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 없지만 우주선 얘기를 해보자. 77년 미항공 우주국은 며칠의 간격을 두고 무게 722kg정도의 방만한 크기를 갖춘 무인 쌍둥이 우주선, 보이저호 1, 2호를 우주에 보내게 된다. 그리하여 1년 반만에 목성을, 다시 1년 반만에 토성을 탐사하며 우주 역사상 처음으로 목성과 토성의 영상을 지구에 보내온다. 목성이 79개의 위성과 토성의 복잡한 고리가 밝혀진 것도 바로 이 때였다. 86년에 천왕성을 그리고 89년엔 명왕성을 탐사하여 보내온 영상자료들은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이는 당시 절묘하게도 태양계의 외부 행성 4개가 비교적 일렬로 배열된 싯점에 맞춰 준비되었다. 운행 방식은 각 항성의 중력을 이용한 이른바 swing by방식을 채택하였는데, 그네를 타듯 접근하는 행성의 중력에 우주선을 맡김으로 가장 빠른 시간에 행성에 도달하고 다음 행성으로 옮겨 가기위해 해당 행성의 중력을 빠져나올 때에만 연료 추진을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우주 공간에서는 마찰력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 번의 가속을 가지고도 등속 직선 운동이 가능하므로 중력을 벗어날 때를 제외하고는 동력이 필요 없다. 그러나 탑재된 장비를 구동하는 데에는 전력이 필요하기에 보이저호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이렇게 해서 임무를 마친 보이저호는 우리가 속한 태양계를 드디어 떠나 현재 항성과 항성 사이의 성간 운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2013년 최종 확인 되었다. 그런데 42년이 넘도록 고작 68kb의 메모리로 지구와 교신하고 있는 보이저호가, 준비되던 70년대 당시의 컴퓨터 방식은 아무리 NASA라고 하더라도 종전의 우리가 쓰던 카세트 테입보다도 더 구식이었다. 성능과 속도 메모리 등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폰의 1/200000 밖에 안되는 성능으로 아직도 그 기능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 이런 표현이 온당한지 모르겠으나, 더욱 안스럽고 가련하다.
게다가 이들의 운명은 초당 17km의 속도로 끊임없이 우주를 유영하며 떠돌것이나 새로운 항성을 만나기까지는 앞으로 지구시간으로 4만년이 더 걸릴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 보고 있다. 다시말해 앞으로 전기 에너지가 고갈되는2027년 까지는 교신을 할 수 있지만 그 뒤로는 그의 운명을 우리가 도통 알 길이 없다. 설사 기적이 일어나 보내준들 그걸 받고 해석할 동시대의 우리가 이땅에 없다.
그러면서도 인류가 보이저호를 우주에 보내면서 혹 있을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들을 위해 당시 카터 대통령의 환영사와 세계 50여개국의 언어로 이루어진 인삿말 그리고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등을 비롯하여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연주가 수록된 음반을 함께 보냈다.
이것도 10의 23승 만큼이나 많은 별들과 그들이 점하고 있는 이 우주에 오직 우리 뿐이라는 것이 인류의 견딜 수 없는 외로움 되었을까 아니면 이 엄청난 우주공간의 낭비가 죄스럽고 안타까와서 였는지 일각에서는 빈 병에 메시지를 넣어 우주의 바다에 띄어 보내는, 그런 무망한 행위로 비쳐지기도 했고 또 한 편에서는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 마저 외계 생명체들에게 지구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보물지도를 고스란히 넘겨주는 행위로 냉소 받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미항공우주국은 1990년,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의 제안에 따라 보이저로 하여금 명왕성 근처 우주 공간에서 의도적으로 지구를 조준해 사진을 찍게 명령을 내린다. 그리하여 전송된 사진이 바로 그 유명한 지구의 자화상, 언필칭 <창백한 푸른 점> 즉,
이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그저 창백하리만큼 푸르고 푸른 점 하나였던 것이다.
태양 빛 가득,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우리의 신화가 서려있고 음울한 전설이 머무는 곳, 수 많은 영웅이 저마다의 영욕을 남기고 떠난 땅, 한 때는 왕홀이며 종묘와 사직이 호령하고 이데올로기와 신앙이 우뚝했으며 문명의 피와 융성이 서려 있는 곳이었으되 또한 찰라의 한 점에서 한숨 짓다 우리가 스러질 땅….
그것은 참으로 우주에서 바라보면 그저 푸르고 한낱 일점 일획에도 못 미치는 우주 먼지 속에 우리 모두 저마다의 목숨을 걸고 각자의 줄을 타고 있다는 자각이었으리라. 사하라 사막 속에 어쩌다 떨어져 지구 대장정을 이제 막 시작하는 개미 한마리와 한낱 카세트 테입 보다도 못한 메모리의 우주선이 광활한 우주에서 외로이 그러할, 우리는 아마도 에베레스트에 떨어진 야구공 정도의 존재로 오늘 밤하늘을 우러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김준혜 부동산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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