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외부로 보이는 것과 실제로는 다른 경우를 많이 본다. 의학에서도 그런 경우가 자주 있는데, 한 예로 혈액의 칼륨의 수치가 그렇다.
칼륨은 주로 몸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전해질인데 나트륨과 함께 체내의 수분 양, 알칼리, 산성의 균형을 조절한다. 신경세포의 작용, 근육 수축과 이완에 영향을 미치고, 혈압유지, 심장박동이 규칙적으로 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장에서 배설이나 보유량을 조절함으로써 정상을 유지하는데 설사나 영양부족, 이뇨제 복용 시 칼륨 결핍이 일어날 수 있다.
칼륨이 부족하거나 많으면 심장에 부정맥을 일으켜 생명이 위험해 질수 있다. 혈액에서 칼륨을 측정하는데 백혈구나 혈소판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이들 세포들 때문에 칼륨의 검사수치가 실제수치보다 높게 나온다. 그래서 이런 경우를 수도우(Pseudo, 거짓) 고 칼륨증이라 부른다.
얼마 전에 한국과 베트남을 다녀왔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었으나 자유시장 경제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복지정책에 대한 의견차.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날카로운 의견 대립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품인가?
베트남 여행은 아주 짧지만 인상적이었다. 남북으로 길게, 동서로는 호리호리한 베트남은 전쟁의 상흔이 많은 나라였다. 길고 지루했던 베트남 전쟁은 1955년부터 1975년 사이에 남북으로 분단된 베트남 사이의 내전임과 동시에 냉전시대에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대립한 대리전쟁 양상을 띠었다. 1964년 자유진영 국가들의 적화를 우려한 미국 등 외국군대가 개입하고 캄보디아, 라오스로 전선이 확대되어 국제전으로 치러졌다.
미국은 그 당시 기준 약 111억 달러의 전비를 퍼부으며 150만 명의 직접전투참여, 전사자 5만 8,000여 명, 부상자 15만 명을 남기고도 실패한 전쟁으로 기록하였다.
결과적으로 1976년 남북 베트남은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으로 통일되고, 공산주의에 의해 통일된 후 100만 내지 250만 명의 남베트남인들이 재교육 훈련소로 보내졌다. 재교육 훈련소에 수용된 사람들 가운데 16만5,000여명이 죽었다. 대략 10만~20만 명 사이의 남 베트남인들이 처형되었다.
돌이켜보면 미국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그들을 도우러 온 군대라고 호응을 얻는 대신에 외국 점령군으로 비쳐졌고, 많은 물량을 과신했다. 맞물려서 남베트남 정부의 부정, 부패는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음이 드러난 ‘수도우’의 결과였다.
현재는 베트남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후 젊은 세대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돋보였고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정부는 사회주의지만 개방, 개혁으로 많은 외자를 유치하여 공장들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만나본 젊은이들의 지식과 외국에 대한 관심, 발전을 향한 열정은 크고 뜨거워 보였다.
그러나 일부 지식인들은 반복되는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공산당의 감시,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심하다고 탄식하였다. 다수의 국민들은 경제부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며 일부 계층들이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성장은 ‘빛 좋은 개살구’ 라고 했다.
베트남 전에서의 또 다른 큰 후유증의 하나는 미군의 고엽제 화학물질 사용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은 정글고사 작전을 했는데, 게릴라가 점령하고 있는 숲 지역과 농토에 제초제를 살포하여 게릴라에 대한 농촌의 식량지원을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러 화학물질 중에서 오렌지색 드럼통에 담겨 있다하여 ‘에이전트 오렌지’라 불린 화학물질이 살포되었다. 그러나 이 작전은 시골지역의 황폐화와 급격한 인구이동으로 도시 슬럼화를 가져왔고, 약 40만 명의 사망자와 장애자를 만들었으며, 약 50만 명의 아이들이 기형으로 태어났다.
이번에 고엽제에 노출된 후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많이 사는 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은 특수학교에서 교육받고 재능을 키워 미술작품을 만들고 있었고 선생님은 그 작품을 팔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 돈의 혜택이 장애인들에게는 가지 않고 엉뚱한 누군가의 배만 불릴 것이라 하였지만 나는 자수로 만든 풍경화를 구입해 주었다.
공산주의나 자유시장 경제,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든 인간욕심의 결과는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에는 신뢰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수도우’가 있지만, 이웃을 사랑하려는 우리의 작은 선행은 진실을 향한 몸부림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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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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