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추가시간 2골로 ‘전차군단’ 독일에 2-0
▶ 김영권-손흥민 연속골…16강 실패 아픔 씻어
김영권이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AP]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7분 골키퍼가 나와 비어있던 독일 골문 안으로 쐐기골을 밀어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AP]
한국 축구가 결국 기적을 만들어냈다. 비록 16강까지 오르는 ‘순도 100%’ 기적은 아니었지만 심장이 터지기 직전까지 뛰고 또 뛰어서 얻어낸 천금 같은 독일전 승리는 그 자체만으로 ‘기적’이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한국은 27일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벌어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만 2골을 뽑아 디펜딩 월드컵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전차군단’ 독일을 2-0으로 격파했다. 비록 동시에 벌어진 같은 조 경기에서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꺾는 바람에 한국(1승2패)은 스웨덴과 멕시코(이상 2승1패, 골득실순)에 이어 F조 3위로 16강 진출이 좌절됐으나 예상을 뒤엎은 독일전 승리는 16강 진출 실패의 아픔을 치유시켜주고도 남았다. 반면 월드컵 2연패에 도전했던 우승후보 독일(1승2패)은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과 조 꼴찌의 수모를 당하며 충격적으로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쫓겨났다.
한국은 이날 ‘기적’을 꿈꾸며 전차군단과 맞섰다. 비록 앞선 경기에서 스웨덴과 멕시코에 연패해 16강 희망이 희박해진 상황이었지만 독일을 2골차 이상으로 꺾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준다면 조 2위로 16강에 오르는 ‘1%도 안 되는’ 희미한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희미했던 가능성마저 스웨덴이 멕시코에 후반 초반 리드를 잡으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에겐 아직도 자신들의 힘으로 이뤄낼 수 있는 기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월드컵 2연패 위업에 도전하는 독일을 잡는 것이었다. 허무한 3전 전패로 물러날 수는 없다는 각오로 똘똘 뭉친 태극전사들은 가슴이 터지도록 뛰고 또 뛰었다. 1, 2차전에서 투지만 앞세워 어설프게 태클을 남발하다 페널티킥 2개를 내줘 패배를 자초했다면 이날은 성급한 태클 대신 모두가 한 발짝이라도 더 뛰며 독일의 소나기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이날 신태용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구자철을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세우는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문선민과 이재성이 좌우날개로 나섰고 부상으로 결장한 기성용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엔 센터백이던 장현수가 포지션을 옮겨 선발 출장, 정우영과 함께 중원을 책임졌다. 장현수가 나간 센터백 자리엔 윤영선이 기용돼 김영권과 호흡을 맞췄고 홍철과 이용이 좌우 풀백으로 나섰으며 조현우가 변함없이 골문을 지켰다.
경기는 예상대로 초반부터 독일이 7대3 비율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 우세를 바탕으로 주도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일방적으로 끌려가기만 한 경기는 아니었다. 초반부터 거친 플레이로 독일의 예봉을 꺾으며 수시로 역습을 노린 한국은 계속 찬스까지 만들어내며 독일선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전반 18분엔 정면 30야드 거리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정우영이 때린 무회전 킥을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잡으려다 놓치자 손흥민이 쇄도했으나 노이어가 간발 앞서 쳐 냈고 24분엔 손흥민의 강력한 오른발 발리 슈팅이 골대 위로 넘어갔으나 독일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독일 역시 계속해서 한국 문전을 위협했으나 번번이 슈팅이 필사적인 한국 선수들의 몸에 맞고 튀어나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2분만에 문전에서 리온 고레츠카에 결정적인 헤딩슛을 허용했으나 조현우의 몸을 날리는 수퍼세이브로 실점을 면했다. 이후 동시에 벌어지던 스웨덴-멕시코전에서 스웨덴이 잇단 득점을 올리면서 한국의 16강 희망은 완전히 사라졌고 독일 역시 비겨도 탈락하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이후에도 격전은 계속됐으나 어느 쪽도 쉽게 골문을 열지 못했고 0-0으로 시간이 계속 흐르면서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았던 독일은 갈수록 더 다급해졌다. 계속 골을 얻기 위해 총공세로 나선 독일의 후방은 한국의 역습에 계속 노출됐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3분께 손흥민이 올린 왼쪽 코너킥을 독일선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골문 바로 앞의 김영권 쪽으로 흐르자 김영권이 이를 침착하게 결승골로 연결시켜 승부가 결정됐다. 김영권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여서 선심의 깃발이 올라갔지만 비디오판독(VAR)에서 그에게 간 마지막 패스가 독일의 크로스가 한 것이 드러나면서 판정이 번복돼 득점이 인정됐고 여기서 독일의 운명은 결정됐다.
이후 독일은 골키퍼 노이어까지 골문을 비우고 나와 공격에 가세했으나 이미 승부는 기운 뒤였다. 오히려 추가시간 7분 노이어로부터 볼을 빼앗아낸 주세종이 독일 골문 쪽으로 장거리 패스를 날리고 이를 손흥민이 혼신의 힘으로 쫓아가 텅 빈 골문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역사적인 ‘카잔 대첩’이 완성됐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기적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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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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