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시·호날두 집으로...세대교체 월드컵
▶ '광속질주' 음바페에 아르헨 속수무책
시속 38㎞의 무서운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킬리안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를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월드컵의 뜨는 별과 지는 별은 이렇게 극명하게 대비됐다.
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16강전. 프랑스의 음바페는 전반 11분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연상시키는 60m 폭풍 드리블로 아르헨티나의 혼을 빼놓았다. 수비 진영에서 동료가 뺏어낸 공을 가지고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그 순간은 축구보다는 육상 단거리 레이스나 영화 속 추격전 같았다. 아르헨티나 선수 3명이 따라가 봤지만 허사였다. 3명을 달고 달리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한 음바페는 마르코스 로호의 반칙을 얻은 뒤에야 넘어졌다. 앙투안 그리즈만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 간 프랑스는 결국 4대3으로 이겨 두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외신들은 프랑스의 첫 골을 만든 질주 때 음바페는 최고 시속 38㎞로 뛰었고 이는 볼트가 2009년 세계기록(9초58)을 세울 때 찍은 평균 시속 37.58㎞를 앞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고 스피드와 평균 스피드를 직접 비교 대상으로 놓은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음바페는 볼트를 ‘소환’할 만큼 번개 같았다.
빠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음바페는 2대2로 맞선 후반 19분에는 혼전 중인 문전에서 1명을 가볍게 제치고 강력한 왼발 결승골을 터뜨렸고 4분 뒤 역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오른쪽으로 빠져 들어간 뒤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멀티골을 완성했다. 프랑스의 4골 중 3골에 관여한 것이다. 19세193일인 음바페는 1958년 펠레(브라질)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한 경기 2골을 넣은 10대 선수로 기록됐다.
이날 경기는 월드컵 최고 스타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한판이었다. 메시는 도움 2개를 올렸지만 아르헨티나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프랑스의 집중마크가 계속된 가운데 공을 잡은 메시와 동료 간 거리도 계속 멀었다. 메시는 4경기 1골 2도움으로 대회를 마쳤다. 월드컵 우승 꿈은 결국 못 이루고 은퇴할 가능성도 커졌다. 4년 뒤 메시는 서른다섯이다. 아르헨티나가 우승 전력을 꾸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41분 앙헬 디마리아의 이번 대회 최장거리(30야드) 득점으로 전반을 1대1로 마쳤고 후반 3분 메시의 슈팅이 가브리엘 메르카도의 발을 맞고 들어가면서 2대1로 역전했다. 그러나 후반 12분 뱅자맹 파바르의 동점골과 이후 음바페의 연속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후반 추가시간에 세르히오 아궤로가 메시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었으나 동점까지는 시간이 모자랐다.
이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의 포르투갈도 우루과이에 1대2로 지면서 메시-호날두 세기의 대결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호날두는 4경기 4골의 기록을 남기고 떠났다. 노장 반열이 눈앞인 호날두도 다음 월드컵을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라 메시와 호날두의 월드컵 맞대결은 결국 이뤄지지 못할 확률이 높다.
두 축구신(神)의 만남은 무산됐지만 음바페와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의 대결도 흥미롭다. 음바페의 프랑스와 카바니의 우루과이는 오는 6일 오후11시 8강전을 벌인다. 카바니는 소치에서 치른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혼자 2골을 터뜨렸다. 전반 7분 루이스 수아레스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한 뒤 1대1이던 후반 17분 그림 같은 논스톱 오른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꽂았다. 카바니는 4경기 3골로 음바페와 동률을 이루며 득점왕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현재 1위는 5골의 해리 케인(잉글랜드)이다.
음바페와 카바니의 파리 생제르맹은 2017-2018시즌 3관왕에 올랐다. 정규리그 41골(카바니 28골·음바페 13골)을 합작한 게 바로 얼마 전인데 적으로 만나게 됐다. 아버지가 카메룬, 어머니가 알제리 출신인 음바페는 일찌감치 ‘제2의 티에리 앙리’로 주목받았다. 프랑스의 엘리트 아카데미 클레르퐁텐과 AS모나코 유소년팀을 거칠 때부터 이미 레알 마드리드의 구애를 받았다. 지난해 파리가 음바페를 영입하며 모나코에 지불한 1억6,570만유로(약 2,150억원)는 세계 축구 역대 2위 이적료(1위는 네이마르)다. 2013년 나폴리에서 옮기며 기록한 카바니의 이적료는 6,400만유로(약 830억원)다. 둘의 몸값은 이번 대회 활약을 계기로 더 뛸 것으로 보인다. 8년 만에 8강에 오른 우루과이는 카바니의 부상이 문제다. A매치 45골째를 넣은 카바니는 종아리 통증을 호소한 끝에 후반 29분 호날두의 부축을 받으며 교체돼나갔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은 많지 않다./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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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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