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70세 한인여성이 시카고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70대여성 부문 세계 신기록을 세워 크게 화제가 됐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지니 라이스(Jeannie Rice). 그녀가 10월7일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27분50초의 기록은 2013년 독일의 헬가 미케타가 세운 기록을 거의 8분이나 단축한 것이고, 2등과는 격차가 무려 42분이나 나는 기록이다.
그는 바로 한달 후인 11월4일 뉴욕 마라톤에 출전했는데 여기서도 70대여성 부문에서 우승하자(3시간40분33초), 지난 한달 사이 시카고, 뉴욕, 클리블랜드의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말도 안되게 빨리”(ridiculously fast) 혹은 “미친 듯이 빨리”(insanely fast) 달리는 ‘경이로운 할머니’의 이야기를 앞 다퉈 보도했다. 이건 가끔씩 나오는 마라톤 인간승리 스토리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19세 때 이민 온 지니 라이스는 35세 때 살 빼려고 뛰기 시작한 것이 35년 마라톤 인생을 달려온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117회의 마라톤을 완주한 그는 처음부터 줄곧 3시간대의 기록을 넘지 않고 있으며 미 전국은 물론 세계 각지의 주요 마라톤 대회를 하나하나 석권하고 있다.
현역 부동산 에이전트인 그는 매일 새벽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일주일에 65마일 이상 뛴다고 한다. 언론 인터뷰에서 “워낙 경쟁을 좋아하고 승부욕이 강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세계 마라톤 신기록 리스트를 냉장고에 붙여놓고 매일 보면서 훈련한다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나가서 뛴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의 70대여성 그룹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 이미 3개(보스턴, 시카고, 뉴욕)를 성취했고 남은 것은 베를린, 런던, 토쿄 마라톤이다.
지난 달 18일 윌셔 이벨극장에서는 ‘주연희 무용 외길 60주년 기념공연’이 열렸다. 평생 현대무용가의 자부심을 안고 살아온 주연희씨가 79세에 무대에 오른 것이다. 10년 전 같은 장소에서 50주년 기념공연을 열었던 그는 ‘설마 그 나이에 또 무대에 설 수 있을까’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비웃듯 자신이 안무한 5개 작품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무용은 나이 들어서도 춤출 수 있지만 온몸을 내던지는 체력이 기본인 현대무용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 전후로 은퇴하는 현대무용계에서 80이 되도록 몸을 관리하고 무대에서 공연했다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펄펄 나르고 팽팽 도는 테크닉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팔순의 할머니가 그 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경이에 가까웠고,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공연이었다.
주연희씨는 “한 무용가 개인의 공연을 넘어서 한국 현대무용의 역사를 새로 쓴, 이제껏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현대무용의 환갑잔치였다”고 말하고 “어쩌면 전 세계 현대무용사에서 최고령자의 공연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에는 왕데슌(Wang Deshun·82) 노인이 있다. ‘중국에서 가장 핫한 할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80세가 넘어서 인생의 최고 전성기를 누리는 사람이다. 79세 때 패션쇼 런웨이에 올라 탄탄한 식스팩 복근을 드러낸 채 흰머리와 수염을 휘날리며 워킹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유튜브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아십니까, 내가 그날을 위해 60년 동안이나 준비해 왔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했던 왕 노인은 24세때부터 연극배우로 활동했고, 44세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49세에 판토마임 극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자 50세 되던 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헬스센터에서 운동하기 시작, 57세에는 몸을 이용한 ‘살아있는 조각’ 공연을 창안하기도 했다. 그가 근육 운동을 시작한 것이 70세였고, 79세에 처음 베이징 패션쇼의 런웨이에 오른 것이다.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는 그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 포기를 위한 변명이 돼서는 안 된다” “당신의 도전을 막는 것은 당신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하라” 등 숱한 어록도 만들었다.
지니 라이스, 주연희, 왕 데슌. 세 사람의 공통점은 평생 자신을 절제하고 체력을 단련하며 매일 노력한다는 점이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누구나 쉽게들 이야기하지만, 어디까지나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그렇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롤 모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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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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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딱 꼰대 노땅 으로 비하하는 젊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정신차리게 할 칼럼이네요.나이스 칼럼.
어떻게 저런 괴력을,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습니다.
이런 기사 참으로 좋다. 참 내자신이 부끄럽네요.
희망을 주는 오늘의 칼럼입니다. 끝까지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것. 어느분이 이야기한것이 기억납니다. 목표를 높게 잡으라고. 저의 목표, 박사가 되는것이었는데, 달성하고나니, 저 자신에게 너무 후한거 같아서, 다시 또 다른 그무엇을 위하여 목표를 세워봅니다.
노력은 모든면에서 성공로가는 첫번째 길인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