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문 연세대 국제학부 교수·스탠포드 펠로우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코리안 아메리칸들은 한국이 아직도 한국인들만 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여전히 민족적 동질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30년 동안 외국인들의 꾸준한 유입으로 인해 이젠 전체 인구의 4%가 외국인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직도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양성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국사회의 구성원이 변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1990년대에는 5만명도 안되던 외국인의 숫자가(인구의 0.1%) 2016년에는 무려 40배나 증가한 200만명이 넘었다. 한국 내 외국인하면 대부분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 온 비숙련 노동자나 외국인 신부를 생각하기 쉽지만 외국인의 형태나 직업 또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여전히 단순기능 인력이 54만9,000명으로 단연 1위이고 결혼이민자가 15만2,000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지만 외국인 학생(11만6,000), 전문인력 (4만8,000), 회화 지도자(1만5,450)의 숫자도 많이 늘었다. 결혼 이민자만 봐도 중국 출신은 꾸준히 감소한 반면 (2008년 6만7,787명에서 2016년 5만6,930명으로) 미국 출신 결혼 이민자(2008년1,558명에서 2016년 3,354명으로) 등의 숫자는 증가하였다.
이제는 미국 내 한인타운처럼 한국 내 엔클레이브도 제법 크고 발달되었다. 얼마 전 경기도 안산에 있는 다문화 거리를 방문 했었는데 놀라웠다. 국적별로 다양한 외국인들이 거리를 꽉 채웠고 활발한 경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언어들이 오고 가는 것을 지나가면서 들을 수 있었다.
구로 시 대림동에 위치한 조선족 엔크레이브는 안산에 비해 작지만, 한국이 아닌 외국을 방문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에서 그 흔한 자장면 집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한번도 못 본 그들만의 길거리 음식들이 넘쳐났다. 그렇게 많은 양꼬치 음식점들을 서울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1980년, 1990년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나도 한국에선 외국인으로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에서 와서 그런지 이런 모습이 익숙하고 친근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아는 외국인들하고 이야기를 해보면 아무리 한국어가 능숙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어도, 또한 전문직종에 종사한다 해도 본인들은 한국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서 체류하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경우 대부분이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한국에 기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일하는 한 친구는 동료들이 자신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고 했다. 경쟁적인 사회를 겪지 않고 쉽게 살았다는 편견, 특권이 있다는 편견, 버릇없다는 편견,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의리가 없다는 편견 등등. 사실 그 친구는 한인타운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어렵게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왔는데.
한국 내 외국인들의 숫자가 늘고 그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전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들은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출신 결혼 이민자들만 대상으로 하고 있고, 그 정책들 자체도 시혜적 입장에서 동화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다른 외국인 집단들 가령 서양국가 출신 결혼 이민자들은 이 정책에서도 제외된다.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여 6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호주출신 백인 친구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문화교육 등의 프로그램들에 참석하고 싶어 문의했더니 해당이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다문화주의가 그 목표나 의도는 좋은지 몰라도 실제로 이행되는 정책은 매우 편향적이고 시혜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화에 따른 인구이동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한국사회는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욱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을 한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맞아들이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과 정책이 필요하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젠 다인종 시대를 넘어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nnie.mo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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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문 연세대 국제학부 교수·스탠포드 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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