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인연은 하늘에 있고 세상의 인연은 관계에 있다”는 말이 있다. 부부는 전생의 인연으로 맺어지는 것이고, 이 세상의 만남은 관계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 상에 수많은 나라와 인종 중에서 같은 관계를 통해 만나지는 사람은 특별한 원인과 결과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 사람들의 만남이다. 서로 다른 인종과 얼굴들이 모여서 함께 사는 인간사회의 만남과 헤어짐이 인간들의 기쁨과 행복, 슬픔과 불행을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이민사회에서의 만남은 특별한 어려움이 많다.
나라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문화와 전통이 다른 민족과의 만남도 있고, 같은 민족이라도 이민사회에서 만나지는 사람은 고향이 다르고 문화와 풍습이 다르고 가문이 다르고 성장 과정이 다르고, 지연과 학연이 다르다 보니 쉽게 편해지기 어렵다. 처음에는 서로 조심하지만, 이민살이의 외로움이 있어, 이민자라는 공감대가 빠르게 녹으면서 지나치게 빠른 관계로 흘러가게 된다. 이민사회 만남은 쉬운 일이나 헤어짐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민사회에 좌우명이 있다면,‘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사회의 인간관계는 “너무 가까이하지도 말고, 너무 멀리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서로가 가까이 지낼 때, 지나치게 흉허물 없이 뱉어낸 말이 언젠가는 등 돌리고 헤어졌을 때, 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박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때는 내가 한 말에 덤까지 붙어서 돌아온다. 그러기에 모름지기 매사에 말을 조심해야 한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 했다. 말 한마디 할 때도 세 번 생각해서 하라는 것이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 했다.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말을 절제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흉 없고 잘못 없는 사람이 어찌 있겠소만, 그러기에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 눈은 둘이요 귀도 둘이요 콧구멍도 둘인데 입은 하나만 만드신 뜻은, 인간이 눈, 귀, 코보다 입이 죄를 많이 질 것을 염려하여 입은 하나만 만드신 것이다.
사람의 얼굴에 있는 기능을 보면, 눈과 귀, 그리고 코보다 입이 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입은 말을 해야 하고, 밥을 먹어야 하고, 숨도 쉬어야 하고, 노래도 해야 하고, 키스도 해야 하는데, 왜 하나만 만드셨을까? 사람이 살면서 행실로 짓는 죄보다 입으로 짓는 죄가 열배 백배 많기 때문이다. 눈은 감으면 되고, 귀는 막으면 되지만, 입에서 나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포사회의 인간관계도 그렇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되거나, 같은 교회에 다니거나, 같은 업종의 사업을 하게 되거나, 여러 사회활동에서 자주 만나게 되면 자연히 가까워진다. 친목관계, 업무관계, 금전 관계 등으로 가까워지면서,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고 신용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서로 간의 오해와 반목이 발생하고 멀어지게 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섭섭한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 제일 힘든 것이, 어떻게 등을 돌리고 헤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명심보감에 이르되 <凡事有人情後來好相見”>(범사유인정후래호상견)이라 했다. 즉, “모든 일에 인정을 두면 후에 어디서 만나든지 반갑게 만나느니라” 했으니, 세상에 살면서 평소에나 어려울 때나 서로가 情을 주고 살면, 헤어질 때도 돌아서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사를 하거나, 죽어서 헤어지거나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이 세상에서 잘 살다 가는 사람이다.
공자님이 제자들과 책을 읽고 있는데, 이웃 마을 박 서방이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 제자들이 공자님에게 물었다. “스승님 박 서방이 천당으로 갔을까요? 지옥으로 갔을까요?” 공자가 대답하기를, “ 그것은 내가 알 수 없고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알 것이다”. 라고 했다. 그 말은, 이웃 사람들이 “그놈 잘 죽었다. 이제 동네가 조용하겠다.”라고 한다면, 박 서방은 지옥에 간 것이고, “아까운 사람이 갔다”라고 한다면, 박 서방은 천당에 갔을 거라는 말이다.
사람이 이 세상에 살면서, 많이 배우고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천당에 가는 것이 아니고, 가난하고 힘없이 살았다고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어떻게 살았느냐? 가 답이 되는 것이다. 나도 ‘산전수전(山戰水戰)’ 많이 겪으면서 이렇게 늙었는데, 저승사자가 와서 떠나갈 때 나의 뒷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
윤학재 전 워싱턴문인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