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서는 1%의 가능성이라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신화가 될 것을 믿는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기사회생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무겁다.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을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반갑지 않은 친구 ‘경우의 수’를 또 만났다.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열리는 조별예선 3차전에서 한국이 독일에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에 이겨야만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 독일, 스웨덴은 나란히 1승 2패로 골득실을 따지는 상황에 접어든다.

한국이 2골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기면 무조건 16강에 진출한다. 한국이 독일을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에 2골차 이상의 점수차로 이겨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같은 아시아 출신의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호주는 벌써 짐을 쌌다. 일본은 2경기를 치른 현재 1승 1무로 승점 4점을 기록해 2위에 자리잡았다. 마지막 경기가 2패를 안고 있는 폴란드라는 점에서 일본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다. 한국은 2경기에서 2패를 거뒀지만 만에 하나를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은 있다.


조별예선 이전부터 이번 대표팀에 대한 우려는 상당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줄부상당하며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수비의 핵심으로 떠오른 김민재가 5월 소속팀 경기 도중 정강이뼈에 금이 가 이탈했고,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도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무릎 인대 파열로 최종명단에 선발되지 못했다.

공격에서는 프랑스 리그1에 완벽히 적응한 권창훈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뛸 수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비진영을 헤집는 이근호와 최전방자원 석현준, 조커로 활용 가능한 염기훈도 부상으로 월드컵 꿈을 접었다.

부상 악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 선발 출전했던 박주호는 공을 넘겨받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전반 27분 만에 교체됐다. 그를 대신해 들어온 김민우는 패널티에어리어에서 스웨덴 빅토르 클라손에게 반칙을 범해 패널티킥을 내주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2차전에서는 주장 기성용이 종아리부상을 당해 독일전에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수비불안을 지적받았다. 1·2차전에서는 실수가 승패를 갈랐다. 1차전에서는 김민우의 반칙이, 2차전에서는 장현수가 크로스를 막던 중 공이 손에 맞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두 경기 모두 페널티킥이 없었다면 승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히딩크 전 감독은 현지 매체에 “수비가 불안하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수비가 무너진다”며 “한국이 무실점을 기록하는 건 어렵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희망고문일지라도 ‘경우의 수’를 따져볼 기회는 있다. 독일은 1차전 멕시코에 패하고, 2차전에는 경기가 끝날 무렵 극장골로 승리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렸으나 결정적인 장면에서 ‘끝’을 내는 선수가 없다. 더욱이 주전급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루디는 부상으로, 수비수 제롬 보아텡은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대체자원이 유벤투스에서 뛰고 있는 사미 케디라, 바이에른 뮌헨의 마츠 훔멜스라는 점에서 우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1차전 이전만 하더라도 이전과 같이 들뜨지는 않았으나 지역별로 거리응원을 준비하며 월드컵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모습은 있었다. 그러나 1·2차전에 연달아 패하면서 독일과의 승부를 낙담하는 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경기력에 대한 실망은 선수들의 SNS는 물론 선수 가족의 SNS까지 미치고 있다. 한 선수의 아내는 아이에 대한 비방과 욕설이 쏟아지자 결국 SNS를 탈퇴했다. 선수들 역시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시키며 애써 비난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에 차범근 전 감독은 칼럼을 통해 “왜 축구가 아닌 선수들의 인격을 짓밟고 희롱하냐.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며 “여러분 격려에 선수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접혔던 꼬리를 바짝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싸울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댓글과 문자로 격려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독일이 현재 ‘독일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 않고, 독일을 꺾은 멕시코를 상대로 우리가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집중력만 보완한다면 멕시코전보다도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16강 진출을 두고 최종 승부를 벌일 한국과 독일의 맞대결은 27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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