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가 다시 불길에 휩싸였다. 북가주에서는 새크라멘토 북쪽의 ‘캠프 산불’이, 남가주에서는 LA 서쪽의 ‘울지 산불’이 ‘역대 최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발생 일주일이 넘도록 기세등등하다.
울지 산불로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 중에는 과거 우리 가족이 살던 도시도 포함되었다. 그곳에서 산불은 낯설지 않다. 2005년 시뻘건 산불이 동네 길 건너편까지 들이닥쳐 대피를 해야 했고, 우리가 이사하고 난 후인 몇 년 전 다시 산불이 덮쳤다. 이번까지 포함해 지난 13년 동안 벌써 3번째니 산불은 단골손님인 셈이다.
LA에서 벤추라 카운티 쪽으로 101번 프리웨이를 달리다 보면 고속도로 양편으로 황량한 산야가 이어지고 그 너머에 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뭄으로 초목은 바짝 말라 광활한 불쏘시개의 산맥을 이루고, 늦가을로 접어들어 고온 건조한 샌타애나 강풍이 불면 대기 중에는 불의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매해 거의 예외 없이 산야 어딘 가에서는 불씨가 생기고 불은 삽시간에 번진다.
지난 한주 불길은 LA 카운티 서편과 벤추라 카운티 동편을 파죽지세로 휩쓸고,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말리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 말리부 캐년 주립공원도 불탔다. 산세가 고즈넉한 것이 한국의 산야와 비슷해서 그 지역에 사는 동안 자주 찾던 정든 곳이다.
산불은 원래 자연현상이다. 태곳적부터 번개가 내리치면 불이 나곤 했다. 불길 속에 병든 나무나 죽은 나무들이 정리되고, 재는 거름이 되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하늘을 가리던 울창한 나뭇잎들이 사라져 햇빛이 내리비치면 지표면의 풀들이 자란다. 산불은 생태계의 건강을 복원하는 촉매작용을 한다.
유구한 세월 초목을 태우던 산불이 지금은 주택을 태운다. 세간을 태우고 가족사진을 태우며 자동차를 태우고 인명까지 앗아간다. 초목이 우거져있던 산야, 산불 지나가는 길목마다 도시들이 들어선 때문이다. 주택단지는 점점 산야로 파고들고 주민들은 점점 늘어나니 해가 갈수록 산불 피해는 기록을 경신할 수밖에 없다.
이번 캠프 산불 이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건축물 피해기준 최악의 산불은 지난해 10월의 터브스 산불이었다. 불은 소노마와 나파 카운티 3만 6,000에이커를 휩쓸며 22명의 목숨과 함께 건물 5,643채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터브스 산불은 반세기 전의 헤인리 산불과 경로가 비슷했다. 소노마 카운티 사상 최대 산불이었던 1964년의 헤인리 산불로 소노마는 5만 3,000에이커가 불탔다. 반면 건물 피해는 가옥 84채에 불과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카운티 전역이 인적 드문 황야였으니 불길은 거세도 ‘자연’의 일일뿐이었다. 이후 수십년 인구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그곳에서 한시간 여 떨어진 뷰트 카운티의 캠프 산불은 15일 현재 13만 8,000에이커를 태우며 8,650채의 가옥을 초토화 시키고 58명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사상 최악의 산불이다. 남가주의 울지 산불은 근 10만 에이커, 500여 채의 가옥을 불태웠다. 남북을 합치면 9,100여개의 소중한 보금자리들, 그 속에 살던 수만 명의 삶이 함께 불타버렸다.
산불이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해마다 산불 시즌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남가주에서도 산불을 이렇게까지 자주 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다. 지구온난화로 가뭄이 극심해지고 기온이 높아진 것이 주요원인으로 분석된다.
가주 역사상 20대 최악의 산불 중 9개가 지난 2015년 이후 발생했다는 사실은 무섭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산불이 심해질지 알 수가 없다. 불이 초목만 태운다면, 그래서 생태계 건강에만 기여한다면 좋겠는데 재산과 인명피해가 날로 커지니 문제이다. 그리고 이는 상당부분 우리,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시작은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에 대한 욕망이다. 공기 좋고 전망 좋은 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꿈이다. 과거에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 같은 극소수의 인물들만이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면, 지금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산기슭부터 산꼭대기까지 거대한 주택단지를 만들어 돈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가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같은 산야 속 도시는 지난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미 전국에서 33%가 늘어나 전체 면적이 워싱턴 주보다 넓어졌다. 그 20년 동안 산야에 새로 건축된 집만 1,300만 채,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민의 1/3이 이런 지역에 살고 있다. 산불이 났다하면 바로 번지는 곳, 불길이 지나가는 길목들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현실이다.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조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삶의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가 없다. 자연의 경계를 침범하는 주택단지들도 이제는 재고할 때가 되었다. 개발에서 보전으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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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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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연중행사로 산불나는 켈리.인간의 힘으론 불막을길도 업고 비도 안오는 그런 곳에 왜 산에사시는지 도시로 나오시지
켈리에 산에 사는분들 대부분 초 고소득자들.산에 사는거 켈리에선 자기가 부자라고 떠벌리는 명품백.슈퍼카와같은행위.자업자득
아랫분 기사의 main idea 를 못하셨네요. 지형적으로 화재 발생이 쉽게 일어나는 곳을 화재길목이라 칭하고 그런 지역에 주택 단지를 짓는 투자자들이 생각을 바꿔야 되지요 라고.
산불에 왼주택단지를 올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