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 슈만과 클라라
로버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은 가곡(리트), 피아노 음악, 교향곡 작곡가로 유명하다. 슈만은 집안의 강요로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법률 공부를 시작하였으나, 프리드리히 비크(Friedrich Wieck, 1785~1873)에게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우며 피아니스트를 꿈꾸기 시작하였다. 그 후 인생의 동반자 클라라(Clara Schumann, 1819~1896)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한 많은 곡들을 만든다.
슈만이 사랑했던 클라라는 그의 피아노 선생인 비크의 딸이자 피아노 신동으로 장래가 유망한 여성 피아니스트였다. 당시 슈만은 작곡과 평론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으나 아직 가난한 음악가일 뿐이었다. 게다가 무리한 연습으로 결국 손에 마비증상이 오게 되었다. 비크는 자신의 소중한 딸과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음악가와의 만남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슈만과 클라라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갔다.
이 시기에 슈만은 3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만들어냈다. 특히 1835년에 완성한 피아노 소나타 1번은 비크의 반대로 슈만과 클라라가 떨어져 지낼 당시에 작곡한 것으로 그들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는 클라라에게 쓴 편지에서 이 소나타에 대해 ‘당신에 대한 단 하나의 마음의 외침’이라고 표현하며 이 곡을 연인인 클라라에게 헌정하였다.
슈만의 소나타 1번을 살펴보면 클라라에 대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1악장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완전5도 관계의 모티브는 클라라의 ‘환상적 장면(Scene Fantastique)’에서 따왔으며, ‘아리아’로 묘사한 2악장은 슈만이 18세에 독일 시인 케르너(Justinus Kerner)의 시에 기초해 쓴 가곡 ‘안나에게 (An Anna II)’를 피아노 버전으로 옮긴 것이다. 반주와 교차되는 정성스러운 멜로디가 아름답게 흐르는데, 클라라에 대한 슈만의 진심 어린 사랑이 느껴진다. 4악장의 풍성한 화성과 끊임없이 발전되는 멜로디 또한 그녀에 대한 변하지 않는 사랑의 외침으로 보인다.
특히 슈만은 이 소나타에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로부터 클라라에게 헌정됨(Clara zugeignet von Florestan and Eusebius)” 이라고 기록하였는데, 이는 슈만이 사용하던 두 필명이자 자신의 두 가지 성격을 나타낸다. 플로레스탄은 활발하고 열성적이며, 오이제비우스는 우울하고 소극적인 면을 표현하며 둘은 상반되는 모티브를 가진다. 슈만의 작품들 안에서 이 두 가지 상반된 분위기의 캐릭터를 찾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840년, 비크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슈만과 클라라는 합법적으로 결혼하게 된다. 결혼은 슈만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영향 중 하나는 가곡이었는데, 대부분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대표적인 연가곡 ‘리더크라이스’(Liederkreis Op. 24, Op.39)와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 48)이 있다. 클라라는 슈만과 그의 음악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였고 슈만도 결혼 이후 오직 클라라를 위해 곡을 썼다.
이때 슈만 부부 사이에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가 등장한다. 그들은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킴(Joseph Joachim)의 소개로 브람스를 만난다. 젊은 음악가 브람스의 작곡 능력과 연주에 감명을 받은 슈만과 클라라는 그의 천재성에 박수를 보내고, 슈만은 자신이 발간하던 음악지에 브람스를 소개한다. 이렇게 세 사람은 음악과 함께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경의 대상이었던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감정은 점점 사랑으로 바뀌게 되고 클라라도 동요하기 시작한다. 젊고 매력적인 음악가 브람스의 등장. 이후 세 음악가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의 추천 감상 작품 목록
1. 슈만 피아노 소나타 1번 2악장 ‘아리아’ - Piano Sonata Op.11 No.1 2nd movement, Aria
2. ‘어린이정경’ 중 제 7곡 ‘꿈’ (트로이메라이) - Tr umerei from Kinderszenen Op.15
총 13곡으로 이루어진 슈만의 피아노 작품집으로 성인이 된 후 어린 시절을 회상한 것이다. 제 7곡은 특히 불 끄고 자기 전에 감상해보길 권한다. 부드러운 멜로디로 인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푸근한 느낌이 든다.
3. ‘리더크라이스’ 중 제 5곡 ‘달밤’ - Mondnacht from Liederkreis Op.39 아이헨도르프의 시 ‘달밤’에 곡을 붙였다.
제 5곡 가사 내용: 마치 하늘이 땅에게 살며시 입을 맞추는 것처럼, 땅은 은은한 꽃빛 속에서 하늘을 꿈꾸네 / 들녘에 바람이 불어오고, 밀 이삭은 부드럽게 물결치며, 숲들은 나직이 소리 내고, 그토록 별빛 맑은 밤이었네 / 그리고 내 영혼은 나래를 활짝 펴고, 고요한 대지를 날았네, 마치 집으로 가는 것처럼. (독일 시와 가곡, 피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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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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