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봄날,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사고였다. 1986년 4월 26일 한밤중, 당시 소련 령이던 우크라이나 동북부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화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원자로가 있던 콘크리트 건물의 지붕이 날아가고 핵 구름이 치솟으면서 방사성 물질들이 무서운 기세로 방출되었다.
당시 방사능 오염수준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때의 20배.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30km 일대가 핵물질 오염구역으로 선포되고 11만6,000명 주민들은 소개되었다. 생태계 파괴도 심각했다. 광활한 삼림은 말라 죽고, 야생동물들은 죽거나 번식력 상실 등으로 개체수가 현격히 줄었다. 체르노빌은 저주받은 죽음의 땅이 되었다.
그렇게 ‘죽음의 땅’이 된 줄 알았다. 그런데 핵 오염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추적해온 연구진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한때 감소했던 야생동물들이 9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원전사고 이전보다 많아졌다. 국제 연구팀은 체르노빌 사고지역과 인근의 핵 오염 없는 자연보호 구역들의 야생동물 개체수를 비교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늑대, 고라니, 엘크, 노루, 사슴 등 동물들이 체르노빌 핵 오염구역에 더 많았다.
노란색과 빨간색의 방사능 경고 표지판이 붙은, 버려진 마을마다 늑대와 매가 득실댔다. 폐허가 된 건물들 지붕과 굴뚝에 올빼미나 까치 같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이들 풍성한 먹잇감을 찾아 맹수들이 몰려든 것이다. 특히 늑대는 개체수가 유사 자연보호구역에 비해 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넘게 방사능에 노출된 지역에서 야생동물들의 번성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그곳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방사능이 인간을 몰아내자 그곳은 야생생물들의 천국이 되었다. 인간 부재라는 큰 축복에 비하면 동물들에게 방사능 오염은 작은 불편에 불과했다. 원전폭발은 아이러니하게도 야생동물 번식과 생물다양성에 크게 기여를 했다.
생태계로 볼 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사실이 이번 주 UN 보고서로 다시 확인되었다. 50개국 455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UN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관련 과학정책 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존하는 800만 동식물 종 중 100만 종이 멸종위기를 맞았고, 이들을 위기로 내모는 주범은 ‘인간’이다. 양서류의 40%, 해양 포유류의 1/3, 그리고 상어류와 산호초 1/3 이상이 빠르면 수십 년 안에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데, 원인은 바로 인간의 끝없는 개발욕심이다.
더 개발하고 더 생산하며 더 포획함으로써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인공 영역을 확장해온 결과 지구상 육지의 3/4, 해양의 2/3 그리고 습지대의 85%는 심하게 개조되거나 손실되었다. 삼림이 도시가 되고 농지가 되면서 그곳에 살던 생물들은 모두 홈리스가 되었다. 살 곳이 없으니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서식지가 사라져 장기 생존이 위협받는 육지 생물이 50만종에 달한다.
거기에 우리가 화석연료를 펑펑 써서 생긴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가 더해지면서 지구상 생물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지구 생태계가 위험하면 인간이라고 안전할 수 없다.
신천옹, 알바트로스는 바닷새 중 가장 큰 새이다. 3미터나 되는 날개를 쫙 펼치고 바람을 타면 날개 짓 거의 없이 한번에 3,200km를 날아간다. 이 신비로운 새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 북태평양 한가운데의 미드웨이 산호섬이다. 11월 번식기가 되면 150만 마리가 모여든다.
과거 미 해군 비행기지로 쓰였던 이곳은 알바트로스 등 생물 연구가나 관련 공무원 40명 정도가 상주할 뿐 거주민이 없다. 문명으로부터 수천마일 떨어진 이 곳은 전설적인 새들이 사람들의 방해 받지 않고 살기에 안성맞춤인 서식지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그곳에서 새들이 떼로 죽고, 산을 이룬 새들의 사체만큼 플라스틱 더미가 쌓이고 있다. 플라스틱이라고는 없는 이 섬에 플라스틱을 날라 온 주인공은 바로 새들이다. 오징어를 좋아하는 새들이 바다에 떠있는 플라스틱 병뚜껑, 라이터 등을 오징어로 착각하고 삼킨 것이다.
장거리 비행이 특기인 새들은 훌쩍 날아 알래스카 인근으로 가서 오징어를 물어다 새끼를 먹이는 습성이 있는데, 그때 물어온 것들 중 상당수가 플라스틱이다. 새끼들은 어미가 날라다 준 먹이를 받아먹고, 플라스틱이 배에 가득차서 죽고, 사체가 썩어 없어지고 나면 플라스틱만 남는다. 연구진이 어느 죽은 알바트로스의 배를 가르자 무려 558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
지구상에 인간문명의 독성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지금처럼 계속 개발하고 생산하고 소비한다면 우리 행성의 생태계는 무너진다. 지구 생태계를 이대로 죽일 것인가.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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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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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6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또 인류의 끝 없는 팽창과 그에 따른 생태계 파괴등등.. 그에 따른 다른 모든 동물들이 받는 생존의 고통및 위협.. 정말 우리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미쳣어요, 내 희디흰 곳에 껌뎅이 묻히게요, 나는 싸랑하는 자식도 이웃도 있는데 껌뎅이 묻히곤 못 삽니다....AndyK
ㅎㅎㅎ 시니컬 맞네요...초청하면 가시렵니까??
글쎄요 만일 내가 한 말을 트럼프가 들었으면 날백악관에 초청할겁니다, 세상이런 칭찬이 또 어딧습니까? 제일 잘나고 제일 똑똑하고 제일부자고 말잘하고.....AndyK
너무 시니컬 하신거아닌가요 원도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