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hara Shiota 2017-2018
#미술 도시로서의 위상 확인
제 7회 아트 바젤 홍콩이 지난달 29-31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전 세계 미술 동향을 한 눈에 보는 자리에 36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총 88,000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조망한 갤러리들의 전시에 각국의 컬렉터들이 모여 들었다. 개인 컬렉터를 비롯한 130여개의 주요 미술관 및 기관 컬렉션 담당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는 개막과 동시에 출품작을 완판 시켰고, 가고시안 갤러리는 게오르규 바셀리츠 작품을 175만 달러에, 앤디 워홀, 데미언 허스트, 백남준 등의 작품을 솔드 아웃 한 뒤 새로운 작품들을 내걸었다.
홍콩 전역에서 동시에 개최된 다양한 이벤트는 미술 도시로서 홍콩의 위상을 국제무대에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 7개의 섹터로 진행된 전시
아트 바젤 홍콩은 미술계를 선도하는 196개의 갤러리가 다양한 쟝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즈(Galleries),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인사이트(Insights), 신진 작가의 개인전인 디스커버리즈(Discoveries), 중견 및 신진 작가의 작품을 기획전 형식으로 소개하는 캐비넷(Kabinett), 대형 설치작품 전시인 엔카운터스(Encounters), 영화와 비디오를 한데 모은 필름(Film), 22인의 패널로 구성된 컨버세이션즈(Conversations)로 진행되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갤러리 타대우스 로팍, 리만머핀, 한국의 PKM 갤러리가 함께 선보인 한국 작가 이불의 <취약할 의향Willing To Be Vulnerable>. 비행선 모형의 은빛 기구와 바닥에 놓인 거울판이다. 인간의 의지와 욕망의 세계를 암시한 이 작품은 1937년 힌덴부르크 재플린호 대재앙을 소재로 한 10미터 길이의 설치작.
(왼쪽 위부터) Leeahn Gallery 전경. Nam Jun Baik 1991. Pablo Picasso 130x97cm, oil on canvas, 1941. Kim, Chong hak . acrylic on canvas,280x800cm, 2018. 국제 갤러리의 유영국 추상화.
# 한국 갤러리들의 숙제
한국은 이번에 10개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갤러리즈에 학고재, 리안, PKM, 아라리오, 원앤제이, 국제, 작가를 조명한 인사이트에 조현화랑(김종학), 우손갤러리(최병소), 313아트프로젝트(이완), 갤러리바톤(지니 서)이다. 색채 추상의 유영국과 야생화의 생명력을 전하는 김종학의 꽃그림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갤러리로는 유일하게 바젤과 마이애미까지 3개 대륙의 아트바젤에 모두 참가하는 국제갤러리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국제는 이제 아트바젤에서 인정받는 대형 갤러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다른 갤러리도 분발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단색화를 필두로 모노크롬 페인팅에 전력을 기울였던 한국 갤러리들에게 올해는 다음 단계를 찾아야 하는 시험대였다. 미술시장의 트렌드가 이미 모노크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폭넓은 작가 발굴과 작품의 다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함도 숙제다.
# 아시아 컬렉터 확보를 위한 교두보
아트 페어는 경제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바젤 조직위원회는 정확한 목표 설정, 풍부한 경제력으로 참가화랑과 구체적인 판매 방안을 적절히 조화시켜 성공적인 운영을 한다. 이들은 중국 부호들이 대거 등장하는 아시아 미술시장을 위해 7년 전 홍콩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았다. 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는 시기에 아시아 컬렉터 확보를 위한 교두보로 홍콩이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부터 자본유출 통제조치에 들어갔다. 이런 영향으로 미술시장이 위축 될거라 예측 했으나 새로운 고객 발굴을 위해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되는 갤러리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홍콩은 미술 경매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전시를 통한 비영리 기관들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홍콩의 문화와 지역 작가들의 프로모션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로 인해 미술계 인사들과 콜렉터들을 끌어들여 급기야 아트 바젤 홍콩으로 연결해 꽃을 피우고 있다. 미술시장은 미술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시장의 번영만으로는 유지되지 않음을 습득한 홍콩은 미술 생태계를 굳건히 다지는 데 힘을 쏟은 것이다.
Acquavella Gallery 전경(왼쪽 위). Jose Davila 2018-2019(왼쪽 아래). Lee Bul 2019.
#기록적인 작품과 뚜렷한 담론의 부재
아트 바젤 아시아 디렉터인 아델린 우이는 “아트 바젤 홍콩은 아시아 지역의 갤러리와 아티스트를 세계무대로 안내하는 플랫폼이다. 이 쇼는 아시아와 서구권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이는 유럽과 미국의 블루칩 갤러리들의 참여로 증명된다. 나는 올해 개성이 뚜렷한 아시아 갤러리들의 참여로 감동받았다. 각 갤러리는 그들이 속한 지역의 다채롭고 풍부한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작품으로 이 자리를 빛냈다.”고 평가했다.
아트 바젤 홍콩의 올해 성적표는 중국경매 시장의 급격한 위축과 미중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판매실적 1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기록적인 작품이 없고 뚜렷한 담론과 트렌드가 없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자리를 돈잔치 뿐이었다고 혹평한다.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물결의 생성 과정이다. 인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미술사의 정점도 이런 저런 바람으로 오고 가는 것이기에.
●도정숙
뉴욕, 서울, 워싱턴, 파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가짐. 세계 각지에서 국제 아트 페어와 200여 회의 그룹전 참가. 매거진 ART MINE에 미술 칼럼 기고 중. 저서로 <그리고, 글>이 있다.
<
도정숙 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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