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에서는 아주 특별한 장례식이 있었다. 10년 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
반 중 실종되었던 고 민준영(당시 36세), 박종성(당시 42세) 두 대원의 장례식이었다.
가족들은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 … ” “10년의 기다림 …” 끝에 형이, 동생이 돌아온 사실에 감사했다. 2009년 9월 실종 후 시신수습에 나섰던 원정대가 실패하고 돌아오기를 여러 번, 그럼에도 “어딘가에 기적처럼 살아있지 않을까” 희망을 놓지 못했을 가족들은 이제 시신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감격했다. ‘반갑고 기쁜 만남’이라고 했다.
설산, 히말라야는 가없는 거대한 눈의 산들, 그 아래로 수천 길 빙하 … 어딘가에 점처럼 묻힌 작은 인간의 몸을 무슨 수로 찾겠는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기적이 일어났다. 억겁의 얼음덩어리, 빙하가 녹아내리는 이변이 발생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고지대에서 산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온 시신들을 양치기 주민이 발견했다. 안전로프로 연결되어 10년을 나란히 얼음 속에 갇혀있던 두 대원은 지난 15일 현지에서 화장된 후 17일 유골로 고향에 돌아왔다. 따뜻한 고향땅 가족의 품에서 영면했다.
만고불변으로 여겨졌던 만년설이 녹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세계 각처에서 이변들
이 일어나고 있다.
2년 전 스위스에서는 1942년 8월 실종되었던 부부가 75년 만에 발견되었다. 부부는 알프스 산에서 방목하던 소들을 돌보러 갔다가 빙하 크레바스에 빠졌다.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부부가 모습을 드러낸 것 역시 빙하가 녹아내린 이변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던 자녀들은 80대가 되어 자신들보다 훨씬 젊은 부모의 장례식을 치렀다.
특별한 장례식은 또 있다. 지난 18일 아이슬란드에서는 ‘빙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화산과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에는 400여 빙하가 있다. 그중 오크외퀴들 빙하가 아이슬란드 최초의 ‘고(故) 빙하’가 되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해발 1,198m의 오크 화산 위를 광활하게 덮고 있던 빙하가 완전히 녹아 없어져 거친 바위 표면이 드러났다.
이들 여러 특별한 장례식의 배경은 같다. 기후변화이다. 지구온난화로 수천년 얼음산들이 녹아내리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빙하 장례식’은 기후변화의 실체를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 휴스턴의 라이스대학 기후학자들이 주도했다. 빙하의 죽음을 애도하며 장례를 치르는 우스꽝스런 일은 코미디가 아니라 대단히 심각한 문제에 대한 심각한 경고이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 등 빙하지대에서 빙하가 뭉텅뭉텅 없어지고 있다. 그린란드 온난화현상을 연구해온 뉴욕대학의 대기 해양학자 데이빗 홀란드 박사는 “지구의 냉장고 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표현을 썼다.
연중 10개월이 겨울이던 겨울왕국 그린란드에서 지금 겨울은 단 5개월이다. 날이 따뜻해서 여름이면 반소매 옷을 입을 정도이다. 한해 여름 지나고 나면 무려 4,000억 톤의 얼음이 녹아 없어진다.
히말라야의 상황도 비슷하다. 장장 2,000km에 걸쳐 6,000억 톤의 얼음을 품고 있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21세기 들어서며 이전보다 배로 빠르게 빙하가 녹고 있다고 컬럼비아 대 연구진은 최근 발표했다. 2000년 이후 히말라야 일대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한 결과로, 설산의 높이가 매년 0.5m씩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 물의 가장 큰 부분은 바다, 그 다음은 빙하이다. 담수의 2/3가 빙하다. 빙하는 녹으면 물이 되고, 갑자기 불어난 물은 세계를 위협한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으면서 중국, 네팔,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등 인근 국가들은 홍수, 산사태, 식수부족, 전염병창궐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다. 당장은 홍수 위험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극심한 가뭄을 초래, 히말라야 주변 2억 여 주민들은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대규모 이주 사태가 발생하면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해양에서 녹은 빙하들은 해수면을 높인다. 1972년 이후 그린란드 빙하 해빙만으로 지구의 해수면은 1/2인치 높아졌다. 해빙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닷물에 잠기는 육지가 늘고 있다. 알래스카 작은 섬 주민들이 고향을 잃고 피신하고, 미 동부 해안지역에서도 이주자가 늘고 있다. 멀리 바다가 보이던 전망 좋은 동네가 10여년 사이 바짝 다가든 바다 때문에 위험지역이 된 것이다.
아이슬란드 빙하 장례식에서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미래로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알고 있음을 인정하느라” 추모비를 세운다는 글이 새겨져있다.
지구가 변하고 있다. 화석연료-온실가스-지구온난화 …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걸까.
<
권정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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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5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온난화가 미국탓이라는게아니라 팩트를 직시하라른거지. 트럼프가 지구온난화를 fake news라고 거짓말을하고 온난화의 관련된 정책들도 폐기하니 뭐라고 하는거지... ㅉㅉㅉ
지구 온난화가 미국탓?중국탓이다 똑바로 처다봐라 세상을14억인구가 때는 석탄 그노무 중국 매연 한국까지 오는거 모르시나?왜 시진핑한테 날리를 처야 되는걸 항상 미국탓이지?
아무리 각인을 시켜도 보수꼴통들은 지구온난화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믿고 석유, 석탄 펑평때고 플라스틱마구버립니다. 이들때문에 아무리 진보들이 막으려해도 결국 지구는 엄청난 재앙을 겪을겁니다. 역사에 기록해야합니다. 지구를 망하게한건 보수꼴통, 기독교인들이라고. 우리들의 후손에게 미안할따름입니다.
기후변화는 인재이든 아니든간에 거스를수 없는 현상입니다.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쪽으로 인류의 중지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지구만 변하면 그래도 덜 걱정하는데 서로 믿지못하고 자기만 잘먹고 잘살겠다고 각 나라가 자기나라 우선주위를 외쳐대니 앞으로 다가올 지구촌의 위험을 함께 힘을합해 미래를 대처해도 자연의 변화를 감당하기 벅찰텐데도..이거정말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