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선한 사람들, 맑고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항상 청아하고 유쾌하게 세상을 살고 싶다는 바람은 당초부터 큰 욕심일지 싶다. 수시로 세상을 철렁거리게 하는 사회적 공인(公人)들의 과오나 사회적 충격을 가져오는 개인들의 허물이 이를 말해 준다. 요즘은 원치 않아도 다른 사람의 허물과 과오를 수시로 듣고 보면서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이는 자신도 모르게 세상과 사람에 대하여 실망, 불신, 냉소, 비난, 분노로 가득한 것을 본다. 마음에 필히 ‘허물 대처 매뉴얼’ 하나쯤은 간직해 두어야 할 정도이다.
마음에 충격을 주는 사회적 공인들의 허물과 과오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허물 때문에 심심치 않게 탄핵이야기가 나오고, 고국의 한 대통령은 나라의 근본과 품격을 훼손하는 과오로 탄핵 되었고, 또 다른 대통령은 권력을 이용한 비리와 뇌물 혐의로 재판중이다. 300여 명의 미국 펜실베니아주 천주교 사제들은 70여년간 1000명 이상의 아동을 성학대 했다는 잘못이 드러났고, 고국의 명성교회는 부자세습 문제로 세인의 입에까지 오르내리고, 만민중앙교회는 담임목사가 성폭행 범죄로 구속되었고, 불교의 종단 지도자는 개인적 허물에 대한 해명 부족으로 종정의 자리에서 도중하차 했다. 기대와 주목을 받던 미국 윌로우크릭 교회의 담임목사는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하는 일이 일어났다.
믿었던 사람들의 허물과 과오는 실망과 충격을 가져 온다. 허물과 과오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사회적 공인들의 과오야 법적 혹은 사회적 책벌에 맡기면 될 일이요, 지인들과 함께 걱정 담긴 진지한 논의나 혹은 가십거리로 넘겨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허물없는 사람 없다고 내 허물의 문제는 어찌 할 것인가. 또한 무례나 폭언, 험담이나 무고(誣告), 물질적 손해 등으로 나에게 정신적 고통이나 경제적 피해를 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이나 과오에 대하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허물에 대한 동서고금의 가르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채근담(菜根譚)은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볼 때 꾸짖지 말고(不責人小過), 나쁜 일들을 들추어내지 말고(不發人陰私), 지난 과오를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고(不念人舊惡) 한다. 불교의 법구경(法句經)은 남의 잘못은 잘 찾아내어 먼지처럼 사방에 날리게 하면서(如彼飛輕塵) 자신은 아무 잘못 없는 듯 하는 일을 경계하라고 한다. 성경 ‘잠언’은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드러내면 의가 상하지만, 남의 허물을 감싸주면 사랑이 돌아온다고 말씀한다. 모두 먼저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허물을 덮어 주고, 감싸주라는 가르침을 준다. 물론 상대방의 과오가 나만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범죄에 해당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감싸고 덮어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허물과 관련하여 공자께서는 허물이 있어도 고치치 않는 것(過而不改) 그것이 바로 허물이라(是謂過矣) 규정하였다. 자신의 허물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가르침이다. 허물이 있으면 허물을 반성하고, 사과하여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過則勿憚改)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허물을 고쳐가는 가는 길이 배움의 길이고 군자 곧 참사람의 길임을 의미한다.
세상에 허물없는 완전한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부족함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세상살이다. 그렇다고 과오의 합리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허물과 과오 속에서 길 잃지 말아야 한다. 다른 이의 허물을 보며 혹시 내게 허물의‘들보’(마태7:3)가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다른 이의 허물에는 신중 관대해야 하고, 내 허물은 주저 없이 고쳐야 한다.
예수께서는 개인적 허물이나 과오에 대한 근원적 해결의 방법으로 ‘용서’를 말씀하셨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씀은(마태18:22) 다른 사람의 허물과 죄를 미워하되, 하느님의 사랑의 힘으로 그 사람을 끌어안아 형제자매의 관계를 회복하라는 말씀이다. 절대적 사랑을 담은 ‘용서의 포용’이 필요하다. 용서는 허물과 과오의 상처를 근원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신비한 소멸의 자리요, 다시 새로운 관계가 열리는 거룩한 생성의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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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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