부의 불화이다.
앞의 정신건강 전문가 100명 대상 조사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부부 간의 불만들도 알아보았다. 남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아내의 잔소리라는 의견이 70%.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평과 지적. 비난이다. 아내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남편의 무시(83%).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말을 해도 무시하니 아내는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남편은 “또 시작이다” 싶으니 귀를 닫아버리는 악순환이다.
‘대화를 잘 하는 법’의 출발점은 ‘경청’이라고 여 대표는 말한다. ‘말’이 아니라 ‘듣기’가 먼저다. 아내가/남편이 말을 하면 고개를 돌려 눈을 쳐다볼 것. 눈을 보면 마음이 가게 되고 귀 기울여 듣게 된다. 그리고는 말에 담긴 마음을 살펴 공감을 표하면 대화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잔소리’도 ‘무시’도 설 땅이 없다.
행복하면 면역력이 증진되고 스트레스호르몬 분비가 줄어 장수의 비결이 된다는 것은 다수의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질풍노도의 시기 지나고 잔잔해진 노년의 삶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랑 받고 존중 받는 느낌일 것이다. 삶이 고적할수록 따뜻한 대화가 소중하다. 오순도순 노부모의 정다운 모습은 그자체로 성인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정신적 유산이 될 것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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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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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식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 수천년 동안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 인류가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입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값는다고"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일 모두가 대화로 시작 그 대화 를 어떻게 시작 끝 을 내는가는 성공 실패를 불러오지요, 트럼프처럼 상대를 무시 조롱 차별 심하면 협박으로 할려 할 땐 처음엔 힘센자가 이기는것 같지만 끝에가선 전부가 손해를 보는게 역사적으로도 증명된사실, 나만을 위한이 아니라 전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면 모두가 행복 이익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