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각 모로코-이란과 극적 무승부…B조 1·2위로 16강
▶ 우루과이-포르투갈, 스페인-러시아 8강 길목서 격돌
이란의 메디 타레미가 경기 종료직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때리고 있다. 이 슈팅이 들어갔더라면 이란은 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볼은 바깥쪽 그물에 꽂혔고 포르투갈은 간신히 2위로 16강에 올랐다. [AP]
스페인의 이아고 아스파스가 후반 추가시간 감각적인 힐킥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고 있다. [AP]
이베리아 반도의 두 축구강호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힘겨운 무승부를 거두고 러시아 월드컵 16강에 살아남았다.
25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칼리닌그라드 스테디엄에서 펼쳐진 대회 B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스페인은 이미 2연패로 16강 탈락이 확정된 모로코에 1-2로 끌려가다가 후반 46분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2-2로 비겼다. 또 같은 시간 러시아 사란스크 몰도비아 아레나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포르투갈은 이란에게 후반 48분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주고 1-1로 역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로써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나란히 1승2무(승점 5)로 조별리그를 마쳤고 승점(5)과 골득실(+1)이 같은 가운데 다득점에서 한 골 앞선 스페인이 조 1위, 포르투갈이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A조 2위인 개최국 러시아, 포르투갈은 A조 1위를 차지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각각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반면 이번 대회 1승1무1패(승점 4)로 선전한 이란은 아쉽게 B조 3위로 밀리며 5번째 월드컵 본선 도전에서도 첫 16강 꿈을 이루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두 경기 모두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말 그대로 끝까지 피를 말린 혈투가 펼쳐졌다. 스페인은 이미 탈락이 확정된 모로코를 상대로 낙승이 예상됐으나 오히려 부담없이 경기에 나선 모로코의 맹공에 고전 끝에 패배 일보직전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 스페인은 이날 패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이란에 다득점에서 앞서 16강에 오를 수는 있었으나 대신 조 2위로 밀릴 뻔 했다.
스페인은 이날 전반 14분 중앙선 부근에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서지오 라모스가 패스를 주고받다가 어이없이 모로코의 칼리드 부타입에게 단독찬스를 내줬고 부타임은 스페인 진영을 단독 드리블한 뒤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의 다리사이로 빠지는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반격에 나선 스페인은 불과 5분만에 동점골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니에스타가 모로코 페널티박스 왼쪽을 돌파해 살짝 내준 크로스를 이스코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꽂아 넣어 1-1을 만들었다. 모로코의 선제골 빌미를 제공했던 이니에스타는 절묘한 돌파에 이은 어시스트로 동점골을 만들어내 첫 골 실수를 만회했다.
하지만 모로코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25분 자기 진영 왼쪽에서 롱 스로인으로 부타입에게 다시 단독찬스를 만들어줬고 데헤아와 1대1로 맞선 부타임의 왼발 슈팅이 데헤아에 막혀 절호의 찬스를 놓쳤으나 이후에도 계속 스페인을 괴롭혔다. 후반 10분엔 노르딘 암라밧이 페널티박스 외곽 오른쪽에서 때린 오른발 중거리슛이 스페인 골문 왼쪽 상단 코너를 강타하고 튀어나와 스페인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균형을 깨고 다시 리드를 잡은 것도 모로코였다. 후반 36분 오른쪽 코너킥을 문전에서 유수프 엔-네시리가 강력한 헤딩슛을 스페인 골문 왼쪽 상단에 꽂아 넣어 2-1로 앞서갔다. 스페인의 충격적인 패배가 다가온 듯 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끝내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후반 46분 다니 카르바할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아고 아스파스가 골문 앞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힐킥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선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으나 비디오 부심판독(VAR)에서 판정이 번복되며 스페인은 동점골을 얻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한편 포르투갈도 아시아의 ‘늪’ 축구 이란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간신히 살아남았다.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실축한 데 이어 경기 막판 신경질적 플레이로 자칫 레드카드를 받을 뻔한 위기를 자초했다가 VAR 심사 끝에 레드가 아닌 옐로카드를 받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데 이어 경기 종료 직전 이란에 결정적인 찬스까지 내줬으나 슈팅이 바깥쪽 그물에 꽂힌 덕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포르투갈은 이란의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하다가 전반 45분 리카르도 콰레스마의 환상적인 슈팅으로 리드를 잡았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으로 침투한 과레스마는 절묘한 오른발 아웃프론트 킥을 때렸고 볼은 몸을 날린 골키퍼 손끝을 넘어 이란 골문 왼쪽 안으로 휘어들어가 골네트를 출렁였다.
포르투갈은 후반 6분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침투하던 호날두가 상대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주심은 당초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도 VAR로 판정이 번복됐다. 하지만 호날두의 페널티킥은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에게 막혔고 결국은 이 실축이 포르투갈을 마지막에 위기에 몰아넣었다.
이후 총공세로 나선 이란은 결국 후반 추가시간 VAR에 힘입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카림 안사리파르드가 성공시켜 1-1을 만들었다. 하지만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한 골이 더 필요했던 이란은 바로 1분 뒤 그 찬스를 잡았다. 이란의 슈팅이 수비수에 맞고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흘렀고 이를 메디 타레미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왼발로 때렸으나 볼은 왼쪽 바깥그물에 꽂히고 말았다. 슈팅이 골문 안쪽으로만 향했어도 포르투갈은 탈락하고 이란이 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마지막 슈팅 하나가 부정확해 이란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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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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