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는 “교단 헌법이 정한 목사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당회장 담임목사로서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난 주 서울고등법원이 판결했다. 이 케이스는 지난 5년 동안 법정 공방이 계속돼왔고, 이 판결에 대해서도 교회 측이 대법원 상고의사를 밝혔으니 어디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5년전 ‘금의환향’했던 오 목사가 계속해서 나쁜 일로만 뉴스에 오르내리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2003년 ‘남가주 사랑의 교회’를 떠나 서울 ‘사랑의 교회’ 2대 담임으로 부임한 오정현 목사는 그동안 학력, 논문표절, 설교내용, 재정비리, 무리한 건축 등과 관련해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언론과 사회의 질타를 받아왔다. 그에 관한 의혹들은 한국 개신교계 대형교회 일부 목회자들의 전형적 비리들을 패키지로 모아놓은 ‘종합세트’ 같다.
그 오정현 목사에 대해 나도 적지 않은 ‘추억’을 갖고 있다. 그가 남가주에서 사역하던 시기(1988~2003)에 종교 담당기자로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가 한인사회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시절이라 많은 목사들과 자주 접촉했는데, 다른 목사들의 대화나 태도는 거의 생각나지 않는데 비해 유독 오목사의 것이 또렷이 기억나는 이유는 무척이나 불편하고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때 받았던 인상은 그는 목회자라기보다 기업 CEO같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사소한 것들이다. 어느 날 교회로 인터뷰하러 갔을 때 오 목사는 사무실 앞에 있는 한 여성을 내게 ‘목회비서’라고 소개했다. 목회비서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다. 어떤 큰 교회 목사도 비서를 두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사실 지금도 그런 교회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 목회비서가 1998년 전화를 했다. 오정현 목사가 안식년 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니 기사화해달라는 것이었다. 박사학위 받은 것을 써달라니, 이 또한 어떤 목사에게서도 받아본 적이 없는 보도의뢰였다. 몇 번이나 전화하는 목회비서의 간청에 못 이겨 결국 단신으로 기사가 나갔는데, 그게 바로 훗날 논문표절이 확인된 포체스트룸 대학 박사학위 건이었다.
1999년 남가주사랑의 교회가 애나하임에 초대형 건물을 신축했을 때 기자회견을 겸한 투어가 있었다. 보통 교회를 새로 지으면 입당예배가 공식 오픈행사지,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이나 투어를 하는 일은 교계에서 처음이었다. 교회 건축내역과 비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프레스킷도 준비돼있었다. 대기업 홍보부에서 기획한 듯 말끔하고 세련된 보도자료였다.
‘미라클 콤플렉스’라고 이름붙인 새 교회당은 10.8에이커 부지에 건축비용 1,300만달러, 2,000석의 본당을 갖춘, 당시로선 미주 아시안 교회 중 최대 규모였다. 당연히 그날 오 목사는 말끝마다 남가주 최대, 최고, 최초를 입에 달았고, 기자들을 구석구석 데리고 다니면서 대형 규모와 호화로운 시설, 거액이 투입된 최첨단 영상과 음향시설을 자랑했다.
투어 후 교회 식당에서 점심식사가 있었다. 테이블이 여러개 셋업 돼있었지만 사람들은 아무 데나 앉을 수가 없었다. 오 목사가 앉을 테이블을 지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자기 테이블에는 교회 중진과 함께 주요 언론사 기자만을 배석시켰다. 그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나 앉지 못한 사람이나 대단히 불쾌하고 어색했던 식사였다.
2013년 오정현 목사가 서초동에 3,000억원을 들여 무리하게 ‘사랑의 교회’ 새 건물을 건축했을 때 기시감이 느껴졌다. 남가주에서 한번 연습하고 간 셈이었다. 여기서는 그렇게 큰 물의나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아마 그래서 더 자신있게 밀어붙였을까.
교회 성장을 연구할 때 기업경영과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 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생산성과 이윤을 목표로 하는 기업과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겨야할 교회가 같은 경영원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교회를 키우고 ‘성공’한 스타목사들은 대개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교회가 성장주의, 물질주의, 세속화에 빠지면서 내분이 깊어지고, 소송이 줄을 잇고, 비리가 파헤쳐지고, 세상이 손가락질한다. 그런데도 세습을 강행하는 목사들이 늘어나는건 불가사의한 일이라 하겠다.
비서와 운전기사와 경호원을 대동하고 비단길, 넓은 길로만 다니는 한국의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에게 매일 아침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성경구절이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마가복음 7:13)
<
정숙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기자가 질문에 대한 답이 마치 뻔한것처럼 글을 쓰는데 재밌다. 목사는 당연 CEO 지, 종교사업에 있어 얼마나 교인을 많이 확보하고 헌금을 걷어 들이는게 능력으로 여겨지는데, 마치 그게 아닌것인양 생각하는게 웃기는 거다. 기자 스스로도 큰 교회라고 하니까 취재하러 간거 아닌가? 교회가 사업체가 아닌것처럼 대하지 말자. 인간의 마음에 호소해서 돈 모아 움직이는거 라는거 잊지 말자.
우리강아지이름은 목사에요 ㅎㅎㅎ
모든교회목사들은처음에는목사인척 시간이지나면서 회장 으로 바뀌지요 오목사만이아니예요 내가복음쓰면서마귀로변함 이것이오늘의교회 다들아시잖아요 ㅊㅊㅊ
이놈이 믿는 신은 노태우 저금통이다. 깨끗한돈 구린돈 다 먹어. 그리고 그 돈으로 자기 쫄따구들 기생관광도 시켜,준다
이런 사람들이 외형은 잘키우지요. 종교를 재테크의 도구로 사용되는 롤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