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테이너블 패션’(sustainable fashion)을 아십니까. 일부 한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도 있는데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지속가능한 패션’ 쯤 되는 말이다. 서스테이너블 패션은 한마디로 ‘재활용, 오개닉 소재 사용’ 등으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패션이다. 기존의 에코패션이나 친환경 패션 보다는 더 상위의 개념으로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중시하고 현재의 자원을 말살시키지 않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와 맵씨를 추구하는 패션이다. 서스테이너블은 지금 패션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도 이윤 추구 뿐 아니라 인권·가치관·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하는 문화적·시간적·가치관적 관점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패션의 원동력으로 떠오른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이모저모에 대해 살펴본다.

▶에코백이 바람 불러 일으켜

전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서스테이너블 패션이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7년. 영국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내놓은 에코백에 ‘나는 플래스틱 가방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는 큰 화제를 모았다.

기존의 가죽 제품 중심이던 가방 시장에 돌연 등장한 이 에코백은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영국 패션잡화 시장에서는 천 소재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열풍 속에서 전 세계에서 6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인 명품 패션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도 서스테이너블 패션 확산에 일조했다.

그는 옷이나 가방을 만들 때 가죽과 모피를 쓰지 않는다. 서스테이너블과 맥을 같이 한다는 차원에서 식물성 인조 가죽 부츠와 인조모피를 만들었는데 그의 제품은 이미 유명 스타를 포함 수많은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서스테이너블 패션 열풍은 이제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불고 있다. 서스테이너블 패션 제품은 소재부터 다른데 예를 들면 오개닉 코튼과 리사이클링 다운, 폴리에스터 등의 친환경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한 발 더 나가 공정무역을 내걸고 미개발국의 인권보호에도 앞장선다.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확산은 패션업계의 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동안 외면 받던 천 가방은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양한 디자인의 페이크퍼 제품도 줄을 잇고 있다.

내노라하는 패션 브랜드들도 신소재 발굴 등 을 통해 서스테이너블 패션 인기몰이에 열중하고 았다. 서스테이너블 패션 의류의 경우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세련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최근의 트렌드. 서스테이너블 패션 일상복 같은 경우 운동복의 경계를 없애 낭비를 줄이기도 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경우 럭서리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며 “럭서리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개성과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통하는 시대가 되면서 패션업계가 차기 럭서리 컨셉으로 슬로 패션의 한 축인 서스테이너블의 잠재력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패션 브랜드들 승승장구

서스테이너블 패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기업철학에 대한 공감 마케팅을 벌인 후 매출이 약 40% 이상 치솟았다.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확산은 슬로 패션의 인기도 견인하고 있다. 슬로 패션이라면 유행에 따라 스타일을 빠르게 바꿔 내놓는 패스트 패션의 반대 개념인데 친환경 천연소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서스테이너블 패션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H&M은 서스테이너블 패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핵심은 2030년까지 재활용 혹은 지속 가능한 소재를 100% 사용하고 2040년까지 전체 가치 사슬을 기후 친화적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이의 일환으로 이번 봄·여름 시즌 신상품은 해안 폐기물 속 플래스틱만을 재활용한 소재인 바이오닉을 사용하기도 했다.

H&M은 앞서 재활용 플래스틱, 데니마이트(데님을 압축해 만든 신소재), 재활용 유리 비즈를 활용해 시즌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H&M 관계자는 “보다 더 공정하고 공평한 기업이 되는 동시에 큰 기업 규모를 활용해 보다 더 순환적이고 재생가능한 패션 업계로 향할 수 있도록 업계를 이끌어가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이어 “이같은 이유에서 패션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지속가능성을 보다 패셔너블하게 만들기 위해 환경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직접 행동하면서 선도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부터 패스트 패션 브랜드까지 슬로 패션에 합류하는 까닭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이런 대세에 편승하지 않으면 회사의 존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가 추구하는 바를 일찍이 선보임으로써 브랜드의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으로 서스테이너블 패션을 선택하고 있다”며 “음식이나 화장품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느는데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럭서리’라고 생각하는 트렌드에 따라 업체들도 이들이 원하는 바를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