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2015년에 열린 제 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하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콘서트 투어가 이어졌고, 이번에는 워싱턴 디씨 케네디센터(The Kennedy Center)를 찾아 데뷔 무대를 가졌다.
지난주 3일 동안(4월 25일~27일) 지휘자 지안안드레아 노세다(Gianandrea Noseda, 1964~)가 이끄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National Symphony Orchestra)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연주가 있었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공부한 조성진의 프랑스 음악은 어떤 색깔일지 궁금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의 음악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와 같은 인상주의로 분류되지만 라벨과 드뷔시의 음악은 엄밀히 다르다.
드뷔시의 작품은 몽환적이고 애매모호한 느낌이 있지만 라벨의 작품은 리듬이 더 명확하며 선율의 윤곽선이 선명하다. 라벨은 1875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 음악원을 다녔다. 하지만 그의 피아노 연주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작곡 역시 너무 독창적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분개한 라벨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로마 대상에 도전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심사위원들 때문에 번번이 낙방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라벨은 공군에 지원했지만 체력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조종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부상자를 실어나르는 임시 구급차의 운전수로 참전했다가 나중에는 동상에 걸려 조기 제대했다. 이후 1927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순회 연주를 가지게 된다. 프랑스에서와 달리 가는 곳마다 상당한 환영을 받았던 라벨은 미국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에 반해 미국에서 초연할 새로운 작품을 구상했다. 그는 미국에서 접하게 된 재즈의 어법을 사용한 피아노 협주곡을 쓰기로 결정하는데,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피아노 협주곡 G장조>이다.
라벨은 협주곡이 심오하고 난해하기보다 쾌활한 느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재즈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리듬에 매료된 그는 <피아노 협주곡 G장조>에 이 어법을 사용해 쾌활하고 화려함을 나타냈다. 특히 1, 3악장에서 재즈의 리듬을 다양하게 선보였고, 타악기들을 사용해 독특한 음향을 연출하면서 그의 세련된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였다. 더하여 2악장에서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보여지는 신비로움과 우아함은 라벨 특유의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난 3일간의 콘서트는 ‘프랑스 음악의 밤’이었다.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 1822~1890)의 작품으로 문을 열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가 이어졌다. 2부에 카미유 생상(Camille Saint-Saens, 1835~1921)의 <오르간 교향곡>까지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오르간이 함께 무대에 서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오케스트라와 오르간 소리가 매우 잘 어우러졌으며, 오르간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것인지 일어서서 확인하는 청중들도 보였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위풍당당하면서도 깊이와 섬세함을 잃지 않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특히 꿈꾸는 듯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을 광채로 빛나게 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아주 긴 판타지를 펼쳐놓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콘서트 리뷰에서 발췌)
1부에서 조성진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가 끝나고 청중들은 기립해 환호를 보냈고 이후 앙코르가 이어졌다. ‘프랑스 음악의 밤’ 부제와 연결되듯 그는 앙코르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조곡(Suite Bergamasqu) 중 제3곡 <달빛>을 선택했다. 달빛의 반짝이는 인상을 잘 표현한 이 곡은 2017년 발매된 조성진의 ‘드뷔시 앨범’에도 수록되어있다. 또한 드뷔시의 <달빛>은 일반 음악 팬들에게도 유명하다. 이번 콘서트는 홀이 사람들로 꽉 채워졌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인기를 실감하듯 많은 한인들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도 클래식 음악이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유럽 투어에도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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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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