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증시로 머니무브…신흥국기업 달러부채 내년 140조원 만기 앞두고 긴장감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년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 죄기에 나섬에 따라 신흥국이 벼랑 끝에 몰리는 형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돈 풀기에 빚이 늘어난 신흥국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통화가치까지 급락하는 이중고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터키, 멕시코 등이 취약국으로 꼽힌다.
이미 신흥국과 채권에서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미국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등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 '머니무브'가 한창이다.
◇ 내년 신흥국 달러 부채 140조원 만기…"남아공·터키·멕시코 위험"미국이 다시 본격적으로 금리정상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거 빚더미에 오른 신흥국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15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내년에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 중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1천200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부채 중 10%에 해당한다.
신현송 BIS 조사국장은 최근 3분기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비록 장기부채가 대부분이어서 만기 연장을 못 할 위험은 적지만, 만약 채권금리 상승으로 금리변동에 특히 민감한 신흥국 장기채 투자자들이 대량매도에 나서면 시장의 혼란이 증폭되고 실물경제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은 달러 강세에 선진국의 채권금리 상승, 자금유출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지금까지 영향은 2013년 테이퍼탠트럼(긴축발작) 때보다 적지만, 미국이 긴축사이클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몇 달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신흥국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돈을 풀면서 고수익을 좇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몰려오자 달러 등 외화표시 채권을 대거 발행해 자금조달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기업부채 비율은 2008년 말 96.3%에 비해 지난 2분기 167.7%까지 폭등했다.
브라질의 기업부채 규모도 같은 기간 GDP 대비 30.9%에서 44.8%로, 터키는 30%에서 58.5%로 각각 뛰었다.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99.8%에서 105.7%로 상승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 신흥국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2005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에서 횡보 중이다.터키 리라화 가치는 트럼프 당선 이후 10% 넘게 떨어졌으며,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5.8%,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8%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했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시장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의 속도"라면서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면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고베타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터키, 멕시코 등은 저성장 속에 더는 돈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신흥국·채권서 25조원 순유출…미 주식으로 머니무브이미 글로벌 큰손들의 머니무브는 진행 중이다. 신흥국과 채권에서 빠진 돈은 미국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지난 한 달간(11월 8일∼12월 7일) 신흥국 주식펀드에서는 90억8천100만 달러가, 신흥국 채권펀드에서는 119억6천500만 달러가 각각 빠져 모두 210억 달러(약 25조 원) 이상이 순유출됐다.
빠진 돈은 대부분 선진국, 특히 미국 주식으로 유입됐다.
선진국 주식펀드로 모두 422억7천800만 달러가 들어갔는데 이 중 420억1천500만 달러가 북미주식펀드에 집중됐다.문제는 이런 자금유출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가 자금유출의 속도와 규모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달러화의 추가 강세 여부에 달렸다.
김 팀장은 "브렉시트 이후 예상외로 신흥국에 유입됐던 고수익을 추구해온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전문가 6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12월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0.25%포인트씩 네 차례 인상한 평균 1.2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내년에 기준금리가 3차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다.주요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내년 2차례 금리 인상 전망이 유력하다.
씨티와 JP모건, 소시에테제네랄, 노무라, 도이체방크, BNP파리바, 크레디아그리콜, 크레디트스위스, 웰스파고 등이 연준이 2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내다봤고 BoA메릴린치와 스탠다드차타드는 한 차례로 예상했다.
앞서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금리 정상화로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신흥국에서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LG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모두 3조5천100억 달러(4천105조 원)에 이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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