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는 이스트 베이에 집을 3채나 갖고 있지만 백인혼혈인 두 딸의 교육을 위해 최고학군으로 이름난 팔로알토에 집을 구해 살아왔다. 그러다 연년생인 두 딸이 중고생으로 자라 집이 좁아지자 같은 가격에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 나의 15년 지기 수영 친구인 대만 할머니네 뒤채를 빌려 3년 리스계약을 맺고 7월초에 이사할 예정이다.
Q는 상하이 지아통 대학 출신으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회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엔지니어 팀장으로 일하는 당당한 싱글 여성이다. 상해 교통대학.. 철도운송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인가? 하고 베이징 의대 출신의 친구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교통과는 관련이 없고 글로벌 대학 순위 180위권의 지역 명문대학 중 하나일 뿐이란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나온 학교라고 일러준다.
상하이… 23년 전인 1995년 은행업무 관련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머물었던 그곳의 밤거리로 나는 어느새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당시는 중국이 G-20에도 근접하지 못한 아직 걸음마 단계였다.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황포강변의 유서 깊은 외국인 조차지인 유럽풍의 외탄거리에서, 한창 개발 중이라고 중국인들이 자랑하던 신시가지 푸동 지구를 강 건너로 바라보면, 둥펑밍주(동방명주)라고 부르는 뾰족한 첨탑의 고층건물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 완전히 허허벌판이었다.
골목시장에서는 손수레에서 호떡을 굽고, 주택가 빨랫줄에는 손으로 기운 속내의 등속이 널어져 있어 아스라한 향수를 느낀 한편 중국의 갈 길은 상당히 멀구나 하는 자만심도 가졌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후 우리는 상해 임시정부도 둘러보고 남경동로 등의 시가지 구경을 한 뒤 조금 이른 저녁에 호텔로 돌아오면서 어딘가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일본말로 접근해온 묘령의 두 여인들로부터 근처의 멋진 라운지로 안내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솔깃해서 택시에 올라타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바가지를 씌워봐야 얼마나 씌우겠나, 중국 밤 문화 체험비로 기꺼이 낼 테다 하는 만용도 작용했던 터. 아니나 다를까, 인적 없는 곳의 라운지로 우릴 데려간 그들은 불안해서 도로 나가겠다는 우리에게 맥주 4잔에 300달러의 청구서를 내밀었다.
우리는 ‘너무 한 것 아니냐’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들은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곧 이어 당시만 해도 매우 귀했던 벽돌만한 휴대폰을 든 조폭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 우리를 에워싸는 것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우리는 돈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들은 점점 더 금액을 키우는 게 아닌가. 마침내 우리는 양말 속에 숨겨간 현찰과 여행자 수표까지 갖고 있던 돈 1,100달러를 몽땅 털렸다.
세상에… 맥주 4잔에 1,100달러라니… 그래도 그렇게 살아 돌아와 오늘 안전한 실리콘 밸리에서 이렇게 회상의 글을 쓰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당시 일행 중 한 명은 악당들의 품안에서 번쩍이는 칼을 본 순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당시 그들은 우리를 차에 태우고는 어두운 길을 한참을 달리다가 갑자기 컴컴한 골목어귀에서 내리라고 했다. 순간 내리면 우리는 죽는다는 생명의 위험을 직감했다. 밖에서 문을 열려는 놈들과 안에서 문을 잡아당기는 우리 사이에 5분여의 실랑이가 이어지던 중, 우리는 손잡이를 놓고 탈출을 감행했다.
그들이 제풀에 길 위로 나동그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전속력으로 인적 없는 상하이 뒷골목 길을 달렸다. 주말마다 10여Km씩 달리기로 20여년 간 단련된 다리로 500m쯤 뒤도 안돌아보고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데 뒤에서 쫓아오는 발자국소리는 좀체 멀어지질 않았다. 아, 안 되겠다… 사생결단 결투를 해야 겠구나 … 하면서 힘주어 주먹을 쥐고 가격을 하려고 뒤를 돌아본 순간, 다행히 같이 탈출한 친구였다.
우리는 안도하면서 계속 어두운 길을 달리다 손짓 발짓으로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서는 새벽 2시가 넘어 간신히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일주일 뒤 조간신문 기사를 보고는 거의 기절할 뻔 했다. ‘상해 홍차오 호텔에서 출장 간 한국인, 강도에 피습 사망’ 후들후들 ….
나는 그때의 경험으로 일생일대의 액땜을 하고 아주 소중한 교훈을 뼈에 깊이 새겼다. 잘 모르는 곳에서는 절대 낯선 이에게 자기의 신병을 맡기지 말라. ‘상하이 상하이, 트위스트 추면서~ ‘ 흥겨운 콧노래처럼 지구촌의 어느 구석은 반드시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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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 중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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