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들의 대표적 과외활동은 스포츠이다. 야구, 축구, 풋볼 등 시즌에 맞춰 아이들을 운동장에 데려다 주느라 부모들은 바쁘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어린 딸의 엄마로서 그게 이상했다. 한국에서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레슨이 정석처럼 되어 있는데, 미국부모들은 그런 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을 마냥 뛰어놀게 해주는데 주력했다. ‘공부’가 뒷전인 자녀양육은 내게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운동이나 놀이중심 양육문화 속에서 드물게 ‘공부’ 비슷한 과외활동이 스펠링 비였다.
파란 눈에 노란머리 백인아이들이 눈을 깜빡이며 고심 끝에 철자를 말하고, 답이 맞아 안도하고 틀려서 울상이 되던 광경은 ‘미국’스러웠다. 이방인으로서 미국인들의 잔치를 구경하는 듯한 거리감이 먼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대회를 특별히 챙겨보지도 않았지만, 지난 20년 사이 스펠링 비 대회는 완전히 바뀌었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본래의 미국, 백인의 미국은 사라지고 그 무대에 아시안 얼굴들이 들어섰다.
지난달 3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2019 스크립스 전국 스펠링 비’ 대회에서 무려 8명이 공동우승을 했다. 1925년 첫 대회 이후 90여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결선 중 17라운드를 돌아도 승자가 가려지지 않자 사회자는 결단을 내렸다. “20라운드로 대회를 끝내고 남은 사람 모두를 공동우승자로 하겠다. 더 이상 이들이 어려워할 만한 단어도 없다.” 결국 8명이 우승자가 되어 트로피와 5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들이 맞춘 마지막 단어만큼 우리에게 낯선 것은 우승자들의 이름이다. 12~14살인 8명 우승자 중 7명이 인도이름이다.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인도계가 스펠링 비를 휩쓰는 것은 이제 익숙한 광경이다. 인도계는 지난 12년 연속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스펠링 비는 우리의 올림픽, 우리의 긍지”라는 것이 인도계의 분위기이다.
인도계 아이들은 왜 이렇게 스펠링에 뛰어날까. 유전적인 걸까, 환경적인 걸까 학자들이 연구대상으로 삼을 정도이다. 민족에 따라 특별히 잘하는 게 있기는 하다. 케냐 사람들의 장거리 달리기, 러시아 사람들의 체스, NBA를 독차지하는 흑인계. 그리고 한국여성들의 골프도 여기에 해당되겠다.
인도계가 IT를 비롯해 정치 문화 언론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도 인구가 13억이 넘으니 우수한 인재들도 그만큼 많기는 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미국 내 인도계는 440만 명, 인구의 1% 남짓한 소수계가 전국대회인 스펠링 비를 완전 장악하는 현상은 설명하기 어렵다. 인도계인 노스웨스턴 대 인류학과 샬리니 샨카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면 미국에서 소수계가 살아가는 한 방법이 엿보인다. 후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한편 미국사회에서 커뮤니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도계에게는 스펠링 비가 그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펠링에 개개인과 커뮤니티가 쏟는 노력이 엄청나다.
인도계의 미국 이민물결은 1965년 개정이민법 이후 형성되었다. 취업이민의 문이 열리면서 고학력 전문직 인도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들어왔다. 한인사회가 그랬듯이 이민초기에는 인도계도 후발주자로서 숨죽이고 미국사회 적응에 전념했을 것이다.
“아하, 우리도 할 수 있네!”하는 자각이 생긴 것은 1985년이었다. 발루 나타라잔이라는 소년이 스펠링 비에서 우승하면서 커뮤니티에 즐거운 바람이 일었다. 스펠링 공부 바람이었다. 개별적 꿈은 커뮤니티의 후원으로 이어졌다. 1989년 인도의 소외계층 아동 지원을 위해 설립된 노스사우스기금(NSF)이라는 비영리재단이 자체 스펠링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1999년 누푸르 랄라라는 소녀가 인도계로 세 번째 스펠링 비 우승자가 되고, 이 이야기를 담은 다큐 ‘스펠바운드’가 나오면서 인도계의 스펠링 사랑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아이들은 “랄라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며 고무되고, 교육열 높은 학부모들은 그 뒷바라지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암기는 인도의 전통적 학습법이기도하다.
스펠링 비 우승자 가족들을 보면 공통된 모습이 있다. 아이는 선수, 부모는 코치, 형제들은 보조코치로 온 가족이 똘똘 뭉치는 구도이다. 아울러 커뮤니티의 결속력도 대단하다. NSF는 96개 챕터로 커졌고, 자체 스펠링 대회에는 연간 1만6,000명의 학생들이 참가한다. 2008년부터는 사우스아시안 스펠링 비라는 대회가 또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이 대회, 저 대회에서 만나며 광범위한 네트웍을 형성하고, 친구가 된 그들은 워싱턴 대회에서 다시 모인다. 인도계에게 스펠링 비는 명실 공히 ‘우리들의 무대’이다.
이민 2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족적 문화적 정체성과 자부심이다. 소수계로 주눅 들기 쉬운 환경에서 아이들에게는 자신감도 필요하다. 인도계는 스펠링 비라는 관문을 최대한 활용했다. 학생은 우승의 꿈, 부모는 가문의 영광, 커뮤니티는 위상제고를 위해 하나가 되면서 커뮤니티가 성장한다. 소수계 커뮤니티들이 참고할 만하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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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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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6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미국 왠만한 촌구석의 모텔들은 인도 파키스탄계들이 많이 운영하더군요. 남부 시골 거의 모든 인도식당은 구글리뷰가 별이 다섯개인게 궁금하더군요. 험악한 동네의 주유소도 거의 인도계분들이 운영하더군요. 지저분하고, 불친절, 속는등의 몇번 기분안좋은 경험을 한 뒤 되도록 다 피해갑니다. 인도의사들도 되도록 피하며 조심합니다. 물론 사람에따라 배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윤리의식이 좀 모자란게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엇습니다. 같은 유색인종 이민자로써 타산지석을 삼아야겠지요.
제 개인 의사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인들인데 그들의 성실함과 친절에 감사하고 삽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만은 아닌것 같고요. 인간적으로 친분이 쌓이면 좋은 분들도 많습니다. 무슬림들이나 멕시코인들도 공포증과 증오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은데 친분을 쌓아 보면 그렇지 않은 경험을 했기에 감히 견해를 올립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선동하는 이민정책을 인종차별적인 정책으로 보기에 제가 그자를 않좋게 보는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ktown213 말씀 맞는거같음. 그렇게 많이는 아니지만 여태까지 상대한 인도인들 하나같이 불친절했음.
한인 중심의 외교와 함께 동포사회의 권익 신장, 위상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 같은 소리나 하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 특히 현정권 들어 교민 사회를 무시하는 짓거리 때문 이지요
공부만 잘한다고 다가 아닙니다.이제껏 미국에 30년 넘게 살면서 친절한 인도인 한명도 못봤어요.가까운 7/11만 가더라도 친절한 인도사람 본 적 없음.기분 나쁠정도로 불친절함.가정교육과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