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9시 뉴스’는 뉴스중의 뉴스다. 기자나 아나운서들의 세계에 있어서 9시뉴스 진행은 필생의 꿈이다. 어떤 방송사는 시청률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 메인뉴스를 8시에 진행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그만큼 뉴스방송의 백미중의 백미가 9시 뉴스다. 지금의 스마트 폰 보다 훨씬 집중도가 높던 시절, 식구들이 밥상을 물리고 모두 모여 있을 저녁 9시, ‘딩동댕’ 하고 시보가 울리자마자 앵커의 첫 음성이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 로 시작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 바로 ‘땡전뉴스’이다. 땡전뉴스의 원조는 ‘땡박뉴스’였다. 과거 70년대 신문들을 유심히 보자면 신문의 왼쪽 상단에는 어느 신문이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활동사진들이 거의 매일 게재되어 있다. 여지가 없었다.
10여년전에 워싱턴에 모 인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경기신문(경인일보 전신) 사장을 했다는 분과 만난 적이 있다. 초면에 누가 말릴 틈도 없이 개인적인 울분과 탄식을 쏟아내면서 통분해 하는 것이다. 유신시절 자신이 발행한 신문에 박정희 전대통령의 청와대 동정 사진해설 기사를 식자공이 잘못하여 ‘통’자를 하나 빠트려 버린 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며칠을 두들겨 맞고 신문사를 빼앗겼다는 말씀이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당사자를 만난 것이다. 내버려 뒀더라도 관심 있게 보지 않았을 수도 있고, 충분히 묻혀버렸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타 언론에 대한 전시효과,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일이라고 해야 더 맞을 유신시대 언론탄압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벌써 까마득할지 모르겠지만, 2014년 겨울부터 자고나면 문재인 후보, 문재인대표, 문재인 사퇴등 아침부터 신문과 방송들이 온통 ‘문재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해서 생겨 난 말이 ‘문모닝’이다. 거의 2년여 이상을 한 사람에 대해서 집요할 정도로 다루었다. 당선이 되고나서야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지만 알다시피 그 대부분은 네거티브였다. 이처럼 땡전뉴스와 정 반대적인 한국언론의 모습이 문모닝이었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촛불정부를 탄생시켰다. 시대와 여론, 국민과 역사를 거스르는 한국 언론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일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언론들의 추적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던 듯하다. 그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이 되었다. 상급기관인 경기도 및 정부의 정책에 반하거나 훨씬 앞질러 가는 파격적인 시정으로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야당 정치인들도 섣불리 하기 힘든 일들을 기초자치단체의 일개 시장이 대정부와의 정책적 대립, 국정원등과도 굽히지 않고 치열한 법리를 세워나가는가 하면 세월호, 촛불정국등 전국적 이슈에까지 본인의 소신을 펴 나갔다.
야당의 대선후보로 경선까지 질주하였지만 일단 거기서 멈추는 줄 알았는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로 당선된다. 이때부터 선거법 시효 2일을 남겨둔 지난 12.11일 검찰의 기소 발표까지 딱 6개월간 연일 ‘이재명’으로 밤낮을 지새우는 희한한 일들이 광풍처럼 지나갔다. 어떤 주요 일간지는 그간 이재명에 관한 기사가 500건이 넘었다고 하니, 휴일 빼고 156일 동안 하루 평균 3.2건을 같은 지면에 이재명으로 채워버렸다.
바짓가랑이를 내리게 하고, 집안 뒤주속까지 몽땅 까발리는 이런 구차하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6개월간이나 지속했다. 형제간 의리, 부부간 애정, 모자간 갈등, 3류 통속 소설적 요소들을 망라해서 1.300만 도민이 선택한 지자체장 한사람을 5천만 국민들에게 발리고, 널려버렸다.
마치 태어나지 말아야 할 귀태(鬼胎)를 뒤꿈치로 짓이겨 버리려는 듯 했다.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발표된 내용을 뜯어보니 차라리 허무한 개그를 보고난 뒤의 썰렁함마저 든다.
2018년 말 한국 언론신뢰도는 25%로 조사대상국 37개중에서 37위로 나타났다. (옥스포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12/14일 발표), 한국의 언론사 홈페이지 이용률이 5%(평균 32%)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한국의 언론사들만 모르고 있는듯하다.
남북문제만 하더라도 거족적으로 협력하고, 대외적으로 국익차원에서라도 다뤄야 할 내용들이 산더미 같다. 4년 전, 박근혜정부의 ‘통일은 대박이다.’처럼 빈 깡통으로 요란법석까지는 아니래도 자국과 자국민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정녕 없는 것인가, 오보와 가짜뉴스로 뒤범벅인 한국 언론의 2018년이 저물어 간다. 저주를 해도 정도껏이다.
그러는 가운데, 한국국가경쟁력 순위는 조사대상 140개국 중에서 2016(26위), 2017(17위), 2018 (15위)이다. (세계경제포럼 10/17발표). 수출도 6천억 달러를 돌파(세계 7위)했다. 경제가 죽어버려서 땅속에 묻혀있다는데 실상은 이렇다. 땡전뉴스시절이 아무리 그리워도, 문모닝을 아무리 저주하고 부르짖어도 피땀 흘려 일하는 국민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새해에는 그런 착한 국민들 어지럽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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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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