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날두 노쇼에 분노한 팬들, 손해배상 집단소송 나서
▶ K리그, 유벤투스에 항의 공문 “무책임·거만함으로 팬심 무시”
호날두(가운데)가 경기 시작 전 벤치에 앉아 있다. [AP]
지난 26일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이탈리아)의 친선경기에서 발생한 ‘호날두 노쇼’ 파문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호날두 경기 직관(직접 관람)’을 기대했던 팬들은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6만여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호날두가 모처럼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최고 40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입장권을 기꺼이 구매한 팬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정작 경기 시작시간인 8시까지 유벤투스는 경기장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이틀 전 중국에서 친선경기를 치른 유벤투스는 이날 기상악화로 인해 예정보다 2시간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이후 이어진 모든 일정이 줄줄이 꼬리를 물고 엉망이 됐다. 호날두의 참석이 예고됐던 팬 사인회가 취소됐고 호텔에 늦게 도착한 팀이 경기장으로 늦게 출발한 데다 비 오는 금요일 저녁 교통체증에 막혀 킥오프 시간(오후 8시)을 넘긴 오후 8시4분에야 경기장에 도착하는 황당한 일이 이어졌다.
결국 킥오프 시간이 1시간이 늦춰졌다. 그럼에도 팬들은 차분히 기다렸으나 호날두는 경기 전 필드에서 몸도 풀지 않은 채 곧바로 킥오프 직전 나타나 벤치에 앉았고 이후 경기 종료까지 벤치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호날두가 교체로라도 뛸 것으로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원망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호날두‘를 외치던 팬들은 막판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이름을 연호하며 호날두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끝내 벤치를 떠나지 않았고 이후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한국을 떠나 팬들을 화나게 했다. 더구나 이탈리아로 돌아간 직후엔 ”집에 오니 좋다(Nice to back home)“는 문구와 함께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짧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한국 팬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팬들의 원성은 이번 친선전을 주최한 공연기획사인 더페스타와 경기를 허가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 쏟아졌다. 화가 난 팬들은 법적 행동에 나섰다. 법률사무소 명안을 통해 친선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29일까지 벌써 2,400여명 이상이 집단소송에 동참했다. 또 그동안 ‘우리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이 붙었던 호날두는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에서 ‘날강두’로 불리고 있다.
한편 검사 출신인 오석현 변호사(LKB파트너스)는 이날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호날두를 사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피해자들은 호날두가 출전한다는 광고를 믿고 티켓을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출전하지 않았다”며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구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피해자들을 속여 60억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했다”고 적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페스타는 호날두가 45분간 경기를 뛸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기죄가 성립한다면 호날두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페스타는 호날두가 45분간 경기를 뛸 것이란 내용이 담긴 계약서 원문 일부분을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더페스타 측은 “유벤투스와 체결한 계약서에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출전하는 것이 정확히 명시돼 있다”며 “유벤투스로부터 호날두가 출전하지 못한다는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 후반전에 호날두의 출전이 불투명해진 이후 수차례 구단 관계자들에게 출전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이 ‘하나원큐 팀K리그’와의 친선전에서 ‘호날두 노쇼’ 사태를 초래한 유벤투스(이탈리아)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30일(한국시간) 프로연맹에 따르면 전날 유벤투스 구단에 이번 친선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 계약서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지 않은 것을 항의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프로연맹은 이번 항의 공문에서 유벤투스를 강하게 질타했다. 유벤투스가 킥오프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 당일 킥오프 시간 조율 과정에서 경기 시간을 전·후반 각 40분에 하프타임을 10분으로 줄여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고 경기를 취소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제안까지 내놔서다.
이 때문에 프로연맹은 이번 항의 공문에서 킥오프 시간도 맞추지 못한 유벤투스의 무책임함과 경기 시간까지 변경해달라는 거만함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프로연맹은 더불어 주최사인 더페스타보다 유벤투스의 명성을 믿고 행정적인 지원을 했지만 유벤투스가 보여준 행동에 심한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유벤투스가 오랜 기간 수많은 한국 언론과 축구 팬들에게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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