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 서예가가 두 분 살고 있다. 그 한 분이 묵제 권명원. 묵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헌던 예술공간 Herndon Artsspace를 찾아갔다. 여름비가 쏟아지는 8월 21일 오후. 아무도 없는 미술관에서 한글서예를 감상하는 최고의 시간을 가졌다. 그의 이번 전시는 전통적인 서예전이 아니라 미술로써의 서예전이어서 인상적이었다. 한글 서예전이라고 하면 대개 궁체이던가 고체이던가, 그 둘의 변형 모습인데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세종대왕의 좌상, 광화문 동상의 실루엣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집어놓은 그림이다. 붓글씨가 아니라 아크릴을 재료로 쓴 창조적 예술 Creative Art이 된 것이다.
전시회에 괄목할 작품들은 인물화를 한글로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애부라함 링컨 Abraham Lincoln 대통령의 초상화 실루엣에 수많은 평등이란 글자를 집어넣어 만든 작품은 한글로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을 다시 만든 것이다. 인종이나 종교, 피부색깔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링컨 대통령의 상징이 한글로 다시 탄생된 것이다. 이 작품은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링컨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링컨 옆에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George Washington은 꿈이란 한글로 다시 탄생되었다. 미국의 독립전쟁의 총사령관으로 그리고 독립된 나라의 초대 대통령으로써 가장 상징적인 말은 꿈이라고 생각한 묵제의 사상이 서예로 나타나있다.
한국의 이승만 초대대통령 초상화도 꿈으로 가득한다. 이승만 대통령에게는 조국의 독립이란 글자가 더 많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꿈이란 글자가 그 속에 들어있는가 물었다. 그도 정확한 답을 할수 없었다.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답한다. 다른 인물화는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와 몇 년전 미국과 세계의 팝 황제가 되었던 싸이 Psy의 모습이다. 이 두 젊은 인물들은 은반에서 춤추는 김연아 모습과 “오빠는 강남 스타일”이라고 노래부르며 춤추는 싸이의 전체 율동이다. 이 젊은이들의 대형 작품들은 꽃이란 글자와 춤이란 글자로 각각 가득 채워져있다. 김연아는 “겨울의 꽃”으로 제목이 시적이다. 묵제가 시인적 감성을 보이고 있다.
묵제가 내게 보낸 쪽지가 내 말을 증명하고 있다.
“김연아는 금메달 세레모니를 하면서 빙판을 돌때 관중석에서 환호하는 태극물결이 아름다웠고 겨울 올림픽의 꽃처럼 예뻐서 ‘꽃’이라는 글자를 택하고 태극물결을 배경으로 하였습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란 춤과 노래로 유트뷰 사상 유래없는 25억뷰 이상의 세계기록으로 온 세계를 한류의 물결 K-팝으로 신명나고 흥에 겹도록 하였다는 의미에서 ‘춤’ 자로 하였습니다. 저의 생각으로 성경에서도 찬양할때 소고치며 춤을 추며란 구절이 있어 경박하지 않은 좋은 단어라 생각했습니다.”
묵제의 서예전에는 좋은 시가 많이 들어있다. 이 도시를 찾아온 한국의 시인들 가운데 묵제의 선물을 받은 정호승이 있고 김용택이 있다. 그들의 워싱턴 방문은 묵제의 서예작품으로 기념될 것이다. 그들의 시편을 하나 선정, 서예로 만든 그의 공을 나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도 김춘수의 꽃이 들어있다, 꽃이란 글자로 꽃이란 시를 써내려간 천진하면서 발랄한 솜씨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작품에선 초록이 색깔로 등장한다.그 안에 빨간 색깔이 중심에 포진하고 있다. 김동명의 시와 충무공 이순신의 시도 전시되고 있지만 충무공의 한산도는 고체로 궁체의 변형으로 묵제다운 스타일을 선 보이고 있다.
나는 그에게 다음 전시회 작품 속에 한글만이 아니라 영어도 들어가는 서예를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애브라함 링컨의 초상화 실루엣에는 남북전쟁의 고뇌를 담은 그의 사진 속에 유명한 게티스버그연설 Gettysburg Speech문에서 일절을 넣으면 미국인 관람자에게 더 유혹적이고 매력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춘수의 시에도 영어의 번역을 실루엣으로 깔고 한글로 꽃이란 글자를 곁들여 놓는다면 한인들과 미국인들이 함께 즐길수 있는 서예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 우리들의 한글 아름다움을 전하면서 문학의 향기를 이중언어로 표현할수 있다면 그 이상의 더 좋은 전시회는 없을 것이며 한국 서단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만 것이라고 예측한다. 진정한 예술은 그 나라의 국경을 넘을 때 가장 성공적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예술가들은 세계를 포용할만한 아량을 먼저 갖으라고 전하고 싶다.그들은 두나라를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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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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